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화장지 선물하고 지구도 살리고

우유팩으로 어르신들에게 휴지를 선물하는 설미경 씨
우유팩으로 어르신들에게 휴지를 선물하는 설미경 씨

모은 지는 4년 정도 됐나 봐요. 어느날 우리 회사 쓰레기봉투 속을 우연히 들여다보는데 일반 쓰레기랑 같이 묶여 버려지는 우유팩을 발견했어요. 우유팩이 고급종이로 만들어진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 생각났는데 막상 망설여지더라고요.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고 고민했어요. 그러다 묶인 봉투를 풀고 그 속에 오염물이 잔뜩 묻어있던 그놈을 꺼내 흐르는 물에 씻었죠. 우유 썩은 냄새가 코를 자극했는데 그래도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 생각하니 사명감이 부끄러움을 넘어서더라고요.“

4월 첫날, 빈 우유팩을 햇빛에 말리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대산시 풍림아파트에 사는 설미경 씨를 만났다.

 

우유팩 들고 오면 휴지 준다는 말에 모으기 시작

그래도 요즘은 많은 아파트가 우유팩을 모으는 자루를 비치하고 있더라고요. 따로 분리 배출하면 재활용업체가 일괄적으로 수거해가는가 봐요. 4년 전만 해도 그런 게 어딨어요. 폐지와 함께 막 섞어서 버렸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설미경 씨는 어느날 친환경매장을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우유팩을 모아서 가지고 오면 휴지를 준다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우유팩을 모으기 시작했단다. 더구나 수입해 오는 천연펄프의 우유팩은 최고급 화장지를 만드는 자원이 된다기에 망설임 없이 실천에 옮겼다.

귀중한 자원을 그냥 쓰레기로 버린다는 것이 너무 아깝잖아요. 더구나 깨끗이 씻고 말려서 들고 가면 아주 질 좋은 휴지를 수거보상으로 주는데 마다할 이유도 없고요. 무엇보다 우유팩 모으기는 환경보존의 중요성은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물건이기도 했죠. 따지고 보면 제가 하는 일들이 지구를 깨끗하게 만드는 데 일조를 하는 것들이잖아요.”

 

우유팩은 버리면 쓰레기 모으면 자원

그거 갖다 뭐 하려고 그러냐고 하던 사람들도 제가 휴지로 바꿔오는 걸 보면서 신기한가 봐요. ‘버리면 쓰레기인데 모으면 자원이 된다는 걸 저도 새삼 실감하게 됐고요. 지금은 저를 아는 분들은 자연스럽게 우유팩이 있으면 씻어서 제게 주기도 합니다.”

지게차운전사 설미경 씨 우유팩으로 어르신 돕는 대신 여장부 설미경 씨
지게차운전사 설미경 씨 우유팩으로 어르신 돕는 대신 여장부 설미경 씨

설미경 씨는 현재 모 회사에서 대형 지게차를 운전하는 기사다. 아쉬운 것은 직장인이다 보니 자신이 사는 곳의 대산읍사무소에 가는 일도 그리 녹록지 않다. 이런 사실을 알고 서산시 대산읍 주민자치회 김기진 회장이 설 씨가 모은 우유팩을 들고 직접 읍사무소에 들러 휴지로 바꿔온다. 이것은 취약계층에게 나뉘게 된다.

 

새로운 소비트랜드로 자리 잡아야 할 때

회장님이 다른 거와는 달리 이건 정성이 가득한 휴지라고 엄청 고마워하시더라고요. 그 말씀을 듣는데 주저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싹 사라지고 얼마나 기쁘던지요.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알뜰한 자원이 되고, 자원이 모여 업사이클링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그러므로 또 나눔으로 연결되고…….

이런 일련의 것들이 우리 후손들에게 깨끗한 자연환경을 만들어주는 아주 뜻깊은 일로 이어지고요. 이제는 새로운 소비트랜드로 자리잡혀가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설미경 씨는 어차피 내면에는 누구나 자연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마음먹기가 힘들죠. 신축년에는 깊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실천으로 옮겨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 지구라는 별에 소풍 왔으면 이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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