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철 서산시대 사장
류종철 서산시대 사장

약속은 깨졌다. 거대 양당이 대선을 이유로 선거구 획정을 미루더니 지방선거를 불과 40일 앞두고 정치적 다양성이 존중돼야 할 선거구 획정을 선거구 쪼개기로 재현했다.

충남도의회는 427일 제336회 임시회 본회의를 개최하여 충청남도 시군의회 의원 지역구의 명칭 구역 및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적 42명의 의원 중 27명이 표결에 나서 찬성 21, 반대 1, 기권 5표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서산시는 시의원이 현행 11명에서 12명으로 1명 증원됐다.

이에 따라 충남도획정위에서는 중대선거구로 전환이라는 정치적 합의에 따라 선거구를 4개로 줄이고, 선거구별 정수를 3, 4, 2, 3명으로 획정, 충남도의회에 넘겼다.

그러나 문제는 충남도의회 의결과정에서 도출됐다. 원포인트 의결에서 도의회는 중대선거구 확대를 주 내용으로 하는 충남도선거구획정위원회의 서산시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안을 폐기하고, 선거구 쪼개기를 단행하여 모든 선거구를 2인 선거구제로 하는 안을 의결했다. 2인 선거구제는 거대 양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소위 소선거구제로 공천만 받으면 국민의 힘, 더불어민주당 양당이 한 석씩 나누어 가질 확률이 매우 높은 불공평한 선거제도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논의된 중대선거구제의 제일 큰 장점은 사표 방지이다. 2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여기서는 2인 선거구를 의미한다)에서는 보통 거대 정당이 한 석씩 나누어 갖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소수정당의 경우 당선자를 내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된다. 충남도의회로 한정해 보아도 거대 양당 이외의 소수정당 출신은 정의당 1명에 불과하다.

이는 표의 등가성 원칙이 철저히 무시되는 승자 독식의 구조로 소수의 의견은 철저하게 배제되는 기득권 강화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선거제도는 지역 민주주의 활성화, 다양한 지역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정치권에서 매 선거때 마다 정당 지지율만큼 전체 의석을 할당하는 권역별 중선거구제, 대선거구제가 합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막상 선거구 획정 시기가 오면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2인 선거구제에서 본 선거는 큰 의미가 없다. 유권자의 투표 행위보다 정당의 공천 여부가 당락을 결정한다. 설사 정당에서 아무리 투명한 공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해도 지역위원회 위원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지금과 같은 정치풍토에서 정치지망생들은 지역 유권자들이 아닌 지역위원장에게 인정 받기 위한 정치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임시회 표결에 참여한 충남도의회 의원들도 개인적 통화에서는 공천이 눈앞인데 당명을 거스를 수가 없지 않은가?”라는 실토를 하는 지경이다.

서산시의 경우 부춘동, 석남동, 성연면에서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부자연스럽게 선거구를 정하는 일)이 일어났다. 본래 충남도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는 중대선거구제의 시범 케이스로 성연면, 부춘동, 석남동을 합쳐 4인을 뽑는 중대선거구로 조정하는 안을 충남도의회에 올렸다.

이 안대로 하면 거대 양당이 각각 2명씩 공천하고, 소수당이 1명을 공천하여 경쟁하는 구조가 된다. 투표 결과, 거대 양당이 표심에 따라 2석씩 가져가면 이 또한 민심이 충분히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소수당 또한 1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열리는 안이다. 사표방지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도의회는 충남도선거구획정위원회의 4인 선거구제 안을 폐지하고, 선거구를 오히려 쪼개 2인 선거구 2개로 만들었다. 한마디로 거대 양당이 야합하여 둘이서만 나누어 먹는 선거구를 만든 셈이다. 2인 선거구제에서는 거대정당 공천이 곧 당선이다 보니 유권자의 투표행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

2인 선거구제로 가장 이득을 보는 주체는 누굴까? 이런 파렴치한 정치 행위를 한 주동자는 누굴까? 아마도 이미 양당의 공천이 유력한 후보들과 그 공천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거대 정당의 실세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이번 표결에 참석한 서산시 출신 도의원 세 분의 의견과 도의회의 절대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투표행위에 대한 해명을 듣고 싶다. 그리고 혹여 아무래도 공천에 유리한 현직 서산시의원들은 소속 정당을 통하여 이 표결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는지 밝힐 의무가 있다.

지역위원장을 비롯한 정치인들과 선출직 공직자에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거대 양당의 그늘에 숨어 권력을 가지려는 야합에 대해 유권자들은 비판하고 감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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