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48

* 산책: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 [출처: 표준 국어 대사전]


산책은 고요하고 정적이며 자연 친화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단어다. 다만, 우리 아이들이 몸소 체험하고 열광하는 그 산책과는 다소, 아니 굉장한 차이가 있다.

다은다연 자매에게는 웃음소리가 꽤나 멋지고 호탕한 할아버지가 있다. 젊은 시절, 일에 쫓겨 정작 본인의 자녀들과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으나, 손녀들에게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시는 ‘김영춘’ 어르신이 그 주인공이다. 할아버지는 손녀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내셨는데, 그것이 바로 ‘산책’이다.

한 번도 따라가지 않은 아이는 있어도, 한 번만 따라간 아이는 없다는 바로 그 산책!!!

할아버지와의 산책에는 몇 가지 비밀이 숨어있다. ‘뽑기, 방방이, 마트, 놀이터’가 바로 그것이다. 산책의 비밀은 산책의 4단계와도 동일하다.

1단계는 뽑기다. 할아버지의 집 근처에 초등학교 문방구가 있는데 여기가 첫 번째 코스다. 뽑기는 한 판에 단 돈 100원. 주로 9등(사탕 한 알)을 뽑지만 가끔 앞번호를 뽑을 때도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스릴 만점이다. 뽑기를 인당 3-4판 하고 다음 코스로 이동한다.

할아버지와의 산책에는 몇 가지 비밀이 숨어있다. ‘뽑기, 방방이, 마트, 놀이터’가 바로 그것.
두 아이는 30분간 방방이를 뛰고난 후 슬러시를 마신다.

실내에 멋지게 꾸며 놓은 곳이 아니라 나 어릴 적에도 뛰어놀던 학교 앞 추억의 하우스표 방방이. 사방이 그물로 둘러싸인 방방이는 30분에 2천원이다. 30분간 땀이 나도록 신나게 뛰고 내려와 500원짜리 종이컵 슬러시 한 잔을 마시면 2단계 완료. 두 아이가 30분간 방방이를 뛰고 슬러시를 마신 비용은 합이 5천원.

운동도 실컷 하고 슬러시로 땀도 식혔으니 이번에는 3단계인 마트로 이동한다. 마트에서는 인당 3개까지 살 수 있다. 품목에 대해서는 무조건 허용으로 아이들은 평소에 사기 힘들었던, 주로 꽤 값이 나가는 사탕, 젤리, 초콜릿 등을 고른다. 장난감이나 인형이 포함된 것들은 가격이 어마어마하므로 할아버지가 마트에서 계산해야 하는 비용은 1만 원대에서 3만 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구입한 물건들을 할아버지에게 맡기고 이번에는 4단계인 놀이터로 향한다. 미끄럼틀, 그네, 시소 등을 골고루 타다가 저 멀리 기차가 지나가면 부리나케 놀이터 담벼락으로 뛰어간다. 기차 구경은 산책의 덤이다.

할아버지와의 산책은 엄마와 아빠에게 약 두 시간의 자유를 선사한다. 현관 도어락 소리와 함께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면 나는 ‘솔’ 톤의 목소리로 아이들을 맞이한다. 옷을 벗고 손을 씻는 와중에도 재잘대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신남이 묻어있다.

마트에서 사 온 것들을 하나하나 펼치는 아이들의 동작은 경쾌하다. 달달이 간식부터 장난감인지 먹거리인지 언뜻 구분하기 힘든 것까지 다양한 것들이 등장하고 그걸 보는 어른들도 덩달아 신이 난다.

손녀들에게 할아버지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한 산책은 과히 성공적이다. 특히 한번 안아보기는커녕 손조차 잡기 힘들었던 다연이를 단숨에 할아버지의 팬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최근 할아버지가 허리 시술을 하셨다. 가족들 모르게 그동안 아픈 허리로 아이들 손을 잡고 다니신 거다. 총 5회 시술 예정이라니 당분간은 산책이 힘들지도 모른다.

새 학기가 되어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들 등원을 할머니가 도와주기로 하셨다. 할아버지도 함께 오는 줄 알았던 아이들은 할머니의 단독 등장에 적잖이 실망한 눈치다. 대신 할머니가 하원 후 가끔 집 앞 편의점에 데려가시니 앞으로 할머니의 인기도 점점 더 상승되지 않을까 짐짓 짐작해보는 바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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