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전임기자
박두웅 전임기자

가서 요한에게 너희들이 보고 들은 것을 알려라. 보지 못하는 사람이 보고, 다리를 저는 사람이 걷고, 문둥병 환자가 깨끗해지며, 듣지 못하는 사람이 듣고, 죽었던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이 전파된다고 하여라. 나를 의심하지 않는 사람은 복이 있다.(누가복음722-23)

성서공회에서 성경에서 그동안 문둥병이라 칭한 한센인()’ 용어를 심한 피부병을 앓는 사람으로 개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은 용어 개정이 완료되었고, 구약은 개정중에 있습니다. 한국한센인총연합회의 그동안의 노력과 호소가 눈물겹습니다.

문둥병이라는 용어는 1871년 노르웨이의 의사 게르하르트 헨리크 아우메우에르 한센(Gerhard Henrik Armauer Hansen, 841~1912)’이 나환자의 나결절의 조직에서 세균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여, 1874Bacillus leprae, 즉 나균이라고 명명함으로써 한센 박사 이름을 딴 한센병이라는 말로 바꾸어 불리게 되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가라(痂癩풍병(風病대풍라(大風癩)라 하였고, 치료가 불가능했던 시대에는 천형병(天刑病) 또는 업병(業病)이라 하였습니다. 유대교(구약성서), 불교(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문명에서 신의 저주급 취급을 받아 온 병이기도 합니다.

전근대시기에는 불치병으로 취급받았고 현대의 암 이상으로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주사 한 번에 리팜피신을 주성분으로 한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같이 먹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완치가 가능하며, 이를 항나제 복합요법 (multidrug therapyMDT)이라고 합니다.

성경에서 기록한 한센병은 보건위생이 취약했던 시대였고, 악성 피부병에 대한 질병의 통칭이었습니다. 보건위생 개념이 희박했던 당시에는 피부병은 전염될 확률이 높았고, 이로 인해 각종 악성 피부병이 범람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소록도로 이들을 격리 감금했고, 강제 낙태로 씨를 말리며, 황무지를 일구며 살아가는 그들의 정착촌을 공격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2차대전 시기 독일 나치스와 일본 총독부가 국책사업으로 밀기 시작한 우생학이 바탕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방된 우리 사회에서 조차 아주 오래된 무지의 피해자로 한센인 마을이 어둠 속에도 생명을 이어 왔고, 한센병 환자들의 2, 3세가 자신의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걸 반대하는 시위는 70~80년 대까지 전국뿐만 아니라 우리 서산시 운산면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그들을 차별이란 섬에 가둔 것은 평범한 우리 시민들이기도 했습니다.

과거사를 청산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 사실이 잊혀질 때까지 미루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과감하게, 과거의 그 과오를 인정하고, 거기에 따른 충분한 사죄와 배상을 하는 것입니다.”

서산행복나눔푸드마켓은 이제 대부분 돌아가시고 20가구도 채 남지 않은 정착촌에 마을 냉장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 평생 숨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했던 당신들처럼, 저희도 조용히 숨 죽이며 그 일을 하려고 합니다. 하나님의 축복이 마을 가득히 내려앉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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