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 실전-①

장기 프로 初단 장하영
장기 프로 初단 장하영

1. 상대 기물을 묶어두라

장기의 재미는 상대방 기물을 잡는 데에 있다. 그러다 보니 당장 기물을 잡지 못하면 상대의 묶였던 기물을 풀어주고 다른 기물을 노릴 때가 많다. 그러나 상대 진영의 기물이 묶였을 때는 풀어주지 말고 그냥 놓아두는 것이 좋다. 더 나아가 완전히 엮고 엉키게 하여 꽁꽁 묶으면 더 좋다.

2. 상대 기물 진로의 멱을 잡아라.

장기 초급자에서 중급자로 넘어갈 때 반드시 배워야 할 기술이 있다면 기물 멱잡기 기술이다. ‘멱잡기란 상대 기물의 길목 중간에 서서 못 움직이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장기 초급자들은 상대의 기물을 잡는 데에만 집중한다. 상대 기물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드는 데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 기물이 움직일 활로를 열어주게 되고 대국이 진행될수록 점점 불리해지게 된다. 따라서 당장 이득은 없더라도 멱잡는 기술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3. 대국 초반 모양을 잘 갖추자.

() 진영이 선수효과만 잘 살린다면 먼저 공격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좋은 포진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칙 몇 가지만 지키면 된다. 그러나 이를 망각하고 본인의 생각대로 분별없이 두다가 오히려 역공을 당하고 망치는 대국이 종종 있다. 장기 대국 초반은 모양 싸움이다. 서로 포진을 갖출 때 최대한 좋은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모양이란 움직일 공간도 넓고 기물 간에 상호 연결되어 있을 때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기물들이 전반적으로 전진되어 있고 서로 쌍을 이루어 퍼져있을 때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차()나 포() 같은 시야가 넓은 기물들은 꼭 쌍을 이룰 필요는 없다. 자체적으로 독립 작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4. 희생할 때는 과감히 희생하고 다음 기회를 노려라.

장기의 패인 중 하나가 희생할 기회를 잡지 못해서다. 무슨 엉뚱한 얘기일지 궁금해할 독자가 많을 것이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해보자. 졸 하나를 상대 진영 상이 노렸다. 그러나 졸 위치가 좋기도 하고 마땅히 피할 곳이 없어 합졸하여 그 졸을 지켰다. 그런데 상대 진영에서 마로 다시 그 졸을 늘고 늘어졌다. 나도 피할 순 없으니 내 마로 그 졸을 지켰다. 다시 상대 진영 상이 포로 그 졸을 잡자고 늘어졌다. 나도 손해 볼 수 없다. 이번에는 차로 지켰다. 그런데 상대에서 그 졸을 차로 잡자며 달려들었다. 아뿔싸. 이제 그 졸을 지킬만한 기물이 없다. 그렇다면 그 졸 하나 손해로 끝날까? 일반적으로 그 졸 하나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기 때문에 진영 모양이 헝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졸 하나 손해가 아니라 장기 전체의 패인이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장면은 장기를 두다 보면 흔히 보고 겪게 된다. 물론 궁을 빼면 기물이 15개에 불과하니 기물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옳다. 그러나 기물 하나를 살리기 위해 장기 전체를 망쳐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살려내기 어려운 기물은 과감히 희생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얻어내야 할 것이다. 필자의 경험상 그 보상은 보통 기물의 좋은 배치와 모양또는 선수(先手)’였다.

 

5. 작전 반경을 넓혀라.

서로 수비형 장기를 두는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대국을 이끌어가는 것이 유리할까? 안마당을 넓혀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작전 반경을 넓혀야 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졸()의 진출을 통하여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힐 수 있다. 물론 장기는 바둑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땅이 넓다고 하여 이기는 것이 아니다. 상대 기물을 잡아야 이긴다. 하지만 졸()이 진출하여 영역이 넓어져 기물이 움직일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진다. 그만큼 다양한 작전을 구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은 응축되고 움직임이 매우 둔해진다. 더군다나 졸()이 밀고 올라오면 그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은 발이 느리지만, 공격력은 차()에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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