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극’이라는 용어가 있다. 철이 산소를 만나면 산화한다. 녹이 스는 것이다. 산소가 풍부한 바다의 경우에 녹에 의한 철의 부식이 빨라진다. 목재로 된 배도 있지만 대형 선박은 대부분 철제다. 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작업 중에 하나가 녹스는 것을 막는 일이다.

철보다 더 쉽게 산화되는 물질을 철 위에 덧대어 놓으면 철을 대신해 녹이 슬어 철은 녹슬지 않는다. 철의 내부에서 발생한 전자를 이런 물질이 넘겨받아 산소와 먼저 결합하는 것이다. 이것을 희생양극법이라고 한다. 아연이 바로 희생양극이다. 한때 건축에서 외부에 노출된 건물 외장재로 ‘함석’을 사용했다. 함석지붕은 마치 저렴한 외장재로 취급되지만 특수한 기능이 있다. 내부식 효과가 뛰어 났기 때문이다. 함석은 아연이 도금된 철강재이다. 철과 아연 중에서 아연이 쉽게 이온화되기 때문에 아연이 있는 한 철은 녹슬지 않는다. 희생양극에는 아연 이외에도 마그네슘이 있다. 지하 수도관이나 선박에 아연이나 마그네슘을 구리로 연결하거나 용접했다.

☞ZINKE

순수한 아연을 얻는 기술은 아랍에서 시작했다. 산화아연을 숯으로 환원시키면 높은 온도에서 아연은 증기상태가 된다. 이때 공기와 접촉하지 않고 아연증기를 응축시키면 금속 아연을 얻을 수 있다. 공기와 접촉하면 다시 산화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증류법이다. 아연의 이름은 독일어로 ‘뾰족한 끝’을 의미하는 zinke에서 따왔을 가능성이 크다. 증류한 금속 아연이 바늘모양이었기 때문이다.

☞SEXUAL FUNCTION

아연은 지각에 스물네 번째로 많은 원소이다. 이렇게 풍부한 원소는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 성인은 하루에 5mg의 아연이 필요하다. 우리 몸의 다양한 효소가 동작하는 데 아연이 필요하다. 특히 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 등의 효소작용에 관여해서 성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바람둥이의 대명사인 카사노바가 아연이 많이 함유된 생굴을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는 괜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