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에 대한 실망감 ‘살아있는 시민예술놀이터‘ 동부창고가 메워줘

청주 현대미술관과 청주 문화제조창C 전경. 현대
청주 현대미술관과 청주 문화제조창C 전경. 현대
청주 현대미술관과 청주 문화제조창C 전경. 현대
청주 현대미술관과 청주 문화제조창C 전경. 현대

도시화는 어쩔 수 없이 구도심과 신도심을 구분 짓는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 마련이고 기존 거주 공간은 사람들의 기억에 잊히기 마련이다. 원도심 공동화 현상은 많은 지역의 과제이며 숙제이기도 하다.

이에 2000년대 초중반에 이르러 낙후된 구도심을 활성화시키고자 정부에서는 <도시재생>이라는 사업을 발표한다. 도시재생은 낙후된 공간을 다시금 숨 쉴 수 있도록 살리는 것에도 의미가 있지만 청년 문화나 지역 먹거리 그리고 복지와 관련된 사업들도 포함된다.

옛 청주 연초제조창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문화 공간들로 탈바꿈하고 있는 곳으로 본래 담배 종류 중 ’, ‘장미와 같은 담배를 생산했던 연초제조창이었다.

이번 도시디자인탐사단 일정으로 시민들의 문화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충북 청주의 문화제조창C를 찾았다.

광장 현실증감 화면
광장 현실증감 화면

# 옛 청주 연초제조창 도시재생의 가장 큰 특징은 예전 건물의 틀은 그대로 유지해 문화적 자취를 살리면서, 내부를 변모(리모델링)시킨다는 데 있다. 영국의 테이트 모던과 같은 방식이다. 도시재생의 순기능적인 건축디자인을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는 곳이 청주 현대미술관이 탐사단을 맞는다. 현대미술관이 주는 첫 이미지는 긍정적이다. 못 쓰게 된 공장의 일부를 리사이클하여 탄생한 재창조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곳에 디자인이 입혔다. 광장은 또 하나의 공간으로 탄생 돼 있었다.

문화제조창 본관 1층 공간 디자인
문화제조창 본관 1층 공간 디자인
문화제조창 본관 1층 공간 디자인
문화제조창 본관 1층 공간 디자인

 

# 도시재생의 메인 공간인 문화제조창 본관으로 입장했다. 우선 1층에 위치한 보이드맨션은 한편의 예술공간이며 전시회장 같은 공간으로 조성됐다. 그러나 기타 공간은 의류와 악세서리 등의 평범한 쇼핑몰로 구성되어 있다. 상업적이다. 여전히 쇼핑몰 구간은 확장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공디자인이 적용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임대면적당 임대수익률을 극대화 하기 위한 좁은 통로, 여유공간이 부족한 레이아웃, 공공디자인의 부재다. 지방의 큰 마트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공간으로 실망스럽다.

문화제조창 본관 4층 키즈카페
문화제조창 본관 4층 키즈카페

# 문화제조창 본관 4층에는 청주열린도서관, 한국공예관과 공예스튜디오, 충북시민미디어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건물의 반쪽은 공공영역이며 반쪽은 민간영역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어린이 놀이공간이다. 대규모 키즈카페 프랜차이점으로 청주 맘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운영수익을 걱정해야 하는 문화제조창C의 곤욕스러움이 보인다.

# 기대했던 문화제조창 본관의 문화공간은 리노베이션(renovation)이 아니라 리모델링(remodeling)을 통해 부동산 가치로 왜곡된 것 같아 아쉽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기둥을 제외 한 옛 연초제조창의 흔적도 철저히 지워졌다. 당시 굴뚝만이 전시물처럼 세워져 있다. 관계자는 리모델링 과정에서 층고 또한 낮춰졌다고 한다. 1,2,3층은 6m 45cm에서 4m 25cm로 줄었다. 4,5층은 4m 25cm에서 2m 30~40cm로 줄었다. 공간이 갖고 있던 매력이 다 사라졌다.

문화제조창 본관 4층 열린도서관
문화제조창 본관 4층 열린도서관

# 절음발이 공공디자인이 병존하는 곳. 청주 문화제조창C의 배경이 궁금했다.

1946년 설립된 옛 청주연초제조창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 기대를 모았다. 공간이 가진 역사성과 시간성 때문이었다. 과거 한때 3000여명이 연간 담배 100억 개비를 생산했던 곳은 많은 우여곡절 끝에 문화제조창C’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지역언론사인 충청리뷰에 따르면 2014년 청주시는 국토부 공모사업을 통해 옛 연초제조창에 약 500억 원의 국시비를 투입해 경제기반형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한다. 이후 2017년엔 청주시, LH공사, 주택보증기금(HUG) 3자가 협약해 부동산 투자회사를 세운다. 청주시는 청주문화제조창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리츠’)에 옛 연조제조창 본관건물을 55억 원에 현물출자한다. 이로써 청주시는 리츠의 대주주로 43%지분을, 현금 20억 원을 출자한 LH공사는 지분 19%, 50억 원을 출자한 주택보증기금은 지분 38%를 각각 갖게 된다.

이제 옛 연초제조창의 주인은 청주시에서 리츠로 바뀌게 됐고, 리츠가 청산되는 2029년에 이 건물은 다시 청주시 소유가 된다. 리츠는 옛 연초제조창 건물을 1021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 한 청주시에 201910, 202910월 두 번에 걸쳐 판다. 청주시는 두 차례에 걸쳐 820억 원을 들여 매입하게 된다. 본인 소유의 건물 소유권을 리츠에 넘기고 다시 리츠로부터 거액의 돈을 주고 사오는 것이다.

