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41
미래에 태어날 아이는 염두에 두지 않고 가구를 골랐다. 결국 모서리가 날카로운 책상과 거실 테이블, 거추장스러운 홈바 의자는 옷방으로 배척당한 채 무용지물로 전락했다.(테이블을 섣불리 꺼냈다가 아이 눈가가 찢어지는 사태 발생 ㅠㅠ)
그 방은 이후 여러 가지 물건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옷방 겸 창고방’으로 탈바꿈했다. 지저분한 모습을 숨기려 문을 꽁꽁 닫아두자 북쪽 방 특유의 냉기가 감돌았고 어두침침한 분위기마저 풍겨왔다.
아이들이 조금 크면서 거실테이블은 모서리보호시트를 붙여 거실로 내 놓았지만 여전히 책상위에는 의자와 범퍼침대 가드, 이외의 자잘한 물건들이 쌓인 채로 있었다. 매트와 트램펄린, 장난감을 배치해 놀이방으로 바꾸려 했지만 차고 스산한 기운은 어쩔 수 없었다.
한편, 나는 복직을 앞두고 변화를 원했다. 나태해진 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고나 할까. 고민하던 중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 된다’라는 책을 알게 되었고 저자 김유진 변호사의 조언대로 새벽기상을 결심했다.
‘5시에 눈을 뜨고 양치, 세수 후 따뜻한 차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리라. 2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 무엇이 되었든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채우리라. 아내와 엄마로 살던 5년을 뒤로하고 나 자신을 찾으리라.’
그러려면 나만의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나의 독서 공간은 주방이었는데, 그 곳은 가족 누구에게나 오픈된 저잣거리 같아서 무언가를 집중하기란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었다. 남편과 상의 끝에 ‘옷방 겸 놀이방 겸 창고방’ 정리에 돌입했다. 물건을 옮기고 위치를 바꾸자 감쪽같이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렇게 ‘서재 겸 놀이방’이 탄생했다.
나는 책, 독서대, 노트북과 스탠드, 발받침대로 영역 표시를 했다. 비로소 잃었던 내 공간, 내 책상이 생긴 것이다. 고개를 뒤로 하면 알록달록한 놀이매트에 인형, 장난감이 즐비하지만 책상 앞에 앉으면 그곳은 나만의 성지가 된다.
맛있고 향기로운 과일허브차까지, 하드웨어는 세팅되었으니 다음은 실천할 차례다. 아이를 재우면서 밤 10시에 자고 새벽 5시 알람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 차를 마시며 나만의 시간을 보낸 지 오늘로써 3일째. 인스타그램을 보며 새벽기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후발주자로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게 되었다는 점이 설렌다. 자기계발과 성찰의 시간을 통해 새로운 인생의 여명을 밝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