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쌤의 미술 읽기-⑧

빈센트 반고흐/ 1888/ 캔버스에 오일/런던 국립미술관
빈센트 반고흐/ 1888/ 캔버스에 오일/런던 국립미술관

경주 박물관을 나와 10분쯤 걸으면 첨성대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 그곳에 도착하니 각양각색의 꽃들이 피어있다. 그 중 단연 큰 키를 자랑하며 눈에 띄는 꽃을 발견하는데 그 꽃은 큰 얼굴을 자랑하는 노란색의 해바라기이다. 해바라기꽃은 8~9월이면 절정을 이루는데 꽃말은 당신을 존경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이다.

8월의 햇살을 담고 있는 해바라기는 반고흐를 떠올리게 한다. 고흐는 직접 해바라기를 준비해 작업실 옐로우 스페이스를 장식했다. 이곳에서 고갱과 함께 작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옐로우 하우스에서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이 그려졌고, 고흐의 해바라기를 그리는 모습은 친구 고갱이 그림으로 그리게 되었다.

고흐는 네덜란드 준데르트에서 태어난 작가로 1853330일 날 태어났다. 어릴적 고흐는 가난으로 15세때 학교를 그만두게 되고 동생 테오와 함께 숙부가 운영하는 헤이그 구필화랑에서 일하게 된다.

이후 영국 램스케이트로 건너가 아버지(목사)에게 영향을 받아 신학대학에 들어가 성직자가 되길 원했으나 격정적이고 광적인 성격 때문에 교회로부터 외면당하게 됐다. 이후 그림 만이 자신을 구원해 주는 길이라 믿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의 나이는 27(1800)였다.

전문 교육기관에서 그림을 배우지 않은 그는 화가가 되기 위해 자신의 외사촌이었던 화가 안톤 마우베(Anton Mauve)’에게 188112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그림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상처를 잘 받고 격정적인 감정표현 탓에 결국 그와도 절교하게 된다.

그는 다시 동생 테오가 있는 파리로 건너갔으나 대도시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18882월 남프랑스의 아를로 내려와 새로운 예술을 꿈꾸게 된다.

이곳에서의 그의 예술은 새롭게 피어났다. 해바라기(1888), 아를의 포룸광장의 카페 테라스(1888), 고흐의방(1889) 등이 이 시기에 그려졌다. 고흐는 예술공동체를 꿈꾸며 그가 만든 옐로우 하우스에서 다른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길 원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베르베르, 고갱 등에게 끈질기게 함께 작업할 것을 권했으며 188810, 평소 좋아하던 작가 고갱과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그 모든 것이 순조롭고 희망적일 것 같았다. 하지만 개성이 강한 예술가들이 함께 한다는 것은 로망이었을까!

그 둘은 그림 문제로 자주 다투었으며, 성격차이로 1년을 약속했던 작업시간은 단 9주만에 끝나고 말았다.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작업실, 고흐는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고 말았다. 예술공동체를 꿈꾸었던 그에게 물거품처럼 사라진 고갱의 흔적은 하룻밤의 꿈과도 같았다. 그 후 고흐는 알콜중독,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다 그 해 12, 정신병으로 발작을 일으켜 파리 생레미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1889) 하게 된다. 이곳에서 별이 빛나는 밤에(1889)’를 완성하게 되고, 그는 1890년 권총으로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그렇게 729일 그는 하늘의 별이 되고 말았다.

자신의 삶이 불행했기에 그는 햇살 같은 희망을 그리고자 노란색으로 가득한 그림을 그렸을까?

고갱과 함께한 옐로우 하우스에서 해바라기의 노란색이 희망으로 가득한 느낌이라면, 그가 정신병원에 있었을 때 그린 노란색의 꺼져가는 촛불같은 별이 빛나는 밤은 너무도 작고 희미했다.

고흐를 추억하다 문득 나도 고흐처럼 해바라기를 바라보고 싶었다. 내가 바라본 노란색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그래서 2017년 작은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해바라기를 그리려고 꽃병에 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해바라기는 노란색이 아니었다. 큰 얼굴처럼 동그란 부분은 갈색으로 가득 했,고 작은 꽃잎들만 노란색이었다.

그런데 나와 같이 옆에서 그림을 그리던 딸아이의 그림을 무심코 보게 되었다. 아이는 큰 동그라미 부분을 노란색으로 가득 색칠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고흐처럼 노랗게 말이다.

햇살 가득한 여름날, 나는 딸아이 그림을 고흐에 대한 오마주라는 제목으로 함께 전시를 했다. 그때 내가 해바라기 그림에서 발견한 것은 희망으로 가득한 어린이의 시선이었다. 고흐가 그렸던 노란색이 가득한 해바라기 그림처럼 말이다.

오늘 걷다가 발견한 해바라기를 보니 그때가 생각난다. 지금도 딸아이는 그때처럼 노랗게 그릴까? 궁금해진다. 그런데 이젠 사실적으로 그릴지도 모르겠다. 갈색 얼굴 해바라기로 말이다.

강민지 커뮤니티 예술 교육가/국민대 회화전공 미술교육학 석사
강민지 커뮤니티 예술 교육가/국민대 회화전공 미술교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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