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35

용돈이 생기면 아빠돼지 주는 다은이, 마트 가는 다연이
용돈이 생기면 아빠돼지 주는 다은이, 마트 가는 다연이

신기한 일이었다. 외할아버지가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이름을 수차례 불러도 멀찍이 떨어져 거리를 유지하던 아이들이, 돈을 내밀면 웬일인지 쭈뼛쭈뼛 그걸 받으러 다가가는 것이었다. 물론 돈만 받고 다시 뒷걸음치긴 하지만, 나는 의문이었다. 돈 싫어하는 사람 없다지만 이 아이들이 과연 돈이 뭔지 알고 움직이는 걸까?

나는 아이들이 용돈을 받을 때면 본인 명의의 통장으로 전액을 입금해주곤 했다. 그러다 좀 더 의미 있게 사용하고 싶어 일부를 일명 아빠돼지저금통에 넣기 시작했다. 다은이가 초등학생 1학년이 되는 해, 아이의 생일을 기념하여 형편이 어려운 곳에 기부하기로 남편과 의논했기 때문이다.

아기때부터 용돈의 일부를 아빠돼지에게 넣어주며 저축의 즐거움을 느끼던 다은이
아기때부터 용돈의 일부를 아빠돼지에게 넣어주며 저축의 즐거움을 느끼던 다은이

이후 용돈의 일부를 아빠돼지에게 넣어주며 저축의 즐거움을 느끼던 다은이는 수중에 돈이 생기면 곧바로 아빠돼지에게 달려간다. 때때로 아빠돼지가 배고프대라며 우리에게 먼저 지폐를 요구하기도 한다.

얼마 전 아이들이 용돈으로 받은 5만 원권을 바로 입금하지 못하고 주방 한쪽에 위치한 선반에 올려둔 적이 있었다. 아이들 눈높이에서는 보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오산이었다.
먹는 걸 좋아하는 다연이
먹는 걸 좋아하는 다연이

샤인 머스켓 한 상자를 다 먹은 날이었다. 집에 머루포도가 있는데 다연이가 샤인 머스켓을 또 사 달라고 말했다. 나는 다연아 엄마는 돈이 없어. 집에 있는 포도 먼저 먹고 다음에 돈 생기면 그 때 또 사 줄게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다연이가 엄마 여기 돈 있어. 이것 봐라며 갑자기 주방 선반 앞으로 발디딤대를 가져가는 것이었다. 발디딤대에 올라선 다연이는 까치발을 들어 5만원 권을 쥐고 내게 내밀었다.

다연이가 돈이 거기에 있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과 돈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와 남편은 물건을 구입할 때 대부분 카드로 계산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돈의 의미를 잘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 돈이 생기면 돼지저금통에만 넣던, 돈으로 무언가를 사겠다는 말을 한 적 없는 다은이를 보며 내가 둘을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용돈을 받으면 엄마에게 순순히 넘겨주지 않는 다연이의 행보(?)가 이어졌다. 그 돈으로 뭐 할 건지 물어보면 마트 가서 동전 초콜렛 사 먹을 거야라고 당당히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던 다연이.

한 배에서 나도 아롱이 다롱이
한 배에서 나도 아롱이 다롱이

며칠 전 아빠가 용돈을 1만 원씩 아이들의 손에 쥐여 주었다. 다은이는 바로 아빠돼지에게 달려가 저금통에 넣었고, 다연이는 마트 가서 사 먹을 거라며 돈을 놓지 않았다. 나는 날이 밝아지면 마트에 가자며 예의 그 선반에 조심스레 다연이의 1만 원권을 올려두었다.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저금통에 돈을 모으는 아이, 좋아하는 것을 사 먹기 위해 주머니에 돈을 모으는 아이. 과연 당신의 선택은?

무엇이 정답이라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다. 다만 두 아이 모두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떳떳이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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