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104

오랜만에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 저녁 7시인데도 사위가 밝았다.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과 지평선 부근으로 물감 번지듯 옅은 주황빛을 띠기 시작하는 노을이 인상적이었다. 자동차 앞유리창으로 지긋이 하늘을 감상하는데 시야 바깥쪽에서부터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비행기로 추정되는 작은 물체 2개였다. 하얀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이동하는 모습이 흡사 별똥별 같았다.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에게 비행기 좀 봐라고 말하려는 찰나 머릿속에서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다연이가 별똥별을 보러 가자고 말한 것도, 내가 미룬 것도 벌써 여러 차례였다.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책을 읽은 뒤부터였다. “우리 집에서는 주변 가로등 때문에 별똥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별똥별은 어두운 바다에서 잘 보이는데 지금은 날이 추우니 여름이 되면 밤바다를 보러 가자고 그동안 다연이를 설득했었다. 밤바다는 언제 갈지 모르니 급한 대로 저걸 별똥별이라고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하늘에 별똥별이 2개나 있네. 우리 소원 빌까?”

우리 다은이 다연이 건강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아빠!! 소원 빌 때 소리 내서 말하면 안돼.”

은밀하고도 다급한 다은이의 목소리가 아빠의 말허리를 잘랐다. 우리 네 명은 달리는 차 안에서 입을 다물고 각자의 소원을 마음속으로 조용히 빌었다. 소원 빌기가 끝난 뒤에도 별똥별은 좀처럼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날 아이들에게 물었다.

엄마: 다은아 어제 별똥별 보면서 무슨 소원 빌었어?

다은: 말하면 안되잖아.

엄마: 다음날에는 말해도 괜찮아.

다은: 하나는 우리 집이 착한 부자 되는 것, 또 하나는 친구들하고 안 떨어지는 것, 마지막은 우리 가족들 계속 함께 사는 것.

엄마: 그렇구나. 그럼 다연이는 무슨 소원 빌었어?

다연: ……. 나는 소원 못 빌었어.

엄마: 시간이 길었는데 왜 못 빌었어? 엄마는 다연이가 무슨 소원 빌었는지 궁금해. 엄마한테 말해줘~.

다연: 그거 별똥별 아니야.

엄마: ! 그거... 별똥별 맞는데?

다연: 아니야. 그거 별똥별 아니야.

엄마: 정말? 그럼 그게 뭐였지?

다은: . 나 알겠다. 그거 비행기야.

엄마: ! 맞아. 사실은 비행기였어. 알고 있었어? 하하하 ㅠㅠ

다연이는 잠시 시간이 흐른 뒤 엄마 곁에 살그머니 다가왔다.

나는 이거 빌었어. 엄마 아빠랑 나랑 언니랑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 안되고 영원히 함께 사는 거. 나는 소원이 10가지야.”

. 10가지나 돼? 말해봐. 엄마가 적어볼게.”

다연이는 엄마가 한 줄씩 노트에 써 내려가는 것을 보며 10가지 소원을 모두 말했다. 중복되는 것이 많은 만큼 다연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깨달을 수 있었다.

1. 우리가 안 죽고 계속 사는 것

2. 우리가 계속 안 아프고 주사를 안 맞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

3. 우리집에 있는 인형들이 진짜가 되는 것

4. 우리가 계속 잘 지내고 병에 걸리지 않는 것

5. 우리가 계속 안 헤어지고 행복하게 사는 것

6. 모든 인형이 다 다치지 않고 엄마랑 나를 안깨무는 것

7. 우리가 일을 다 했으면 계속 계속 일을 안하는 것

8. 언니랑 나랑 계속 싸우지 않는 것

9. 우리가 눈이 나빠지지 않고 우리가 먹는 물이 오염되지 않는 것

10. 북극곰이 사는 데가 다시 얼음으로 되게 하는 것

다은이와 다연이의 귀여운 바람들이 모쪼록 달성되면 좋겠다. 아프지 않고 늙지 않고 헤어지지 않고 싸우지 않고, 일도 안하면서 착한 부자가 되는 것, 지구가 건강해지는 것, 게다가 살아 움직이는 인형들이라니! 아이들의 소원이 부디! 이루어지기를...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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