빵점엄마의 도전기 105

2-3회 동네 마트에 들른다. 장바구니에 담긴 재료들이 우리 가족의 피와 살과 뼈가 되는데 내가 눈여겨보고 실제로 장바구니에 담는 목록은 매번 거기서 거기다. 아이들이 매일 한 끼씩 교육기관에서 식단에 따른 급식을 먹는다는 점이 그 와중에 심심한 위로가 된다.

마트에서 쇼핑 카트를 끌고 제일 먼저 찾는 곳은 출입문 근처의 과일 코너다. 싱싱하고 가격이 저렴한 제철 과일 앞에서 나는 매번 홀린 듯이 과일을 골라 담는다. 그곳은 나의 참새 방앗간이다.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그저께도 어른 머리통보다 훨씬 큰 수박과 밭에서 갓 따온 듯 싱싱한 블루베리, 오랜만에 보는 수입과일 망고스틴을 골랐다.

싱싱하고 저렴한 제철 과일이라고 했지만 제철이라도 과일의 가격이 그렇게 저렴한 편은 아니다. 수박이 한 통에 17900, 블루베리 200g6900, 망고스틴 6개가 7900원이다. 그러나 맛도 좋고 아이들이 좋아할 게 뻔한 과일 앞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고 먹고 싶은 것들이다. 과일섭취빈도가 가정의 경제상태를 반영한다니 우리 집 경제사정은 못해도 평균 이상은 될 것이다.

우리 집 냉장고에 또 한가지 빠지지 않고 늘 채워져 있는 것은 계란과 두부다. 축사환경을 고려해 동물복지 유정란을, 유전자 변형을 기피하기에 국산콩 두부를 사다 먹는다. 국산 콩나물과 숙주도 번갈아가며 종종 구입하는 편이다.

양파, 당근, 감자는 한 봉지 사면 제법 오래 먹게 되니 마트에 갈 때마다 구입하는 채소는 애호박, 오이, 가지, 파프리카, 버섯, 양배추, 시금치, 우엉과 연근, 다시마 같은 것들이다. 작년까지 밭에서 직접 길러 먹던 채소들도 올해 지자체에서 분양해주는 텃밭이 없어지면서 사 먹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작은 평수라도 근교에 내 땅이 있었더라면. 크게 아쉬운 대목이다.

다음은 어육류 코너다. 오징어를 데쳐서 채 썰어주면 아이들이 잘 먹으니 수량과 가격, 크기를 늘 살펴본다. “이란 글자가 적혀 있으면서 가격이 좋은 생선도 눈여겨본다. 계절 따라 굴과 전복도 왕왕 구입하는 편이며 잔멸치와 건새우, 일미는 냉동실에 쟁여놓는 품목이다.

육류는 주로 돼지고기 목살, 백숙용 닭고기, 훈제 오리를 고르는데 아이들이 쇠고기 먹고 싶다고 말하는 날에는 한우 채끝살을 구입한다. 비거니즘에 대한 작은 노력의 일환으로 가능하면 육류를 덜 소비하려고 한다.

냉장식품 코너에서 오뎅, 맛살, 무항생제 메추리알과 곤약, 소세지, 김밥세트와 유부초밥을, 냉동식품 코너에서 만두, 치킨너겟, 돈까스, 해물경단을, 유제품 코너에서 우유와 요거트, 치즈를 구입한다.

계산대 쪽으로 걸어가면서 라면류나 과자류를 구입하는 게 쇼핑의 마지막 코스다.

동선이 거의 정해져 있는 동네 마트가 쇼핑의 전부는 아니다. 앉은 자리에서 쇼핑하고 문 앞에서 받는 쿠팡 로켓배송도 우리 집 지출에서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생필품 뿐만 아니라 쌀, 누룽지, 포도씨유, 샐러드 등 온갖 것들을 온라인으로 구입하는데 가능하면 로컬 푸드를 자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손맛이 부족한 엄마에게 우리 엄마는 요리사라 말하며 엄지손가락 척 치켜세워주는 다은, 다연이 고맙다.

가족의 입으로 들어가 쏙쏙 흡수되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음식, 가능하면 건강하고 다양한 식재료로 가족의 한 끼를 책임지고 싶다. 이번에는 틀에 박힌 재료 대신 새로운 것 하나를 추가해보기로 결심한다. 무엇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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