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43

2018년 4월 제왕절개 분만 후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조리원에 입소한지 이삼일 만에 가위눌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2018년 4월 제왕절개 분만 후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조리원에 입소한지 이삼일 만에 가위눌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가위라곤 싹둑싹둑 자르는 가위 밖에 모르던 나는, 누가 가위에 눌린 경험을 들려주면 그렇게 신기하고 흥미로울 수 없었다. 가위에 눌려 몸이 움직여지지 않을 때 손가락이나 발가락부터 까딱까딱 움직이면 서서히 마비된 몸이 풀린다는 대처법도 신기했다. 나는 기가 약하지 않으므로 가위에 눌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간직한 채 남들의 얘기를 들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남들 겪는 일 나한테는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그 생각은 자만이었다. 20184월 제왕절개 분만 후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조리원에 입소한지 이삼일 만에 가위눌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제왕절개를 한 병원에서는 낮에만 수유를 하는 시스템이었기에 아픈 몸을 회복할 여유가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낸 후 산후조리원으로 옮겼다. 내가 배정받은 방은 어둡고 뭔가 음침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그런 느낌은 애써 무시한 채 짐을 풀었다.

첫째 때 젖몸살, 유선 막힘, 유선염 등으로 워낙 고생을 많이 했던지라 이번에는 모유수유로 인한 고생을 더는 하고 싶지 않았다. 모유 양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자주 유선을 비워 주는 게 답이라 생각하여 밤낮가리지 않고 수유 콜을 받았다. 훗배앓이와 끊임없는 수유 콜을 겪으며 보낸 이틀째인가 삼 일째인가, 여하튼 그즈음 밤에 그 일이 일어났다.

자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얼핏 보니 침대 옆쪽에 단발머리의 여자가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귀신인가? 눈을 떠볼까 말까 수십 번 고민했다. 눈을 떴다가 혹여나 단발머리 여자와 눈이 마주치면 어쩌지? 요즘엔 사람이 제일 무서운데 쳐다봤다고 해코지를 하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살짝 눈을 떴는데도 여자가 보여 다시 눈을 감았다. 너무 생생한 느낌이 들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조리원에 몽유병 환자가 있나? 몸이 눌리는 느낌은 없었지만 꼼짝하지 못한 채 겁에 질린 상태로 제법 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아침이 되어 원장님께 간밤의 꿈(인가 생시인가?)을 언급하며 방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혹시나 여기서 죽은 사람(귀신인가?)이 있는지도 살짝 물었다. 단발머리의 산모들(몽유병인가?)을 보면 의심하는 마음이 들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죄송합니다)

반대편 라인의 밝은 방으로 이사를 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여전히 밤낮 가리지 않는 24시간 모유수유 대기상태로 지냈지만 그런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그 후로 순간순간은 더디지만, 지나고 보니 순식간이었던 2년 정도의 시간이 훅 지나갔다. 밤에 아이들 재워놓고 책 읽는 게 낙이었던 작년, 자제하지 못하고 새벽까지 책을 보다 3시쯤 자리에 누운 날이었다. 뒤척이다 잠이 들었는데 한 남자의 얼굴이 내 얼굴 위에 보였다. 위쪽에 멀리 있던 얼굴이 가까이로 훅 내려오면서 내 몸이 아래로 꾸욱 빨려드는 느낌이 들었다 풀려나기를 여러 번, 잠결이지만 바로 옆에 있는 다은이에게까지 이 사악한 기운이 전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다은이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꿈에서 깨어나려고 애썼다.(이번에는 꿈이 확실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다은이가 무서운 꿈을 꿨다며 울면서 깨어났다. 떠올리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아 무슨 꿈인지 묻지 않았다.

꿈도 옆 사람에게 전이가 될까? 세상에는 예상치 못한 일도 수없이 일어나므로 어쩌면 예스일지도 모르겠다. 진짜 그렇다면 달콤하고 기분 좋은 꿈만 전해지면 좋겠다.

두 아이를 낳은 후 겪게 된 가위눌림, 몸이 지쳐있을 때 나타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이를 낳는다는건 나의 기운을 나누어주는 것이므로 한해한해 지날수록 컨디션 유지에 더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선잠에 든 다은이가 나의 기척에 감았던 눈을 뜨며 엄마 나 왜 깨워? 지금 구름빵 먹는 꿈꾸고 있었단 말이야라며 귀여운 잠투정을 했다. 구름빵을 먹고 두둥실 하늘을 나는 꿈, 생각만 해도 재미있다. 내 작고 어린 아이가 건강한 기운으로 신나고 즐거운 꿈을 꿀 수 있어 다행이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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