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소상공인, 코로나 펜데믹으로 힘들어하는 미용업계

코로나19가 터진 지난해부터 발걸음이 뚝 끊긴 미용실 내부의 모습이다.
코로나19가 터진 지난해부터 발걸음이 뚝 끊긴 미용실 내부의 모습이다.

라푼젤은 장장 18년을 탑 안에서 지낸 소녀의 이름이다. 그녀는 자그마치 21m의 금발머리를 가진 소녀로 많은 어린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2021년의 라푼젤은 어떤가. 이것은 다시 말하면 미용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한숨을 유도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라푼젤이란 바이러스로 인해 미용실 가기를 꺼려 짧았던 머리가 길어져 버렸다는 얘기다. 그만큼 코로나 이후 미용업의 실태를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라푼젤.

지난 7일 지역의 미용실을 찾아 그들의 고충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마스크 있는 한 도산위기 몰려

삶이 고단하고 막막해서 한 번씩 멍하게 앉아 있어요. 남자라면 나도 배달맨이라도 해보는 건데 투잡하려고 해도 여성의 힘으로는 저녁에 할 만한 게 없어요. 구직난을 자주 보는데 나이 제한에도 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오토바이를 못 탄다는 것이에요. 오늘도 알면서 습관적으로 교차로를 뒤적이네요.”

미용인으로 산지 어느덧 30여 년이 지났다는 1인 미용실 사장 A씨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어려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동안은 단골들 위주로 그냥저냥 돌아갔다는 그녀는 한계가 온 것 같아요라며 다른 업종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시국에는 딱히 할만한 게 없습니다라고 했다.

단골들이 와서 그래요. ‘미용실 가서 자르긴 해야 하는데 한동안 안 다니다 보니 귀찮아서 못 오겠다고요. 더구나 마스크를 쓰다 보니 화장을 안 해도 괜찮고, 화장을 안 하니 머리치장 할 일 없어 좋고, 옷도 대충 입어도 아무 부담 없어 정말 편해요.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살면 되지만 가게(미용실) 가진 분들이 걱정스럽긴 해요라며 되려 우리를 걱정해주시더라구요.

가만 보면 미용실은 마스크가 있는 한 도산위기에 몰린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문제는 폐업하곤 또다시 소상공인 대열에 합류한다는 거예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거죠. 마땅치 않으니 다시 빚내서 다른 업종을 고민하는 분들도 아마 계실거예요.”

유행 때마다 발길 뚝 끊어져

수도권은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로 지난 3일부터 오는 23일까지 다시 3주간 유지된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이와 함께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와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도 연장됐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미용업계에는 또다시 한숨이 흐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백신을 점차적으로 맞고 있기에 그나마도 괜찮아지겠지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사는 미용 종사자들. 그도 그럴 것이 6월까지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가 1천 명 이내로 안정적 관리가 된다면 대략 7월 쯤에는 9인 이상 집합금지와 체계적 거리 두기 방안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미용인 B씨는 유행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희망을 품기엔 여전히 시기상조라고 했다.

“2차 유행부터 4차 유행까지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손님들 발길이 뚝뚝 끊어져 버립니다. 심지어는 예약을 하고서도 안에서 머리하고 있는 손님이 창문에 비치면 들어오려고 하지 않아요라며 그런데 7월 새로운 거리 두기를 한다고 한들 사람들이 유동적으로 움직일까요?”

B씨는 손님들이 마스크를 써도 짧게는 30, 길게는 몇 시간씩 한자리에서 있어야 한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확진자 알림 소리 문밖 나서기 두려워

마침 미용실을 방문한 여성 한 분을 만나 몇 달 만에 오게 됐냐고 물었다.

작년부터 쭉 못 온 것 같아요. 햇수로는 2년 됐네요. 원래 살짝 어깨선까지 왔었는데 이제는 허리 바로 위까지 내려오게 됐네요.

사실 우리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알림만 와도 문밖을 나서기가 영 두려워요. 집안에 기저질환자가 있거든요. 아쉬운 대로 앞머리는 면도기 트리머로 자체 커트를 하는 실정입니다.”

혹시 무슨 일 하는지 궁금하여 묻자 고객은 저는 24살 취준생입니다. 원래 독서실에 다녔지만 시국이 워낙 난리라 그곳도 안전하지 못해 집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그러니 굳이 미용실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없지 않겠어요. 오늘 자르면 한동안 또 존버(버티는 것)해야죠.”

주위 친구들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알바하는 친구들도 있고 취직한 친구들, 저처럼 취준생도 있고, 쉬고 있는 친구들도 있는데 거의 저랑 비슷해요. 마스크 쓰고 있잖아요. 또 집에 다들 바비리스 하나씩은 있고요. 일부러 미용실에 들러질 않아요. 염색약도 인터넷으로 사서 유튜브 보면 자세하고 쉽게 하는 방법도 다 나와 있으니 자르지 않는 한 들릴 일이 잘 없어요.”

대형샵은 대미지가 커

월세 걱정 없는 그날은 언제 올까?

혼자서 샵을 운영하는 미용인 A씨는 요즘 파마 손님과 염색 손님은 예전 같지 않고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커트 손님들이라고 했다.

대형샵은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대형샵은 또 다르죠. 손님들이 대형샵으로 가시는데 그곳도 그전만 못하다고 들었어요. 거의 좌석이 차거나 대기 손님이 있어야 그런 곳들은 연명하거든요. 특히 우리 같은 샵과는 손해 면에서 차원이 달라요. 대형은 겉으로는 멀쩡한데 대미지가 상당합니다. 가족들이 딸려 있거든요.”

그녀는 대한민국 소상공인들이 코로나 유행 때마다 들썩들썩해요. 하루빨리 집단면역이 생겨서 마스크 벗고 손님 맞고 싶어요. 월세 걱정 없는 그날은 언제 올까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