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 ⑯

한여름 밤의 야외 공연. 무대 및 조명 설치와 철거에 많은 인력과 시일이 소요되고, 공간이 개방되어 있어 방음이나 음향 효과에 취약하다. 그러나 자유 분방함이 주는 매력이 만점이다.

 

평소 문화예술 탐독하는데 편식이 없고, 흔히 말하는 자유로운 영혼에 가깝다. 특히나 문화공연에 대해서는 잡식에 가까울 정도로 다채로운 장르에 관심을 두는 편이다. 포용적 마인드는 다양한 알고리즘으로 감성 스펙트럼을 넓혀 주었다. 전문성은 약할지언정 습자지 같은 지식이 소담하게 모여서 한 뭉텅이로 어우러지고, 다양한 영역이 서로를 간섭하는 재미있는 예술 퇴적층을 쌓고 있다.

나의 판단으로, 지금은 아주 좋은 시절이라 생각된다. 언제든지 직접 경험을 대신할 콘텐츠를 손쉽게 찾아내어 나의 귀를 흠뻑 적실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 공유 플랫폼에는 감성의 땅굴 속에서 듣고 싶은 곡조도, 군중의 호응이 얹어진 라이브 공연도 있다. 또한, 숨을 참고 듣게 되는 소프라노의 아리아에, 심장 박동이 묻힐 만큼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원에 이르기까지 입맛대로 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

며칠 전, 추천 기능이 알려 준 길을 바람처럼 구름처럼 따라나섰다. 그러다 관람객이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일명 '떼창' 영상을 접하였다. 관객들의 호흡이 섞여 약간 뭉근해진 공기와 조명을 북돋기 위해 채우는 스모그 마저 사무치게 그리웠다. 영상을 볼수록 힘껏 소리 지를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Katharsis)'에 목이 말랐다.

문화예술 잡식성답게 여러 문턱을 넘나들었다. 공연 조명을 연구하여 무대에 설치하는 동호회 활동도 하고, 타 학부의 음향 편집 전공 수업도 수강했다. 대학로에서 오래 살며 관계자 분들과의 친분도 쌓았다. 거기에다 딱히 가리는 것 없이 각종 공연을 관람하는 취미까지 지녔다. 각종 공연은 프로그램과 관객에 따라서, 그리고 무엇보다 장소에 따라 나름의 멋들어진 흥과 맛이 있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듣는 거리공연과 구성진 가락이 일렁이는 마당놀이가 눈··바람·해와 버무려지는 노천 광장. 땀방울과 눈 깜빡임까지도 보이는 집중과 친밀감의 상징 소극장. 군집의 영향력과 환호성이 한몫하는 대형 운동장의 공연도 있다. 마지막으로, 음향·조명·방음·시야각 등을 정성 들여 설계하여 아티스트가 생산한 작품이 큰 훼손 없이 관람객에게 전달되는 전용 공연장의 고급스러운 감동도 있다.

다만 K-pop의 전 세계적인 활약과 문화 예술사업의 폭발적인 확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공연에서 건축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인근 아시아 국가들도 아레나¹(arena)와 같은 대형 전문 공연장을 운영 중인데 비해, 국내는 아직 해당 시설이 부재중이다. 이 같은 전용 공간은 음향과 방음 설계를 통해 공연 내용의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으며, 사전에 설치된 무대 시설과 조명 설비는 공연 기획과 진행에 효율성을 보태어 준다. 이는 결과적으로 공연의 질을 월등히 높이게 되고, 더 나아가 공연문화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준다.

참으로 반갑게도 국내에 아레나 레벨의 공연장 계획과 추진의 움직임이 있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장대한 스케일과 볼거리로 중무장한 대형 라이브 행사장이 완공될 것이고, 초특급 공연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다. 그리고 수 많은 문화인이 공연 좌석을 티켓팅하며 한껏 설레어 할 것이다. 국내외 아티스트의 진심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그 광경을 하루라도 더 빠르게 겪기를 바란다. '펄떡'이며 살아있는 신선한 음악을 오감으로 즐기고 싶다.


각주 1: 아레나(arena): 어원은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 현대에는 실내·외 전문 공연장을 의미.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이건축/전) 서울건축사협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이건축/전) 서울건축사협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