청주시는 이미 1차로 201910월 건물의 1/2을 약 415억 원을 들여 사왔다. 청주시는 현재 청주공예비엔날레와 공예페어가 열리는 공간 3층과 4, 그리고 5층 공간의 일부를 매입해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의 공간인 1층과 2, 5층 일부는 민간운영사인 원더플레이스가 리츠에 임차료를 내고 사용하고 있다. 사용료는 1년에 274000만 원이다. 10년 후 원더플레이스가 빠져 나간 후엔 청주시가 다시 건물을 리츠로부터 약 400억 원을 들여 사오게 된다.

절음발이 공공디자인이 병존하는 배경이 이해가 됐다. 공공디자인은 공공에서 나온다.

# 충청리뷰는 문화제조창C 공간을 재생하는 데 기획자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LH에서 파견된 직원과 청주시 도시재생과 공무원들이 실상 문화제조창의 콘텐츠 기획자다. 전문가 부재다. 이에 대해 청주시 시민사회의 우려가 많다는 소문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행정이 공공의 역할을 포기하고 부동산투자회사에 전권을 내맡긴 내버려 둔다면 문화제조창의 미래는 암담하다고 우려한다. 문화제조창C엔 문화가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문화제조창C가 시민들에게 홍보가 덜 됐어요. 시민참여가 부족한 편입니다.” 연신 반복되는 박준국 관광두레PD의 안타까움이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

애초 시민의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 도시재생은, 그리고 공공디자인은 공허함이 남는다.

옛 청주 연초제조창 굴뚝
옛 청주 연초제조창 굴뚝

문화제조창C의 심장은 본관이 아닌 동부창고

살아있는 시민예술놀이터’...시민공예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

# 첫 눈에도 적벽돌로 벽을 만들었던 옛 건물 그대로인 동부창고로 발길을 돌렸다. 1960년대 담배공장 창고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창고는 적벽돌과 목조 트러스로 건축되어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높은 보존 가치를 간직한 건물이었다.

1946년에 문을 연 청주연초제조창은 한때 3천여 명의 근로자들이 솔, 라일락, 장미 등의 담배들을 생산해 청주지역 경제를 견인하기도 했다. 그들의 애환과 땀이 느껴졌다. 옛 건물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이다.

한편으로는 시민의 힘으로 백화점 설립계획을 무산시키고 문화공간으로 창조했다는 청주시민의 자존심을 대변하는 모습으로도 비췄다. 동부창고는 세대를 구분하지 않는 시민문화활동 공간, 원데이클래스, 합주공간, 연습실 등 예술교육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활용 중에 있다.

동부창고 외부와 내부
동부창고 외부와 내부

7개 동으로 이뤄진 청주 동부창고는 옛 청주연초제조창 담배 잎 보관창고였다. 1960년대 공장창고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금강송으로 견고하게 만든 목조 트러스 지붕은 옛 시대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동부창고 34동은 전시, 교육, 공연을 기반으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생활문화 활동의 거점이다. 목적에 따라 다목적홀, 푸드랩실, 갤러리, 목공예실 5개의 공간을 상시로 대관하여 사용하실 수 있다. 또한 동부창고 페스티벌 등 문화연계를 통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시민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동부창고 35동은 청주공연예술연습공간이다. 음악, 무용,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시민들에게 최적의 연습 공간을 제공한다. 크기와 목적에 따라 대연습실, 중연습실, 소연습실1·2를 사용하실 수 있으며, 대연습실의 경우 실제 무대와 같이 세팅 및 리허설이 가능하다. 동부창고 페스티벌 등 문화연계를 통해 시민 참여형 기획공연을 진행하며 지역 내 공연예술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동부창고 외부와 내부
동부창고 외부와 내부

동부창고 36동은 34동과 함께 누구나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즐길 수 있는 생활문화거점공간이다. 동아리 연습공간인 동아리실, 댄스 연습을 할 수 있는 교육실, 강의 및 소규모 공연 등이 가능한 빛내림홀을 상시로 대관하여 이용할 수 있다. 청주 지역 동네 서점 4곳을 선정하여 조성한 책골목길과 어린이 서적을 구비한 키즈존은 동부창고 운영시간 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또한 동부창고 클래스, 동부창고 페스티벌 등 문화연계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생활문화 동아리 지원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동부창고 6동은 2017년 폐산업단지 문화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어 2019년 전시, 공연, 마켓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는 열린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2017 스타일마켓’, ‘2018 스프링마켓’, ‘2018 베스트셀러마켓을 진행하여 시민 문화 향유의 기회 제공과 더불어 동부창고의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다양한 전시, 공연, 마켓 등 이벤트 활동을 위한 대관이 가능하다.

동부창고 외부와 내부
동부창고 외부와 내부

동부창고 8동은 전시, 공연, 체험 등 문화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카페다. 지역 예술가들이 인테리어에 참여하여 공간 속에 녹아든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동부창고 6·8동의 조성과정을 담은 아카이브 영상을 관람할 수 있으며, 2개의 팝업 존에서 전시, 마켓, 체험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상시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한편, 동부창고 37, 38동은 리모델링중으로 예술교육을 전담할 예정이다.

동부창고는 색다른 공예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문화제조창C의 심장은 본관이 아닌 이곳 동부창고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방문에서 코로나19로 시민들의 활동 모습을 접하지 못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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