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쌤의 미술 읽기-⑨

베르툼 누스/주세페 아르침 볼도 작/1590~1591/Oil on wood/스코클 로스터 성
베르툼 누스/주세페 아르침 볼도 작/1590~1591/Oil on wood/스코클 로스터 성

 

이 그림은 한번 보면 절대로 잊을수 없는 작품이다. 주세페 아르침 볼도의 베르툼 누스’! 언뜻 보면 이 그림은 사람의 얼굴을 그린 것 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재미있는 요소로 얼굴이 표현되어 있다.

그냥 사람을 그린 것이 아니라 과일, 곡식, 채소를 이용해 얼굴처럼 보이게 그렸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머리는 포도, 체리, 곡식 등으로 꾸며져 있고, 얼굴은 사과, 복숭아, 완두콩, 당근, 밤 등으로, 목과 몸은 호박, 양배추 등의 갖가지 채소와 꽃으로 장식하고 있다.

각각의 이미지 묘사를 통해 원소처럼 조합되어있는 작품 베르툼 누스’, 왜 이런 기발한 생각으로 사람을 그릴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그 그림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이 작품의 이름은 베르툼 누스. 원래 베르툼 누스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계절의 신을 뜻한다. 그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신화의 내용은 이렇다. 아름다운 요정 포모나를 사모한 황제가 농부로, 때론 정원사 등 다양한 모습으로 포모나 요정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요정은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노인으로 변장하여 아낙사레데 석상의 이야기인 한 남자가 아름다운 여인을 너무 사랑해 죽게 되자 신이 벌을 내려 돌로 만들어 버렸다는 내용의 얘기를 듣고 포모나는 마침내 베르툼 누스를 받아 드린다.

그런데 왜 주세페 아르침 볼도는 계절의 신을 비유해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 화가 주세페 아르침 볼도가 그린 베르툼 누스(1590~1591)신성 로마제국 황제 루돌프2세의 초상화를 그 주인공으로 그린 작품이다.

황제는 자신을 베르툼 누스(계절의 신)’로 표현한 그림을 매우 좋아하고 만족했다고 한다. 살짝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황제는 진귀하고 특별한 것을 좋아했다. 때문에 독특한 양식의 그림 취향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수도 있었다.

당시 신성로마제국은 오스만 투르크와 13년간 전쟁을 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황제는 전쟁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인해 형제들 간에 사이가 나빴졌고 왕가 세습영토도 줄어들어 있는 시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전통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왕을 묘사한 베르툼 누스 왕권이 많이 약해진 황제에게 모든 계절의 변화를 관장하는 신으로 표현한 것은 왕의 권위를 높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믿었을 수도 있다. 황제에게 그림이란 바로 업적의 기록이자 권력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제국정치에 실패했고 프라하 성의 유배생활을 끝으로 1612120일 서거했다. 그리고 그의 권력은 모두 동생 마티아스에게 넘어갔다.

화가 주세페 아르침 볼도는 1527년에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따라 그림 그리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다 그는 페르디난트 1세 궁정화가로 발탁되어 오스트리아, 프라하의 궁정화가로 활동하게 되었으며, 베르툼 누스를 그릴 당시 그의 나이는 156235세였다.

아르침 볼도는 여느 궁정화가와 다름없이 왕가의 초상화를 그리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다 막시밀리안 2세의 눈에 띄게 된다. 막시밀리안 2세는 합스부르크 출신으로 14~16세기 서유럽에서 일어난 르네상스 운동에 영향을 받아 미술, 음악, 자연과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통치자였으며, 계절의 신을 완성한 후 인 2년 뒤 1593년 사망하였다.

그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 페르디난트 1, 막시 밀리안 2, 루돌프 2세에 걸쳐 3대를 거쳐 활동하게 되었으며, 황제는 그에게 백작의 지위를 내리게 된다.

그가 남긴 작품으로는 1564년 과학의 4원소 흙, , 공기, 물 등을 인물화로 표현한 작품이 있으며 요리사, 정원사, 사서 등 정물화처럼 보이지만 거꾸로 보면 사람처럼 보이는 독특한 그림들이 있다.

그의 독특한 상상력은 16세기 후반 프라하 예술에 공헌했고, 정물화를 재치있게 본 그의 시선은 황제에 의해 더욱더 빛이 나, 후대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문득, 아르침 볼도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예술을 사랑해준 황제가 없었다면 그의 독특함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자신의 재능을 맘껏 발휘하게 해준 황제, 모든 궁정화가들이 자신이 그리고 싶은대로 그렸던 것은 아니다. 자신의 화풍을 좋아해 주고 후원해 주었던 신성 로마제국 황제 루돌프2. 화가에게 3명의 신성로마제국 황제들은 진정 이 아니었을까 !

강민지 커뮤니티 예술 교육가/국민대 회화전공 미술교육학 석사
강민지 커뮤니티 예술 교육가/국민대 회화전공 미술교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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