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20년째 미용봉사를 하는 백미희 영진미용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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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20년째 미용봉사를 하는 백미희 영진미용실 원장
  • 최미향 기자
  • 승인 2021.03.01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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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자를 때 되면 어르신들이 우리만 기다리는데 코로나가 길을 막네요”
백미희 영진미용진 원장
백미희 영진미용진 원장

저 왔어요 할머니.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이 머리는 누가 잘라준 거예요?” 할머니는 그저 백씨의 손을 쓸어주며 힘없이 눈만 끔벅이셨다. 누군가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뚝 잘라놓으셨다. 백 씨의 눈길을 의식한 며느님 A씨가 제가 잘라드렸어요. 모시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두고 보자니 덥수룩하고. 오실 줄 알았으면 조금만 더 참을 걸 그랬습니다.”

코로나가 문제였다. 벌써 20년째 미용봉사를 해왔지만, 올해만큼 발이 묶인 적도 없었다는 백미희 영진미용실 원장.

한 달에 한 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어르신들을 찾아뵙는데 글쎄 지난해에는 딱 3개월 정도밖에 미용봉사를 못 갔어요. 그래도 이렇게 방문하는 곳은 다행이에요. 요양원은 아예 출입 자체를 할 수 없어 그분들 머리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자체적으로 잘하고들 계시겠지만요.”

20년째 미용봉사...다들 내 부모님같아

서산시미용협회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서산시 석남112 영진크로바아파트 상가에서 10여 평 규모의 미용실을 운영하는 백미희 원장은 서산시 관내 거동이 불가능한 환자들이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 등 이래저래 힘들게 사시는 분들의 미용봉사를 벌써 20년째 하고 있다.

매년 한 달에 한 번 보건지소랑 연계하여 협회 회원들과 같이 각 마을에 흩어져 머리봉사를 해요. 이렇게 나가다 보면 우리만 기다리는 분들이 계세요. 고맙다고 고구마도 쪄놓고 수세미도 떠 놓고 저희를 기다려요.

지난달에는 정말 간만에 서산시 팔봉면 대황리로 나갔는데 자식들이 사다 넣어놓은 베지밀을 애지중지 들고 와 제 손에 꼭 쥐여주는 할머니도 계셨어요. 그걸 저희가 어떻게 받아요. 그분들의 간식거리인 걸 잘 아는데.

배부르다고 하고 다시 손에 쥐여 드렸더니 제 손을 꼭 잡으시며 토닥여 주시는 거 있죠. 다음 달에 또 보자면서요. 그런데 아직 못 갔어요. 이놈의 코로나가 다시 발목을 잡네요.”

백 원장은 시골에서 불편한 몸으로 사시는 분들을 보면 다들 부모님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분들은 저희를 친딸처럼 좋아해 주시는데 작년에는 여름에 두 달, 12월에 겨우 한 달 나가곤 여태 못 뵀어요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미용실 안에 손님있으면 그냥 지나쳐

미용실은 코로나 피해가 어느 정도냐고 묻자, 평상시 매출의 딱 절반 수준이라며, 그래도 사람도리는 하고 살아야 하니 이리저리 힘든 것 다 마찬가지라고 했다.

영업이 안된다고 봉사까지 접으면 안 되지요. 우리 협회 회원들이야 가진 기술이라곤 이것밖에 할 수 없어 머리만 깎아 드리지만, 그래도 주위에 다른 분들 봉사하는 것 보면 이 어려운 시국에 참 대단하대요.”

코로나 이후 미용실 풍경에 대해 자세히 여쭙자 백 원장은 한동안 미소만 머금으며 유리창 너머로 행인들을 향해 눈인사를 하기도 했다. 아마도 아파트 주민들이 주 고객이다 보니 얼추 아는 분들이 태반이듯 싶었다.

지난해야 말씀드리지 않아도 다들 비슷한 현상들일 거예요. 머리 깎으러 오시다가도 손님이 계시면 그냥 나가셔요. 또 바깥에서 유리창으로 실내를 들여다보시곤 사람 있는 걸 알고 그냥 가버리시기도 하고요. 혹시 모르니 꺼리는 거지요.

그래도 올해 구정 지나고부터는 조금씩 나아지는가 싶더니 요즘 다시 서산에 몇 명씩 나오니 다시 걸음이 뚝 끊어지네요.”

어르신들 미용봉사 하도록 코로나 제발 물러가길

코로나 이후에는 행사한다고 머리 올리는 분들도 사라지고 없다는 백미희 원장은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희는 가게가 힘들다고 건물주께서 두 달 치 임대료 전액을 받지 않으셨어요.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저는 그래도 애들 다 결혼시켰고, 남편도 직장을 가지고 있어 덜해요. 그런데 아직 아기들 어린 집들은 고전하는 것 같더라고요. 작년에는 비대면까지 있어서 젊은 미용협회 회원들은 자녀들 돌보라, 수업 챙겨주랴, 출근하랴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웠답니다.”

백씨는 코로나 이후에는 안전안내문자만 날아들어도 심장이 녹아버릴 것처럼 불안하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혹시나 사람 잡는다는 것이 바로 요즘 같은 시대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단다.

올 한해 꿈이라면 코로나가 제발 없어져서 사람 좀 만났으면 좋겠어요. 특히 그중에서도 우리 서산시미용협회 회원들을 애타게 기다리시는 시골 어르신들에게 마음껏 미용봉사 좀 하게 그분들을 제일 먼저 만나고 싶네요. 그러니 하루빨리 백신 접종으로 대한민국 모두가 집단 면역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마스크 벗는 그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어요.”


백미희 서산시미용협회 회장이자 영진미용실 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4차 지원금이 우리 미용인들에게도 해당되기를 바래요. 다들 잘 버티고는 계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장기화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부디 코로나가 하루빨리 없어져서 소상공인들이 어둠의 터널에서 하루빨리 헤어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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