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통막걸리' 엄마의 집에는 찬바람만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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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통막걸리' 엄마의 집에는 찬바람만 불었다
  • 최미향 기자
  • 승인 2021.01.09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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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소상공인 현장 취재】 통막걸리 가게를 운영하는 장순녀 여사

장 여사 “새해 소망은 내 건강 잘 지키고 자식 잘 사는 게 평생소원”
코로나와 폭설 그리고 한파로 오지않은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통막걸리 장순녀 여사
코로나와 폭설 그리고 한파로 오지않은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통막걸리 장순녀 여사

엄마에게 식당은 경건한 약속

엄마의 식당에는 인생이 묻어있다

엄마는 아무도 오지 않는 식당을 오늘도 지키고 있다. ‘통막걸리식당을 운영하는 장순녀 씨가 바로 우리 엄마다. 내가 엄마를 기억할 때부터 우리 엄마는 식당에서 일하고 계셨고, 학교에 다니고 군대에 가면서도 엄마는 여전히 찬물에 손을 담그시며 식당 일을 하셨다. 내 나이 벌써 40이 넘었으니 엄마의 식당도 그만큼의 나이를 먹었다.

우리 엄마는 당신 생일날에도 미역국 대신 사람들 상에 낼 전을 만들었고, 심지어 암 수술을 하고 회복 후에도 다시 나와 식당 한편에서 일을 하셨다.
우리 엄마에게 일한다는 것은 마치 삶을 살아내는 것만큼 경건한 약속이다. 당신이 숨을 쉬고 살아가는 길에 식당이란 친구를 만나 동행하는 것 같은, 그래서 엄마의 식당에는 인생이 묻어 있다.”

통막걸리 식당을 운영하는 장순녀 여사의 아들인 조기홍 씨에게 엄마 가게에 관해 묻자 단박에 줄줄 이어져 나오는 엄마의 스토리였다.

서산시 석림323에 위치한 통막걸리식당은 오후 2시부터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식사 대신 막걸리 한 사발에 눈물을 흘리고, 막걸리 두 사발에 꿈을 추스르는 사람들의 사랑방 통막걸리 식당. 이곳에도 코로나의 한파는 거세기만 했다. 차라리 식사 위주의 식당이었다면 그래도 한숨 돌릴텐데 그도 아닌 소위 어정쩡한 선술집 같은 곳이다 보니 2단계가 발령된 지금은 오가는 손님이 아예 뚝 끊긴 상태다.

멍하니 손님을 기다리는 엄마의 식당

연세 드신 엄마를 위해 배달 앱, 시작과 동시에 폭설로 중단

보다 못한 아들 조기홍 씨가 연세 드신 어머니를 대신해 지난 6SNS에 글을 올렸다.

어머님 아무 말씀 없으시고 고민만 하는 옛 분 스타일이시다. 장사 안돼서 힘들단 말씀도 안 하신다. 그래서 준비했다. 통막걸리 포장배달서비스.... 어머님 웃는 그날까지 쭈욱

하지만 배달 시작 첫날, 폭설과 한파가 서해를 강타했다. 결국 다시 그의 SNS 방에는 눈길 위험한 관계로 배달 멈춰요라는 글귀였다.

기자가 찾아간 8일 저녁, 불금이었지만 빙판길을 뚫고 오기에는 여전히 무리가 따랐는지 손님이 없었다. 하지만 엄마 장순녀 여사는 이날도 주방을 지키고 있었다. 오후 2시부터 나오긴 했지만 개시까지는 아직 꽤 긴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았다.

요즘은 평균 몇 테이블 오냐고 묻자 초저녁에 2~3명 정도가 한두 테이블 와서 막걸리 한잔먹곤 금방 일어난다“4인 이상은 금지니 어쩔 수 있냐며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아드님이 배달 앱을 신청하셨는데 주문은 좀 들어오냐?”고 묻자 웃으시며 잠시 허공을 바라보았다. 한참 묵묵히 손을 움직이시더니 앱 깔고 저녁 5시 정도부터 배달 시작과 동시에 폭설이 내려 업체들이 배달을 못 하게 됐다. 그나마 우리 아들이 어디에 올렸는지(SNS) 그거 보고 한두 팀이 직접 와서 찾아가시더니 그나마도 뚝 끊어졌다. 안전이 우선이니 어쩌겠나. 이제 코로나가 눈까지 잠식해버렸다라며 허탈해했다.

암 투병으로 고생했지만 여전히 당당하신 엄마

장순녀 여사의 새해 소망은 건강과 자식 잘되는 것

힘 빠진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 조기홍 씨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었다.

요즘 같으면 문 여는 것이 고역일 텐데도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가게 문을 여신다. 차라리 쉬시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제 말에 엄마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시며 그냥 어제처럼 오늘도 이렇게 문을 여시고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너무 가슴아프다.

어떨 땐 이틀 동안 손님이 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저녁에 도와주러 오는 아들 앞에서는 짜증을 내거나 힘들다는 말 한번 하지 않으신다.

우리 엄마에게는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들이 있다. 당뇨약과 건강보조식품을 그 외 고정지출 등.... 무엇보다 한때 유방암 판정을 받으시고 수술 등으로 고생깨나 하신 엄마에게 약값은 만만찮은 금액들이다. 요즘 같으면 약값은 고사하고 전기세도 안 나올 정도로 힘드신데 그래도 끄떡하지 않으시고 잘 참아내신다. 아들 된 도리로서 괜히 엄마 보기에 죄송하다.”

장순녀 여사가 만든 음식에는 인생이 묻어있다.
장순녀 여사가 만든 음식에는 인생이 묻어있다.

엄마의 지난 65년 인생 중 가게 하나로 이렇게 힘 빠진 적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옆에서 보기에 안쓰럽다는 조기홍 씨는 폭설이라도 빨리 그쳐 배달이라도 뚫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빨리 코로나가 안정되어 엄마의 식당이 예전처럼 활기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기홍 씨의 어머니 장순녀 여사는 새해 소망을 묻는 말에 새해 소망은 좀 건강했으면 좋겠고 특히 우리 자식 잘 사는 게 평생소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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