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임정래 서산시대 부장
임정래 서산시대 부장

2년여 년 전 한전에서 변전소 설치를 위하여 마을회관에서 영상을 보여 주었다. 영상에는 송전선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희생으로 국가산업이 발전하고 도시권 주민들이 전기혜택을 누리기에 지역주민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영상을 본 후 한전 직원에게 송전선로 설치로 인한 수혜자의 이득과 혜택을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는 주민에게 지속적으로 재분배한다면 대부분 주민은 특별히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에 정해져 있지 않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는 쓰레기 매립장, 쓰레기 소각장, 변전소, 철탑, 화장터 등은 꼭 필요한 시설이다. 그중에는 공공이 운영하는 것도 있지만 특정인의 이익을 위하여 설치하는 곳도 있다.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대다수의 서민 지역이 손해를 보는 현상이 발생한다. 당연히 시설물이 들어오는 지역은 반대를 할 것이고 그것을 보는 외부인들은 님비현상으로 비난을 하거나 외면을 한다. 하지만 비난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혐오시설의 설치로 인한 손실보다 이득을 누리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혐오시설의 입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경제적으로 부유한 곳에는 혐오시설이 들어오지 않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지역이 위치 대상이 된다. 토지가격이 저렴하여 투자비가 적게 소요되는 이유기 때문이다.

둘째, 화이트칼라 거주지역이 아니라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 계층이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한다. 이들 지역은 단위면적당 거주민의 수가 적어 보상금의 액수가 적을뿐만 아니라 적은 보상금으로도 주민들과 협상하기에 그만한 조건이 또 없다.

셋째, 혐오시설로 인해 이득을 보는 지역의 부동산가격은 상승하지만, 혐오시설이 위치한 지역의 부동산은 가격상승이 거의 없다. 자산소득이 노동 소득보다 많은 한국에서는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부추기는 현상이다.

넷째, 자산 가격의 하락에는 전혀 보상이 없고 특별법 등에 정한 기준으로 보상을 한다. 또 밀어붙이기식의 설치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섯째, 혐오시설이 입주하면 인근지역은 거주 기피 지역이 되어 비슷한 혐오시설의 확장성을 가져온다.

혐오시설 설치는 일반적으로 대다수 국민에게 좋은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사업자에게는 좋은 생산요건을 제공한다. 더구나 이러한 시설은 해당 시설설치 사업자에게는 막대한 이득을 제공하지만 그들의 이익이 해당 지역거주민에게는 공유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현재 서산에는 당진으로 향하는 송전선로와 대산공단으로 향하는 송전선로가 있다. 대산공단의 막대한 이득과 공장근로자들의 두툼한 봉급 주머니를 위해 송전선로가 존재하지만, 시설이 위치한 토지주에게는 법에서 정한 약간의 보상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선하지가 위치한 토지의 가격과 선하지가 아닌 지역의 토지가격은 다섯 배 이상 차이 나는 것이 현실이다. 당진지역으로 가는 송전선로도 수도권 주민에게는 이득을 제공하지만 선하지 토지주에게는 재산권의 부당한 침해가 발생한다.

그나마 보상금도 혐오시설로부터의 거리별로 정하기보다는 마을 단위로 보상을 하다 보니 소수 시설 인접 지역주민은 반대하고 거리가 먼 지역의 주민은 찬성하여 마을주민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구조를 가져오는 것이 현실이다. 아마도 송전선로 선하지 토지주와 인근 지역주민에게 거리별로 수혜자의 이득을 공유한다면 토지주는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어 서로가 만족하는 체제가 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자의 지역은 대다수 국민의 공동이익을 위하여 희생당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과 사업가가 누리는 이익을 희생당하는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공정의 문제다.

혐오시설의 설치로 인한 경제적 이득이 큰 경우에는 님비와 반대로 핌피현상이 존재하기도 한다. 님비는 내 지역은 아니야!”라면 핌피는 내 지역에 설치를 해줘이다. 님비보다는 핌피가 바람직한 현상이다.

혐오시설 설치반대의 해결책은 법적 절차와 함께 일시적인 위로금이 아니라 해당 시설 가동 동안 그 시설로 인한 수혜자의 이득을 손실 보는 주민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님비(Not in my backyard): 자기구역에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혐오시설 등의 설치를 반대하는 현상으로 경제적 또는 건강상 피해를 가져올 때 발생한다.

핌피(Pleas in my frontyard): 님비와 반대로 자기구역에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혐오시설 등의 설치를 요구하는 현상으로 경제적 혜택이 손실보다 우선할 때 주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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