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66

무더운 여름 가까운 공원에서 해먹을 타고 놀고 있는 다은이와 다연이
무더운 여름 가까운 공원에서 해먹을 타고 놀고 있는 다은이와 다연이

나른한 휴일이다. 후덥지근한 날씨 탓에 에어컨을 틀지 않고서는 내 집이라도 기분 좋게 있을 재간이 없다. 미디어의 힘을 간간이 빌려가며 아이들과 에어컨 바람 아래서 편히 쉬고 싶은 유혹도 있었으나 층간소음도 걱정되고, 무엇보다 에너지 발산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외출을 결심했다.

캠핑의자 4개와 테이블, 해먹, 놀이도구와 먹거리를 챙겼다. 남편과 내가 외출을 준비하는 시간은 순식간이지만 놀기 바쁜 아이들이 문제다. 나가자면서도 놀이를 중단하지 못하고 급기야 땀을 흘려가며 새로운 놀이를 다시 시작하는 아이들.

준비하는데 왜 그리 협조가 안 되는지, 어르고 달래가며 겨우 옷을 갈아입히고, 양치시키고, 씻기고, 머리 묶고 마스크 챙기는데도 한참, 현관을 나간다 싶지만 신발 고르는데 또 한참 걸리는 아이들. 이런 아이 둘과 외출 채비를 하다보면 속이 터지고 진이 빠진다. “나갈 준비하자한 마디에 알아서 착착 준비할 날은 도대체 언제쯤 오는 걸까?

우여곡절의 과정 끝에 선바위공원에 도착했다. 5분 거리에 숲과 강을 낀 공원이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행운이다. 주거지와 살짝 떨어져 대체로 한적한 이 공원은 앞으로 태화강이 흐르고 그 강 한가운데에 선바위[立岩]가 우뚝 솟아있으며 규모는 작지만 키 큰 나무들로 울창하다.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숲 체험을 자주 와 우리 부부보다 아이들에게 더 친숙한 공간이다.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다은이가 개미굴을 발견했다. 아이들과 쪼그리고 앉아 살펴보니 한 곳에서 다른 한 곳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개미들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자기 덩치만한 하얀 쌀알을 닮은 알을 옮기는 중이었다.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하는 것 같았다. ‘여왕개미는 어디에 있는 걸까궁금증이 솟아났다.

그늘진 곳에 자리를 마련하고 며칠 전 구입한 해먹을 나무에 걸었다. 아이들은 새로운 도구를 신기해하며 누워도 보고 앉아도 보았다. ‘해먹이라는 단어가 낯선지 몇 번이나 명칭을 다시 물어보는 다은이였다.

스스로 노는 아이들 곁에서 나도 가만히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다가 문득 나뭇잎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제는 폭신할 것만 같은 하얀 뭉게구름이 눈 호강을 시켜주더니 오늘은 맑은 하늘에 옅은 구름이 잔잔히 흘러가고 있었다.

강에서 솔솔 강바람이 불어와 온 몸을 간질였다. 동시에 차르르 차르르 나뭇잎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연이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지는 신비한 소리였다. 곧이어 하늘을 찌르는 강렬한 매미 울음소리와 다양한 풀벌레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오감을 열어 자연을 느끼는 충만한 순간, 자연이 나를 맞아주는 기분이 들었다. 언제까지 자연과 우리 인간이 공존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 상황에서 더 이상 장담할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하면 어린 아이들이 가여워진다.

저 쪽 나무 아래에서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애벌레 한 마리를 발견한 다은이가 겁도 없이 손 위에 올리고 애벌레가 기어가자 간지럽다고 웃는 소리였다. 몸 절반을 꿈틀하고 구부리며 위로 성큼 움직이는 애벌레였다. 징그럽지 않느냐는 물음에 간지럽고 귀엽다고 대답하는 다은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강바람이 부는 숲이라도 여름은 여름이었다. 더위를 식힐 겸 테이블에 앉아 집에서 준비해 간 수박을 먹었다. 역시 여름엔 시원한 수박이 최고지. 또 한참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이번엔 배가 고팠는지 아기 새처럼 입을 쫘악 벌리며 구입한 도시락을 냠냠 잘도 먹었다.

정오가 넘어가면서 숲 공기도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3시가 넘어가자 샤워가 간절해졌다. 숲도 좋지만 이 날씨에는 물놀이가 제격이라는 결론을 내리며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순식간에 잠에 곯아떨어진 다연이를 거실에 눕히고 나머지 셋은 각자 샤워를 하며 천국을 맛보았다.

남편이 수확해 온 강낭콩을 까고 있는 다은이와 다연이
남편이 수확해 온 강낭콩을 까고 있는 다은이와 다연이

곧이어 에어컨이 선사한 쾌적한 공기 속에서 남편이 수확해 온 강낭콩을 까기 시작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알록달록, 가지각색의 강낭콩들에 감탄해 마지않으며. 이런 순간이 소확행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기분 좋게 맴돌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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