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인에 걸맞게 ‘윤리적 성장’이 병행되기를...

유은경의 재미있는 이슈메이커-⑰

사진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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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이다. 월요일부터 기다려온 시간인 만큼 그냥 보내기 아쉽다. 동료들과 어울려 이번 주 이슈거리를 안주 삼아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필자는 영화 보는 것을 더 선호한다. 90년대 영화부터 최신작까지, 시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많은 작품을 보다 보니 믿고 보는 특정 배우나 제작사가 생길 정도이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이성민배우의 작품을 좋아한다. 작년에 개봉한 목격자는 소름 돋는 그의 연기를 단연 돋보이게 해준 작품이었다.

불 꺼진 고요한 새벽시간. 아파트 한복판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창밖을 내다본 순간 살인자와 눈이 마주친다. 서둘러 불을 꺼보지만 이미 자신의 층수를 세고 있는 살인자. 현실성이 반영된 설정에 몰입감은 절정에 치달았다. 필자 역시 공동 주택 단지에서 살고 있기에 현실적 공포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어린 시절 기억을 되짚어본다. 동생과 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즐겨보던 전설의 고향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시체가 무덤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장면에서는 눈을 꼭 감았음에도 기어이 이불까지 덮어써야 했다. 우연히 눈이라도 마주치는 날에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덮은 이불이 들춰질까 발발 떨며 밤을 지새웠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공포의 대상은 달라졌다. 일평생 시체가 무덤에서 일어나는 장면을 볼일이 있겠는가. 그런 생각이 드니 공포의 대상은 현실에 실재하는 존재로 바뀌었다. 뉴스에서 흔히 접하는 사건사고는 내 주변에서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겨줬다.

필자 역시 사람임에도 사람이 무서워졌다. 신체적, 물리적으로 가해할 수 있는 것도 사람이지만, 말로도 해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일 터. 인터넷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는 그저 댓글 하나로도 사람 목숨을 좌우할 수 있지 않는가.

이미 많은 연예인, 심지어 일반인들도 악성 댓글 공격에 안타깝게 숨진 사례가 셀 수도 없다. 작히나 악플법을 만들자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으니 그 심각성은 이미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악성 댓글을 남기는 인간의 심리는 무엇일까. 이미 많은 연구자들이 익명성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Marx Gary(1938)에 따르면 익명성은 물리적, 사회적, 심리적 영역으로 나누어진다고 보았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의 익명성은 보다 솔직하고 강렬한 자기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심리적 표출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탈 억제성이다.

직접 대면한 상황에서는 쉽사리 말할 수 없는 내용도 익명성에 의존해 쉬이 뱉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윤리적, 이성적 판단력을 흐려지게 만든다.

필자는 익명성과 더불어 인간의 표출 욕구를 현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문화적 특성상 절제하고 인내하는 자세가 미덕이라고 배워왔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기준으로 감정적 표현에 서툴다. 억제된 욕구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그릇된 방식으로 표출된다.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는 명목 아래 합리화하면 그만이다.

깨진 유리창의 이론처럼 제지되지 못한 분노와 비난은 도를 넘어선다. 죄의식이나 죄책감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필자가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사내에 여성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으레 그렇듯 우리는 주요 관심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과도한 관심은 개인 사생활을 침범하기에 이르렀고, 대개 가십거리로 전락하기 마련이었다.

필자도 가끔은 동료들과 직장 상사 험담을 하기도 하고, 뜬소문에 호기심이 일기도 하니 그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다행히도 필자는 무덤덤한 성격이었기에 소문이나 가십거리에 귀를 닫고 지냈다. 그러나 필자의 동료 중 몇 명은 무참한 소문에 상처받고 결국 사직을 선택했다. 그녀가 감내한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차마 만류하지 못했다.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그 고통을 알지 못한다. 자신의 말 한마디로 누군가 상처받을 수 있고, 그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시대는 지적수준이나 생활수준이 그 어느 때보다 충족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명색이 지성인이라는 수준에 걸맞은 윤리적 성장이 병행되기를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1. 나은영. (2006).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익명성, 상호작용성 및 집단극화 (極化) 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이론, 2(1), 93-127.

2. 오지현, & 임소혜. (2018). 소셜 미디어 이용자의 성향과 이용 동기가 계정 익명성에 미치는 효과: 나르시시즘과 자기감시성을 중심으로. 한국방송학보, 32(4), 33-64.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중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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