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영춘
박영춘 서산시 한마음15로

오늘은 한글날이다. 세종대왕께서 우리 한글을 창제 반포하신 날이다. 우리 한글을 생각하면서 시가지를 걷다 보면, 가지각색의 간판을 보게 된다. 요즘 시가지의 간판은 한국의 간판이 아니다. 한국의 시가지풍경이 아니다.

한글 표기에 있어 철자 표기가 잘못된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뜻도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 표기가 간판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순수한 우리 한글은 자꾸만 사라져가고 있다. 아무튼 한글이 날로 오염되어 가고 있다,

오늘 필자는 한글 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논의하고자 함은 아니다. 시가지를 걷다 보면 간판이나 표어, 현수막 등 게시된 글을 많이 목격하게 되는데, 필자는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거의 읽어보는 성격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간에 보아온 잘못된 글귀 몇 구절을 함께 되새겨 짚어보면서, 아름다운 우리글을 좀 더 아름답게 썼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이 글을 쓴다.

작은 돈이지만 나라를 위해 유용하게 쓰겠습니다.’ 어느 기관의 현수막 글귀 중 일부분이다. 여기서 작다는 크다의 반대어이다. 적다는 많다의 반대어이다. 작다는 크기를 말함이지만, 적다는 부피나 양을 말함이다. 돈은 크기가 아니고 부피나 양이기 때문에 당연히 잘못된 표기이다. 이 단어는 말이나 글에서 잘못 사용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 적은 돈이라고 써야 올바르다. 각급 기관단체에서부터 아름다운 우리 한글을 앞장서 애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보고 싶다. 밤은 짙고 술은 차고, 이쯤에 너도 왔으면 좋겠다.’ 어느 카페의 벽에 쓰인 글귀이다. ‘밤은 짙다라는 표현은 좀 적절치 않은 느낌이다. 그러니 이렇게 썼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지금, 보고 싶다. 밤은 차고, 술 향은 짙고, 이쯤에서 너도 왔으면 좋겠다.’

쓰레기 배출장소가 아닙니다. 쓰레기는 되가져가 주세요. 주인 백이 글은 별로 잘못되지 않았지만, 이왕이면 이렇게 정리해 쓰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이곳은 쓰레기 배출장소가 아닙니다. 이 쓰레기는 되가져가 주십시오.’

, 비 오면 바닦이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어느 빌딩 하층 입구계단에 쓰인 글귀이다. 이것은 눈비 오면 바닥이 미끄러우니 조심하시오이렇게 고쳐 써야 옳다. ‘바닦바닥의 오류이고, ‘조심하세요라는 명령형이다. 그러니 부탁이나, 권고, 바람의 표현인 존대어 조심하시오로 고쳐 쓰면 더욱 좋다.

오늘날 한글의 오염은 매우 심각하다. 한글맞춤법통일안에 하등 근거 없는 신조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우리말의 아름다운 고유어가 엄연히 있는데도 왜 굳이 외국어를 쓰는지 모를 일이다.

옳지 못한 언어 물결이 고운 우리글을 망치고 있다. 우리나라 글을 씀에 있어 그 잘잘못을 탓하고자 함은 아니다. 한글날을 맞이하여 한 마디 짚고 넘어가고 싶은 말이 있어 이 글을 쓴다.

우리가 우리말을 할 때나, 우리글을 쓸 때, 만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이면 우리말 우리글을 쓸 것이며, 쓸 때 우리글을 꼭 한번쯤 잘 살펴서 가다듬어 썼으면 더욱 좋겠다는 바람이다. 아름다운 우리글 속에 외국말이나 신조어가 한 단어라도 끼어 있으면, 손톱 밑에 가시가 박힌 듯 아프다.

한글, 우리글, 누리에 빛나는 우리 한글. 더 병들고 썩어 아프기 전에 차분히 갈고 닦아 바로 고쳐 써야 할 때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우리 한글. 배우기 쉽고, 쓰기 쉽고, 표현하기 쉽고, 읽기 쉬운 아름다운 우리 한글, 특히 정보화에 잘 따라주는 아주 과학적인 우리 한글, 진정 바라건대 우리 다 함께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고, 빛나도록 보듬어야 하겠다.

꽃빛처럼 빛나는 우리 한글, 빛이 바래지 않도록 우리 다 함께 한글을 사랑해야 하겠다. 우리글을 애용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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