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 31

나를 마주하는 내 안의 숲. 고요한 사색의 공간은 포르투갈 건축가가 견고하게 담아 낸 자연과 함께 한다. 이는 치유의 재생 공간이 되어준다.
나를 마주하는 내 안의 숲. 고요한 사색의 공간은 포르투갈 건축가가 견고하게 담아 낸 자연과 함께 한다. 이는 치유의 재생 공간이 되어준다.

마리아주(Mariage)에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설계를 할 때면 주변과의 조화에 공을 들이는 편이다. 언제나 사이트 어널리시스(site analysis)에 진심이었다. 시간대마다의 변화에 의미를 두고,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의 마음 한 귀퉁이를 담아서 건축 필지를 여러 번 다녀왔다.

걸어도 보고 앉아도 보았다. 오가는 길이 익어질 즈음이 되면, 건물을 어떤 모양새로 앉혀야 즐거울지 어렴풋이 떠오른다. 다만, 감은 잡히지만 형태가 없는 겨울 입김 수준에 그친다. 희뿌연 기획안을 길고 섬세하게 무두질을 할수록 결과물은 만족스러워진다.

어울림은 건축에서 추구하는 가치 중에 한 가지이다. 산속에서는 산을 알아야 하고, 강가에서는 강을 읽으면 좋다. 그림을 걸듯이 조망이 좋은 방향으로 적당한 모양새의 창을 건다. 무신경하게 서 있던 벽은 느린 속도로 재생 중인 미디어 갤러리가 된다.

도심에서의 건축도 큰 맥락에서 닮아 있다. 지역 지구별 규모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미관까지도 규제 항목으로 정해두곤 한다. 지자체에서 정한 조례에서는 과하게 도드라지기보다는 조화롭고 질서 있는 인상으로 등장하기를 요구한다. 그렇기에 눈에 띄고 싶은 욕구를 일부 자제하면서 신선한 제안을 도출해야 한다. 인근 건물과 도로, 넓게 보아 도시의 구성이 이 시대의 건축적 마리아주 요소인 것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에 한옥이 많은 동네에서 자란 탓인지, 유독 한국의 운치를 담아내는 버릇이 여타 작업에서 자주 등장한다. 다들 아시다시피, 한국의 건축은 자연을 담은 구성에 아담한 조형미를 뽐낸다.

적극적으로 내 곁의 상황과 교감하고, 사용하는 재료마저도 언제든 소멸하여 자취를 남기지 않는 자연주의이다. 이처럼 ‘A to Z’ 어울림의 본질을 보여준다. 점차 개인화되고 서로에게 갖가지 장벽을 쌓고 지내는 일상에서 한옥의 개방감은 마음마저 융화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건축의 심심한 위로는 현대 건축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간혹, 상황에 따라 기존의 리듬을 넘어선 강렬한 랜드마크로 거듭나기를 결심할 수도 있다. 만약 우뚝 솟은 자리에 앉고 싶다면, 그 왕관이 가진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도시와 주변에 대하여 자발적 배려와 공감을 위해 하염없이 노력하기를 바라본다. 압도적으로 군림하는 제왕이 아니라, 어깨 넓고 든든한 큰 형님처럼 말이다.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2021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시민위원/현) 시흥시청 '시흥문화자치연구소' 기획자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2021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시민위원/현) 시흥시청 '시흥문화자치연구소' 기획자/molle22@naver.com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