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100

따스한 봄날이다. 하얗게 팡 터진 팝콘 같던 벚꽃송이가 어느새 꽃비가 되어 내린다. 희고도 가벼운 벚꽃잎이 바람이 이끄는 방향으로 춤을 추며 공중제비를 돈다. 사진 한 장으로는 차마 담기 힘든 아름다운 광경이 꿈결처럼 아득하다. 길가에는 한겨울에도 보지 못한 꽃눈이 쌓였다.

식목일을 전후로 벚꽃이 만개할 때면 내 고향에는 밝은 불을 찾아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관광객들이 휘몰아친다. 자가용이 흔치 않던 시절에는 주말마다 터미널과 역에서 탑승한 관광객들로 버스가 미어터졌다. 문을 개폐하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탈 자리가 없어 버스를 몇 대 지나쳐 보낸 토요일 방과 후, 초등학생 또래들과 삼삼오오 모여 집까지 걸어간 적도 몇 번 있다. 5km를 걷는 동안 목이 타고 배가 고프고 다리가 아팠다. 먼 길을 걸어 마을 어귀에 도착하면 만나는 작은 슈퍼마켓이 오아시스 같았다. 제발 신기루가 아니기를! 차비를 아낀 돈으로 군것질을 하고 한숨 돌린 후 마지막 코스를 향해 걸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자동차가 야금야금 늘었다. 버스가 한산한 대신 이제는 도로가 자동차로 미어터진다.

엄마 생신은 음력 311일이다. 그즈음 식목일이 있고 벚꽃이 만개하고 벚꽃마라톤이 열린다(교통체증 등의 이유로 2022년에 벚꽃마라톤이 폐지되었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은 동시에 벚꽃을 보러 가는 길도 되었다.

올해는 한주 일찍 친정을 방문했다. 개화 시기가 빨라져 식목일이 되기도 전에 벚꽃이 만개했다. 도로며 주차장이 자동차로 넘쳐났다. 호사스런 경치를 두고도 두 아이를 동시에 눈에 담자니 내 손과 입이 바빴다.

주말이 지나간 월요일, 이번에는 친구들과 벚꽃 구경을 갔다. 울산의 명소인 작천정에는 수령이 100년은 됨직한 굵직한 나무들이 높다란 아치를 만들어 따가운 햇볕을 적당히 가려주었다. 오전의 상쾌한 공기와 자유, 탐스러운 벚꽃이 오롯이 느껴져 찌르르 전율이 흘렀다.

꽃놀이는 역시 친구와 함께~ 룰루랄라~

간혹 손을 마주 잡은 연인들이 보였다.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서 설레임을 대리만족하는 나이쯤 되니 싱그러운 그들의 모습이 흐뭇하다. 나도 그땐 그랬지~

2013년 봄날 남자친구와 진해 군항제에 갔다. 유명세만큼이나 인파가 몰린 곳이었다. 그 틈새로 벚꽃을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남자친구가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냈다. 설마설마했는데 프로포즈를 했다.

연인이 된 지 100일쯤 된 시점이라 결혼을 입에 올리기엔 이르다고 생각했는데, 이왕 결혼을 할 거라면 조금 이른 속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잠시 생각을 해보고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시기상조였다. 하하 ^^;

봄은 농익어 가고 벚꽃은 흩날린다. 이른 나무는 벌써 잎사귀를 내밀 준비를 한다. 꽃의 아름다움도 한철이다. 그러나 잎이 무성한 벚나무는 그것대로 또 멋있다.

마흔 하나, 나의 젊음도 농익는 중이다. 젊음의 잎이 하나씩 둘씩 떨어질지라도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인생은 그것대로 꽤 괜찮을 것이다. 나의 열매들이 무르익는 계절이 오면 더 멋진 인생 2막이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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