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꿈을 추구하며 살고, 부모는 자식의 꿈을 보고 산다

서산시대 임정래 취재부장
서산시대 임정래 취재부장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 중 하나는 저출산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출산 대책 마련에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이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으로 해결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아프리카 동물들은 우기가 끝나면 바로 출산에 들어간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우기가 끝나면 먹이가 풍부해져 자기의 새끼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동물보다 훨씬 두뇌가 뛰어난 인간들은 먹이 이외에도 많은 것을 고려한다. 생존, 사회적 지위, 유희, 자아실현, 철학 등 인생 속에 많은 것을 고민하며 살아간다.

최근 한국의 가속화 된 부의 양극화, 고용 신분의 서열화, 부의 세습, 사회적 지위의 세습은 가지지 못한 젊은 층에 크나큰 고민을 안겨 주었다. 사내하청 또는 외주업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에게 십억짜리 아파트는 평생 노동을 해도 이룰 수 없는 꿈일 수도 있다.

그들의 자식 또한 가난의 굴레를 깨기에는 너무 힘든 과정일 것이다. 반면 그 가난과 비정규직을 물려주려는 부모 또한 흔치는 않다. 심지어 정규직은 자식에게 일자리를 물려준다고 한다. 부의 세습을 넘어 고용 신분 세습이 되는 현실이다.

인간은 꿈을 추구하며 살고, 부모는 자식의 꿈을 보고 산다. 자식만은 좋은 대학을 보내려는 욕심은 강남이라는 황금성을 만들었고, 높은 집값은 서민들에게 진입장벽이 된 지 오래되었다. 강남 지역구가 아닌 많은 국회의원 또한 강남에 아파트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저출산 대책을 논하니 그야말로 우스울 일이다,

필자의 아이들은 성년이지만 아직 학생이다. 수도권에 사는 작은아이는 화장실, 부엌이 하나의 공간 안에 있는 세평 남짓 방 하나에 산다. 한 달에 오십만 원을 낸다. 큰아이는 지방인 관계로 화장실과 부엌이 따로 있는 방에 산다. 아이들은 전셋집을 마련한 후 결혼한다고 한다. 만일 수도권이나 지방대도시권에 거주한다면 전셋집마련에 20년은 족히 걸리니 내 집 마련은 어쩌면 30년은 걸릴 것이다.

전셋집마련까지는 한 달에 백여만 원 월세를 내며 살아야 한다. 이 경우는 필자의 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부모로부터 재산을 받지 못한 자식들의 공통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가난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가난한 아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먼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부모 또한 시골에서 자그마한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하다 보니 모 국회의원처럼 정규직의 일자리를 청탁해줄 사회적 지위도 없으니 아이들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저출산의 근본적 문제는 사회구조적 모순이다.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살 수 있는 사회, 자식 교육을 할 수 있는 사회는 비정규직 계층에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비정규직의 비율은 증가하고 정규직과의 임금 차이도 심하다.

대학을 안나와도 자기 분야의 일에서 존중을 받는 사회, 직업의 귀천을 구별하지 않는 사회, 부모의 재산이 자식 교육의 수준을 결정하지 않는 사회,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자식의 지위를 결정하지 않는 사회는 현실 세계와는 머나먼 이야기가 되었다.

이번 20, 30세대의 정권교체 열망은 여당의 사회구조적 문제 미해결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출이었다. 저출산의 근본적 대책은 젊은 층을 위한 사회구조적 문제의 해결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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