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이나 대중탕에 가면 독특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소독을 위해 사용한 염소성 세제 때문이다. 염소는 전자 친화도가 가장 큰 원소이다. 다른 원소의 전자를 훔쳐 음이온이 되기 쉽다. 전자를 잃는다는 것은 ‘산화’를 뜻한다. 그러니까 염소는 강력한 산화제라는 의미이다. 산화제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균을 파괴한다. 염소가 세균 세포막에 포함된 화합물을 산화시켜 세포의 내용물을 흘러나오게 하는 것이다. 원소 상태의 염소도 강력한 산화제이지만 염소 화합물은 더 강한 살균작용을 한다. 염소는 기체이지만 산소와 결합시키고 나트륨을 붙여 수용액으로 만들면 액체 상태로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하이포염소산나트륨, 즉 락스이다. 정확히 말하면 락스는 물질의 이름이 아니라 상품명이다. 미국의 크로락스라는 회사의 제품이다.

염소의 존재가 밝혀지기 전에는 염산에서 얻은 기체를 무리아티큠이라고 부르면서, 산소화합물의 일종으로 여겼다. 계속되는 분리 시도가 실패하면서 이 기체가 화합물이 아닌 새로운 원소일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염산에 산소가 들어 있지 않은 것이 확인되며, 모든 ‘산’에 산소가 함유된다는 그때까지의 이론이 부정되었다.

염소의 영어 표기인 chlorine은 그리스어로 녹황색을 의미하는 chloros에서 유래했다. 염소가 실온에서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녹황색 기체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우리말로는 ‘염(소금)을 구성하는 원소’라는 의미에서 염소라고 불린다. 실제로 소금물이나 액체 소금을 전기분해하면 염소를 추출할 수 있다.

독성이 강한 기체로,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염소를 함유한 화학병기가 많은 인명을 살해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여러 염소화합물에서 독성이 발견되고, 환경오염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유독성 염소화합물이 바로 DDT이다.

대부분의 원소와 결합해 화합물을 만들 수 있어, 자연계에 2,000가지가 넘는 유기염소화합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축 자재나 비닐 랩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염소와 비닐기를 결합하여 레코드판 등의 재료로 쓰기도 한다. 레코드판을 바이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바로 레코드판의 재료인 PVC에서 유래한 것이다.

염소는 근대 이후 인류의 위생 관리에 크게 기여했다. 대표적인 것이 락스이다. 하이포염소산 이온(ClO-) 안의 염소 원자는 정상보다 하나 적은 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물질과 반응하며 전자 두 개를 뺏어 와 염소이온(Cl-)이 된다. 한 개를 뺏어 오는 염소보다 두 배나 되는 산화력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