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21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건강한 아이들을 키우기위해 엄마들이 뭉쳤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건강한 아이들을 키우기위해 엄마들이 뭉쳤다.

20대의 마지막 해인 29살이 되었을 때 어렴풋한 불안감이 들었다. 인생의 큰 산을 넘는 기분으로 무언가 큰 결심을 해야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선택에 따라 평생이 달라질 것 같은 예감이랄까.

고작 1년 차이지만 앞자리가 바뀌어 서른이 되면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같았다. 그렇게 나는 고민 끝에 5년 동안 다닌 사회생활의 첫 직장을 미련없이 그만 두었다. 2에서 3으로 앞자리가 바뀐다는 것이 그때는 왜 그렇게 큰 의미였던지...

2020, 올해는 내 30대의 마지막 해이다. 내년이면 내 나이 마흔이지만, 이제는 나이라는 숫자에 그리 민감하지 않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싶기는 하지만 안정된 생활을 누리고 있어서인지 큰 불안감이 없다. 특히나 엄마가 되고 나서는 더욱 내 나이에 큰 의미가 부여 되지 않는다. 돌보아야 할 아이와 점점 늙어 가시는 부모님의 나이가 중요할 뿐.

한때는 비슷한 또래여야만 친구가 되고 말이 통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가 됨으로써 달라진 점 가운데 하나는 같은 또래 자녀를 둔 육아동지라면 그 사람이 70년생이건 80년생이건 90년생이건, 아니면 손주를 양육하시는 할머니이건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정보를 교환하고 고민 상담을 하며 서로를 지지해 주니,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라는 가요의 노랫말처럼. 그렇게 관계를 맺다보니 82년생인 내게도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생겼다. 때로는 나이 어린 육아 선배와 나이 많은 육아후배도 존재하니 이 상황이 재미있다.

또래 자녀를 둔 육아동지라면, 그 사람이 70년생이건 80년생이건 90년생이건 아니면 손주를 양육하시는 할머니든 모두가 친구가 되기도 한다.
또래 자녀를 둔 육아동지라면, 그 사람이 70년생이건 80년생이건 90년생이건 아니면 손주를 양육하시는 할머니든 모두가 친구가 되기도 한다.

6세 다은이, 3세 다연이를 키우면서 가진 몇 개의 모임이 있다.

첫 번째는 다은이를 낳고 맘 카페를 통해 같은 동네에 사는 엄마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구영맘밴드이다. 이 비공개 밴드는 79~89년생의 분포로 이루어진 20여명 멤버들이 1개월마다 리더를 번갈아 맡으며 자율적으로 모임을 활성화시켰다.

게시물을 올려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조언도 해주어 걱정과 고민이 많은 초보 맘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정기모임을 갖고,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공동육아도 하고, 육아용품을 물려주기도 했다.

두 번째는 다은이 어린이집의 열매반 엄마인 89~82년생 4명이 만든 열매모임이다. 육아를 하다보면 아이의 친구 관계를 위해 엄마들이 의기투합 할 때가 있다.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면, 시설 밖에서의 만남이 아이들의 친밀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자주 만나다 보면 아이도 엄마도 가까워 질 수밖에. 물론 그것은 엄마들이 잘 통했을 때의 이야기다. 아이들을 재우고 밤 10시에 만남을 갖기도 했는데 그 횟수는 몇 번 되지 않지만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세 번째는 다연이를 육아하면서 모임을 결성한 월만사이다. 보건소 주최로 3개월간 매주 월요일마다 키즈카페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여기서 87~81년생 6명이 뭉쳐, 월요일에 만나는 사람들을 줄여 월만사라 이름 지었다. 매주 월요일마다 한 집에 올망졸망 모여서 공동육아를 하고 정보교환, 상담, 조언 등을 하면서 관계가 돈독해졌다.

각자 나이도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다르지만 서로에게 기댈수 있는 어깨가 되어주고, 때로는 의지가 되어주는 우리. 무엇보다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같은 우리는 육아를 책임지는 아름다운 동지들!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자신들의 나이는 잠시 잊은 채 아이들을 위해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당분간 이런 상황은 to be continue...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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