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42

# 하나

이상한 일이다. 애초에 결심한 일이 아니었는데 미용실에 가볼까 고민한 순간부터 갑자기 내 머리카락이 견디기 힘들어졌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파마를 하고 싶다고 하니 아직 미용실에 갈 필요는 없겠다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뱉고 나서부터 내 머리카락이 더욱 견디기 힘들어졌다.

다음 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미용실에 갔다. 새로운 헤어스타일은 적응하기 전까지 나조차도 어색할 때가 있어 혹시 모를 실패를 염두에 두는 까닭이다.

새로운 머리가 마음에 드는지의 여부를 떠나 미용실에 다녀 온 날은 확실히 기분전환이 된다. 긴 머리를 싹둑 잘라냈을 때의 세상모를 가벼움, 매직 스트레이트를 통해 곱슬거리는 잔머리에서 해방되는 청량감, 탱글탱글 손끝에서 느껴지는 웨이브의 쫀득한 텍스처, 이 세 가지 느낌만으로 충분하다. 내 얼굴에, 내 이미지에 어울릴지 말지는 그 다음 생각 할 일이다.

이번에도 역시 머리를 손질한 후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한결 좋아진 기분으로 알스트로에메리아 한다발을 사고 몇 가지의 볼 일을 본 후에야 집으로 왔다. 미용실이 아닌 우리 집 거울로 다시 본 나의 새로운 웨이브 머리는, ... 앞으로 며칠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다은이가 머리하는 날
다은이가 머리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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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뽀글뽀글 파마하면 참 귀엽던데 지독히 머리가 길지 않는 우리 다은이는 언제쯤 미용실에 갈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긴 머리를 유난히 부러워하던 다은이가 머리 길면 파마하고 싶다고 말할 때 그렇게 애처로울 수 없었다.

그러던 다은이가 머리를 자르고 싶다고 했다. 친구가 단발머리로 잘랐는데 자기도 그렇게 자르고 싶다는 말이었다. 자르는 것쯤이야 충분히 가능하지,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호기롭게 다은아, 곧 다은이 생일이니까 우리 생일 기념으로 주말에 미용실 가자고 대답했다. 다은이는 신난다며 깡충깡충 뛰었다.

내 계획을 들은 남편도 펄쩍펄쩍 뛰었다. 지금보다 머리카락이 더 짧아지면 너무 아기 같아 보일 거라나. 바가지머리를 한 아이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다은이는 그 정도로 짧게 자를 건 아니니까 나의 계획을 밀고 나갔다.

온 가족을 대동한 미용실 방문에 다은이는 살짝 긴장하고 있었다. 윙윙 드라이기 소리에 사람도 거울도 많고,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딴에는 낯설었을 것이다. 머리카락을 자를 주인공은 따로 있건만 남편까지 덩달아 긴장과 걱정을 했다. 지겨워하는 다연이를 핑계 삼아 남편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는 나가는 순간까지 끝부분만 살짝 다듬어야 한다, 어깨선 위로 올라가면 안 된다고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 ‘허 참! 그건 미용사와 상의해서 결정할 일이고!” 아빠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혀끝까지 나 온 문장을 삼켰다.

드디어 다은이의 차례! 긴장하며 의자에 앉는 모습이 가엽다. 귀 밑에서부터 조금씩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이 아까워 한 줌 주워갈까 생각하다, 잘린 만큼 속도를 내어 석석 자랄 머리카락을 희망하며 단념했다.

다은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수줍게 웃었다. 가벼워진 머리끝만큼의 희열을 느낀 걸까? 소리 없이 배시시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살며시 안아주고 격하게 감탄했다.

그날 미용실을 나서며 만난 아빠는 예쁜 커트머리의 소녀를 보고 함지박 만하게 벌어진 입을 쉽사리 다물지 못했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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