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44

엄마와 딸 다연이
엄마와 딸 다연이

6살 아들을 키우는 친구가 병원에 다녀왔다고 운을 뗐다. 과일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가 새끼 손톱만한 장난감을 콧구멍에 넣고 우는데, 때마침 병원 점심시간이라 여기저기 전화해서 진료를 봐주십사 사정사정하고, 겨우 봐준다는 곳을 찾아 우는 아이를 챙겨 달려갔다는데, 그 정신없이 분주했을 상황이 듣는 내내 눈에 그려졌다. 6살이라 구강기는 지났으니 안심하고 작은 장난감을 줬는데 코에 넣는 일이 벌어졌다며 친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니 떠오르는 아이가 있다. 다은이보다 5개월 먼저 태어난 똘똘한 아이였는데 3살 때 콩으로 촉감놀이를 하다가 한쪽 콧구멍에 콩 한 알을 쏙 넣어버린 것이다. 동네 소아과를 거쳐 규모가 큰 병원에 가서야 겨우 콩을 뺀 후 이 아이의 엄마는 집안에 있는 콩이란 콩은 모두 꽁꽁 숨기고 코에 넣지 않도록 설명했다. 그런데 며칠 후 방문한 옆집친구의 주방놀이 장난감 그릇 속에 마침 콩이 들어 있었고, 아이는 지난번 그 콧구멍이 아닌 반대편 콧구멍에 콩 한 알을 마저 쏙 집어넣었다. 두 번째로 겪는 일인지라 모녀는 비교적 침착하게 지난번 치료했던 병원에 가서 콩을 빼고 왔다는 사연이었는데 지난 일을 말하는 친구도, 듣는 나도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친정엄마에게도 몇 번 들은 적 있는 콩 사건. 그건 바로 셋째언니의 어릴 적 이야기다. 언니도 콩을 콧구멍에 넣은 것이다. 아프다고 눈물, 콧물 흘리며 우는데 콧물을 따라 흘러나오는 콩이 보였다고 한다. 언니가 흐르는 콧물을 들이마시니 콩이 다시 코로 빨려 들어갔다가 또 콧물이 흐르면서 밖으로 나오고, 그렇게 들락날락하던 콩이 생각나 가끔 추억을 꺼낼 때마다 엄마는 웃었다.

둘째 다연이
둘째 다연이

내가 기억하는 장면도 있다. 잘 놀던 다연이가 갑자기 찡찡대며 울었는데 그때 흘러나온 콧물을 따라 하얀 조각이 보였다. 휴지를 작게 뭉친 조각이었다. 아이를 붙잡고 흥 코를 풀리자 그 작은 아이의 코에서 무려 3조각이 나왔다.

코피가 난 다은이에게 지혈 과정에서 코에 휴지를 돌돌 말아 끼워준 적이 몇 번 있는데 그걸 다연이가 따라한 적이 있었다. 휴지를 넣었다가 못 빼면 안된다고, 코가 아파진다고 힘주어 말해도 몇 번이나 시도하더니 나 몰래 면봉 솜처럼 작게 뭉친 휴지조각을 어느 틈에 넣었나보다. 깊숙이 넣어 빠지지 않던 휴지조각은 코 점막을 자극했고 콧물과 통증을 유발했겠지. 그렇게 빼 냈으니 다행이다. 한번 겪었으니 다시 같은 일을 하지는 않겠지 싶었으나 다연이는 같은 행동을 이후에도 몇 번은 더 했던 것 같다.

다은이와 다연이 자매
다은이와 다연이 자매

콧구멍이 이렇게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체부위였나? “얼굴 가운데 위치한 동글동글 두 개의 귀여운 구멍, 숨을 쉬기 위해 꼭 필요한 구멍, 감기에 걸리거나 코 점막이 건조할 때면 콧물과 코딱지가 만들어지는 구멍, 짧은 털들이 속을 가득 메워 먼지와 이물질을 걸러주는 구멍. 이 앙증맞은 구멍은 무엇일까요?” 잠시 후면 하원하는 딸들에게 물어 보아야지.

방귀, , 오줌과 함께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콧구멍, 코딱지이므로 내가 말을 꺼내는 순간부터 두 아이는 깔깔대며 웃기 시작할 것이다. ^^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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