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83

신규교사 시절
신규교사 시절

선생님, 중학교에 가면 진짜 중2병에 걸려요?”

하교 시간 후 단골 6학년 남학생 둘이 보건실에 들러 진지하게 물었다.

. 처음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괜찮다가도 중2가 되면 중2병에 걸려. 선생님이 예전에 중학교에 근무했었거든. 아이들이 중2가 되니까 중2병에 걸려서 공부도 하기 싫어하고 어른들 말도 듣기 싫어하더라. 북한에서도 중2병이 무서워서 남한에 못 쳐들어온대. 그런 말 너희도 들어봤지?”

! 아니요. 진짜예요?”

그래. 그러니까 너희들도 조심해.”

장난으로 하는 말인 줄 모르고 귀 기울여 듣는 아이들이 귀엽다. 곧 중학생이 될 아이들을 보니 예전에 근무했던 중학교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신규교사 시절
신규교사 시절

나의 첫 근무지는 구미에 있는 남녀공학 중학교였다. 병원에서 아픈 사람들만 보다가 활기찬 중학교에 가니 덩달아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세상 물정 모른 채 학생들에게 편안하고 친근한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보건실은 어린 손님들로 북적였다. 하루 60-70명 처치는 기본에 얼굴도장을 찍으러 오는 학생들이 더 있었다.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이 상담실 대신 고민을 상담하러 오기도 했고 소위 문제아로 거론되는 학생들도 자주 방문하는 곳이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점심시간이었다. 낯익은 남학생 몇이 우르르 보건실에 들어왔다. 한 남학생이 개수대에서 손을 씻다가 젖은 손으로 내 옆에 오더니 갑자기 얼굴에 물을 튕겼다. 아무리 내가 편하다 하더라도 선생님한테 이런 장난을 치다니! 뭐 하는 거냐고 정색했는데 대답이 가관이었다. “왜요? 꽃에 물 주는데.” 계획된 능청스런 답변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루는 중3 여학생이 손가락에 플라스틱 링을 끼운 채로 찾아왔다. 안약 뚜껑을 딴 후 밑에 남은 플라스틱 링을 빼서 반지처럼 끼고 있었다. 꼭 맞는 링 때문에 손가락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았을 테고 손가락은 서서히 부어올랐다가 마침내 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둘이서 미끈한 의료용 젤을 발라도 보고 급식실에 가서 식용유를 발라도 보았으나 링은 빠지지 않았다. 아프다는 말에 더 세게 잡아당기지 못했고 절단기로 링을 잘라야 되나 고민하면서 119를 불렀다. 출동한 구급대원이 다시금 학생 손에 의료용 젤을 듬뿍 발랐다. 그리고는 장갑 낀 손으로 링을 세게 잡아당겼다. 링은 약간의 고통과 상처를 남긴 채 순순히 빠졌다. 그렇게 빠질 거였는데, 아프다는 학생의 말에 더 세게 잡아당기지 못하고 구급대원을 부른 게 창피했던 날이었다.

체험행사 중에 고추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벼서 온 남학생도 있었다. 눈이 매워서 울다가 상황 설명을 하면서 웃다가 또다시 눈이 매워서 울다가를 반복하던 학생의 모습이 생생하다. 물로 눈을 헹구고 생리식염수로 세척을 했는데도 한동안 눈을 뜨지 못하던 학생은 지금쯤 건장한 청년이 되어 있겠지?

최근 모습
신규교사 시절

2병의 실체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주로 보호를 받던 초등학생 시기와 어리바리 중1을 거쳐 자율성이 한껏 고조된 학년이 중2가 아닐까. 학생에게 허용된 범위 내에서 그동안 못해본 것들을 자유롭게 경험하고 소신껏 자기주장을 펼치는 중2는 중2병에 걸린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어른들에게 순종하고 공부만 하는 중2보다 훨씬 더 건강한 청소년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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