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65

감자 수제비를 맛있게 먹고 있는 다은이
감자 수제비를 맛있게 먹고 있는 다은이

집에 감자가 똑 떨어졌다. 감자, 양파, 당근은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 떨어지면 바로바로 채워 넣어야 할 필수 식재료들이다. 마트 채소 코너에 감자 무더기가 보였다. 갑자기 착해진 감자의 가격이 눈에 확 띄었다. 흐뭇한 심정으로 기분 좋게 감자 한 봉지를 카트에 담았다. 바야흐로 감자 수확 철이 다가왔구나 싶었다.

어린이들의 감자캐기 체험현장
어린이들의 감자캐기 체험현장

감자를 어두운 장소에 잘 저장해 놓고 잊고 지내던 차에 다은이 유치원의 감자캐기 체험이 다가왔다. 넓은 텃밭이 2개나 되는 유치원에서 감자를 캔 다은이는 내가 마트에서 구입한 것과 비슷한 양의 묵직한 감자 한 봉지를 집으로 가져왔다.

순식간에 감자 두 뭉텅이가 생긴 나는 이 감자들을 어떻게 처치하나 복에 겨운 고민에 빠졌다. 조만간 시골 텃밭에 심어둔 감자도 수확해야 할 터였다.

감자를 어떻게 먹을지 요리조리 연구를 하다 감자 수제비를 끓였다. 선생님이 감자 먹는 모습을 찍어서 보내라고 했다며, 다은이는 당장 사진을 보내자 성화였다. 주말 저녁시간에 선생님을 방해할 수는 없어 겨우 아이를 달랬다.

감자조림을 만들 생각으로 감자를 깍둑썰기한 날이었다. 기름을 두르고 볶는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던 버터감자구이가 떠올랐다. 구운 감자 위에 소금을 살살 뿌려 한 입 먹어도 맛이 좋은 감자였다. 이번에는 버터를 녹여 깍둑썰기한 감자를 볶고, 그 위에 소금과 설탕을 뿌렸다. 아이들보다 엄마아빠에게 더 맛좋은 간식이었다.

감자수제비와 버터감자구이 먹는 사진 2장을 선생님께 전송했다.

토실토실 감자를 캐고 있는 아이들 모습
다연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토실토실 감자 캐기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다연이 어린이집에서도 감자캐기 체험이 예정되어 있었다. 땅 속에 보물처럼 숨겨진 감자를 쏙쏙 꺼내 상자에 신나게 넣는 아이들의 사진이 알림장에 가득 올라왔다. 땡볕에서 땀 흘리며 감자를 캔 후 새참으로 수박을 먹는 모습과 소에게 여물 주는 모습도 있었다. 그 날 오후 아이들은 오후간식으로 직접 캔 감자를 쪄 먹었다.

다연이까지 감자를 가져오면 어쩌나 했는데, 아빠가 한 걸음 빠른 대처를 했다. 다연이를 등원시키면서 선생님께 수확한 감자를 넣어주지 않아도 된다고 미리 귀띔을 한 것이다. 다연이는 아쉬웠을지 모르나 나는 약간의 안도를 느꼈다.

코로나가 1단계로 조정되고 친한 동네 언니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우리는 시원한 야외 식당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바삭한 베이컨감자전에 막걸리를 곁들여 먹었다. 기름에 튀긴 듯 구워진 얇은 감자전에서 바삭바삭 낙엽 밟는 소리가 났다. 여기저기서 풍성한 감자의 계절이 느껴졌다.

시가 가족들이 모여 감자를 캐는 모습
시가 가족들이 모여 감자를 캐는 모습

마침내 시가 가족들이 모여 감자를 캐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 ‘패밀리 감자 축제를 며칠 앞두고 다연이가 급성후두염에 걸려 입원을 하는 바람에 아빠와 다은이만 참여한 축제에서 둘은 감자 10키로 한 박스를 획득해 당당히 집으로 돌아왔다.

탄수화물 뿐만 아니라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까지 가득한 필수 식재료 감자! 이 많은 감자들을 어떻게 감당할꼬~ 이제부터가 진짜 축제의 시작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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