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제의 본향, 서산에서 중고제 명창 합동 추모제 열어야

【기획】 3대읍성과 연계된 지역유형의 판소리문화와의 결합

보성군 도강마을에 위치한 판소리성지에서 서편제의 비조 강산 박유전 선생을 비롯하여 정재근, 정응민, 정권진, 성우향, 성창순 명창 합동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보성군 도강마을에 위치한 판소리성지에서 서편제의 비조 강산 박유전 선생을 비롯하여 정재근, 정응민, 정권진, 성우향, 성창순 명창 합동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보성군 도강마을에 위치한 판소리성지에서 서편제의 비조 강산 박유전 선생을 비롯하여 정재근, 정응민, 정권진, 성우향, 성창순 명창 합동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보성군 도강마을에 위치한 판소리성지에서 서편제의 비조 강산 박유전 선생을 비롯하여 정재근, 정응민, 정권진, 성우향, 성창순 명창 합동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서편제 보성소리와 판소리의 명맥을 계승 발전시키고 전통문화 대중화를 위해 23회 서편제 보성소리축제가 성공리에 마무리 됐다.

기자가 찾은 보성소리축제는 지난 1일 회천면 영천리 도강마을에 위치한 판소리성지에서 서편제의 비조 강산 박유전 선생을 비롯하여 정재근, 정응민, 정권진, 성우향, 성창순 명창 합동 추모제를 시작으로 3일까지 진행됐다.

판소리성지에서는 추모제에 이어 보성소리 송계 정응민제 적벽가가 국가무형문화제 보성소리 심청가 보유자 정회석 명창, 국가무형문화제 보성소리 적벽가 보유자 윤진철 명창,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 윤종호 명창, 국가무형문화제 판소리 전수자 윤영진 명창, 국가무형문화재 전수자 정윤형 명창과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고법 전승교육사 정회천 명고에 완창됐다. 명창 5명이 공동참여하는 적벽가 완창이 펼쳐지기도 했다.

한편, 강산 박유전(1835-1906) 선생은 서편제와 강산제를 창제하여 수많은 명창들을 길러내 오늘날 보성소리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고종임금과 흥선대원군 앞에서 판소리를 불러 극찬을 받은 대명창이다.

무관중으로 진행된 전국판소리고수경연대회에는 판소리의 본고장답게 전국 각지에서 실력있는 소리꾼들이 참여해 열띤 경연을 펼쳤다.

전국판소리경연대회 최고의 대상인 대통령상에는 유재순(58·)씨가 선정돼 트로피와 시상금 4000만 원을 수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이 주어지는 고수경연대회 명고부 대상에는 김성찬(22) 씨가 시상금 1000만 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상현 명예대회장은 앞으로 후학양성을 위해 소리를 물려주는 데에 전념하겠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성소리를 전수받고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보성군은 서편제의 비조 박유전 선생을 비롯하여 보성소리를 창제한 정응민 선생, 그리고 조상현, 성창순, 성우향 선생 내노라는 명창을 배출한 서편제의 본 고장으로서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소리를 즐길 수 있도록 전통문화 계승발전에 특별한 책임과 사명이 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보성소리를 즐길 수 있도록 오늘날의 보성소리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번 소리축제는 서편제 보성소리의 거장 조상현 국창이 명예대회장을 맡아 서편제보성소리축제추진위원회(위원장 김현진)주관으로 보성군문화예술회관, 판소리성지 등에서 열렸다.

합동 추모제에서 김덕숙 명인이 ‘지전춤’을 선 보이고 있다.
합동 추모제에서 김덕숙 명인이 ‘지전춤’을 선 보이고 있다.

서산, 중고제 명창의 혼을 잇는 추모제 개최 필요

국악명인을 배출한 서산의 전통문화유산 가치 재인식해야

전라도 소리인 동편제, 서편제와 더불어 판소리 3대 유파(流派)인 중고제는 충청도와 경기 남부지역에서 성행한 판소리의 중요한 원류로, 책을 읽듯이 덤덤한 맛으로 노래 부르는 것이 음악적 특징이다. 염계달(廉啓達)을 시조로 삼는 중고제는 모흥갑(牟興甲김성옥(金成玉고수관(高秀寬김석창(金碩昌김정근(金正根김창룡(金昌龍) 등으로 이어졌다.

