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39

아빠와 엄마의 바람은 늘 두아이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
다은이와 다연이

<2020. 12. 31. 빵점아빠의 일기>

오늘은 1231일, 39세의 마지막 날이다. 내 나이가 40이 되다니ㅠㅠ

혼자였으면 슬펐겠지만 내 분신들, 7살이 되는 다은이와 4살이 되는 다연이가 함께여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새해가 밝으면 지난 한해를 반성하고 새로운 소원을 빌게 된다. 아빠는 지난 한해 다은다연이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을 반성한다. 2021년에는 다은다연이에게 더 잘해 주는 것이 새해 소원이자 소망이다. 부디 꼭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

새해가 되면 엄마가 주부에서 선생님으로 돌아가게 되고, 할머니가 우리 집에 와서 다은다연이 등·하원을 도와주시게 된다. 변화된 환경에 모두 다 잘 적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양가 부모님과 형제·자매들, 이하 자손들까지 모두가 무탈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2021. 1. 1. 빵점엄마의 일기>

우리 엄마는 마흔에 늦둥이를 임신하여 마흔하나에 마지막 출산을 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밭일을 많이 하던 엄마는 뽀글 머리에 검게 그을린 얼굴로 어린 막내딸과 가끔 시장에 갔다. 장을 보기 전, 우리 엄마는 어린 나를 등에 업고 경주 시내를 돌고 돌아 기어이 리어카 말을 찾아냈다. 신나게 말을 타는 막내딸의 웃음 한방이면 그 수고로움이 말끔히 해소되던 엄마였다.

그렇게 즐거운 시장 나들이는 내가 타인의 눈을 어느 정도 의식하게 되면서부터 상처로 변모했다. 물건을 살 때마다 눈치 없는 시장 상인들이 나를 손녀냐고, 엄마를 할머니냐고 자꾸 물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얼굴이 빨개졌다.

올 한해 가족들 모두 건강하기를 소원하는 최윤애 교사 부부
올 한해 가족들 모두 건강하기를 소원하는 부부

 


젊은 엄마를 갖는 것이 불가능하였으므로 나는 미래의 내 아이들에게 젊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 막연한 바람은 내가 32세에 결혼을 하고 34세에 출산을 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둘째를 37세에 낳았으니 최소한 우리 엄마보다는 젊은 나이에 출산을 했지만 33, 36세의 나이차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시대의 흐름으로 치자면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니지만...)

나와 동갑인 남편은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둘째가 대학을 졸업할 때면 우리가 예순이라고. 예순이 되어 꽃다발을 들고 졸업식에 참석하는 나를 상상하는 것은 참으로 까마득하다.

202111, 마침내! 아니, 드디어! 나는 마흔이 되었다. 마스노 슌묘의 책 제목처럼 마흔이면 불혹인 줄 알았는데 여전히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자신이 조금은 애처롭다. 불혹이 되었으므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새로이 시작하고 싶다.

새해 첫 날, 나는 장범준의 노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 진거야를 흥얼거리며 고유한 향을 가진 단단한 사람이 되기로 스스로와 약속해 본다.

최윤애 보건교사
보건교사 최윤애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