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72

7살 다은이
7살 다은이

분명 출발 전 화장실에 다녀왔다. 30분쯤 지났을까. 다은이가 불쑥 말했다.

엄마 쉬 마려워.”

다은아 많이 급해? 조금 더 참을 수 있겠어?”

엄마 나 많이 급해.”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다은이의 방광이 마감 임박을 외치는 홈쇼핑 광고처럼 나를 압박했다. 공용화장실을 찾을 여유가 없음을 깨닫고는 한적한 골목 어귀로 차를 돌렸다. 인적이 드문 공터를 발견하고 길가에 차를 바짝 붙여 세웠다.

아이의 바지를 내리고 길고양이처럼 길 한구석에 쪼그려 앉게 했다. 활짝 열어둔 조수석 문과 기다란 차, 엄마를 삼면의 병풍 삼아 다은이는 안심하고 노상방뇨를 했다. 아이의 방광에 소변이 얼마나 들어차 있었는지 금방 멈출 줄로만 예상했던 작은 물줄기가 제법 오래 흘렀다. 친정에 가는 길이었다.

다은이 다연이 자매
다은이 다연이 자매

자 모양의 한옥에서 오래 살았던 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는 별도의 건물로 가는 일이 그렇게 귀찮을 수 없었다. 우산을 쓰고 찹찹한 대기의 마당을 가로질러 냄새나는 화장실에 가는 일은 지금이라도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비 오는 날이면 엄마는 음식을 나르던 곁문을 통해 나를 요의로부터 해방시켜 주곤 하셨다. 바지 내린 나의 오금을 두 팔로 안고 딸의 체중을 견디며 쪼그려 앉은 뒤 엄마는 ~”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장단을 맞춰 내 속에 꾹꾹 들어찬 것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처마 밑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을 뚫고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는 날은, 사계절 푸른 대숲이 펼쳐진 뒷마당이 나의 두 번째 변소가 되는 셈이었다.

가까스로 외가에 도착한 다은이에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뒷전이다. 관심사는 오로지 마당에 있는 개 아롱이뿐. 제대로 된 목욕 한번 하지 않은 개라고 해도 아이는 지저분한 털은 개의치 않고 쓰다듬기 바쁘다. 먼저 집 안에 들어가 있는데 마당에서 다은이가 또 나를 불렀다. 소변이 급하다는데 어차피 다시 나갈 아이를 집안으로 불러 신발을 벗기고 손을 씻기는 것이 번거로웠다.

마당으로 나가 적절한 장소를 물색하고는 다은이를 내가 점 찍은 곳으로 인도했다.

다은아 여기서 쪼그리~”

쪼그리라는 단어가 입에 찰싹 달라붙는다. 최근 별장 마당에서 물놀이할 때 마당에서 쪼그리고 배뇨한 이력을 가진 아이는 외가 마당에서도 자연스럽게 방출한다.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따르면 그 시절 동네 아이들은 같이 모여 놀다가도 똥오줌은 꼭 자기 집에 가서 싼다고 했다. 인분을 거름으로 사용하는 곳에서는 아이의 똥오줌도 소중한 자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은이의 소변아 오늘은 외가 마당의 거름이 되어라!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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