그중 서산은 중고제 판소리 명창인 고수관 선생, 방만춘 선생, 심정순과 방진관, 심상건, 심화영 등으로 이어지는 중고제의 산실로 그 명성을 이어갔다.

특히 일제 강점기 우리 것을 지켜내려 한 전통공연예술 분야의 몸부림 속에 근대 전통공연예술의 기원이라 칭하는 서산출생 심정순가()가 있다.

심정순은 1873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판소리와 가야금병창, 산조, 재담 등으로 일가를 이룬 뛰어난 국악명인으로 큰아들 심재덕과 큰딸 심매향, 작은딸 심화영, 조카 심상건에 이르기까지 당대 최고인 국악인 심정순가()를 이루었다.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이행되는 20세기 초반 피리와 퉁소의 명인 심팔록으로부터 기예를 물려받은 심정순은 당시 서울무대를 쥐락펴락한 최고의 예인으로 인정받았다. 1910년대 초반 서구식 극장인 장안사 소속으로 이른바 심정순일행을 꾸려 지방순회 공연을 다닐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1911년 음반취입을 하고, 신문연재, 방송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면서 선구자적 면모를 과시하였다.

그런 심정순은 서구문물의 유입과 일제강점이라는 격동의 시기에 우리의 가무악을 보전 전승하기 위해 치열한 활동을 전개했다. 내포제 거장 홍성 출생의 한성준과 함께 조선성악연구회, 조선음률협회, 조선음악무용연구회 등 각종 단체를 결성하여 사라져 가는 전통예술의 맥을 잇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특히 쇠퇴해가는 조선 가무악의 침체는 그들로 하여금 민족예술을 보존 계승해야 한다는 책무를 일깨웠다. 이들의 노력은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 조선이라는 상호 이항대립적 노정에서 우리 것을 지켜내려 한 일종의 몸부림으로 간주된다.

당시 심정순이 운영하던 서산의 낙원식당은 전통예인들의 사랑방으로 내포지역의 명소가 되었고, 당시 낙원식당에 드나들던 예인으로는 명창 이동백을 비롯 김창룡, 한성준, 이화중선 등 당대 내노라하는 명인명창들이 총망라되었다. 이처럼 낙원식당은 우리의 가무악을 지켜내는 아지트요, 전통예인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서산해미읍성 전경
서산해미읍성 전경

또 중고제 명창들은 해미읍성에서 판소리를 펼쳐 그 기량을 뽐내기도 하였다. 이와 관련 중고제 김석창과 이동백 명창 일화다. 김석창은 이동백과 김창룡의 선배다. 일화에 의하면 <춘향가> 마부타령을 잘했던 김석창과 새소리 타령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이동백이 해미읍성에서 소리를 했다. 잔치가 끝나고 김석창은 100, 이동백에게는 15냥을 주니까 화가 난 이동백이 그릇을 깨고 돈을 받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동백은 한층 분발하여 소리 수련에 힘을 쏟았고 그리하여 진정 이동백다운 이동백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공주 박동진 명창이 생전에 전해 준 말이다.

하지만 심화영 선생이 작고한 8년이 지난 201712. 선생님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읍내동 2-14번지에 위치한 구옥 낙원식당은 본지를 비롯한 전통문화예술인들의 보존 호소에도 불구하고 철거되고 말았다.

철거 당시 주차장을 만들겠다는 건물주에게 문화유산의 보존 가치에 대한 설득은 전혀 먹이지 않았다. 이에는 시 당국의 무관심도 한몫을 했다.

이처럼 근대 중고제의 유서 깊은 공간인 서산 낙원식당의 소실은 안타깝다 못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되어 버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제라도 근현대 전통공연예술사를 쥐락펴락한 국악명인을 배출한 서산의 전통문화유산의 가치를 재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미읍성에서 서산 출신 명창은 물론 중고제 명창들의 합동 추모제를 개최함으로써 서산 중고제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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