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개인의 결핍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주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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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개인의 결핍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주하는 것
  • 서산시대
  • 승인 2020.07.1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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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으면 즐기고 즐길 수 없으면 받아들여라

유은경의 재미있는 이슈메이커-⑮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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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한 시간 반 거리. 밤톨 같은 조카를 보기위해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는 거리이다.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둘째는 자신의 감정을 온갖 몸짓과 표정으로 표출한다. 기분이 좋으면 윙크로 필자를 심쿵하게 만들기도 하고, 음악이 나오면 잘 가누지도 못하는 몸을 흔들어 대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은 제 딴에 무언가에 화가 났을 때이다. 짜증이 나면 아이는 머리를 바닥에 찧어댄다. 걱정스러울 만도 하건만 필자의 어린 시절과 꼭 닮은 모습에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필자는 친척들 사이에서 머리 찧기로 유명했다. 이런 행동은 일종의 자기주장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며, 분노와 좌절을 제어하지 못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영아기 아이에게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행동이니 크게 걱정할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가 유별났던 이유는 영아기를 지나고도 꽤 오랫동안 지속됐던 탓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던 성격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으리라. 유난스러운 필자의 행동은 아마도 주변의 관심과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서였을 게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필자는 이상한 버릇이 하나 생겼다. 초조하거나 불안하면 손톱을 물어뜯는 것이었다. 심지어 피가 날 때까지도 멈추질 못했다. 손톱이 멀쩡할 날이 없었고 손톱깎이로 손톱을 깎을 일도 없었다.

손톱을 물어뜯는 원인은 다양하다.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마음이 불안할 때 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습관은 필자의 경험상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성인이 될 때까지도 고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 이 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쳤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손에 가장 많은 세균이 살고 있다는 정보를 접한 이후였다.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본 손에는 세균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눈으로 직접 본 충격은 상당했다.

그 많은 세균을 입속으로 가져가고 있었다니. 평생 고치기 힘들 것 같던 습관은 일순간에 사라졌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날 이후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은 사라졌지만 손을 과하게 씻는 습관이 새로 생겼다는 점이다.

인간은 전 생애 발달과정에서 결핍이라는 불구화(不具化)를 경험한다. 필자와 마찬가지로 영아기에 경험할 수도 있고, 유년기 또는 성인이 된 후에도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다. 결핍을 자각하는 순간 올바른 사고와 지각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또는 일생동안 자기 패배적인 혼란에 빠지거나 실의에 젖어 살아가기도 한다. 심리적, 정신적 결핍에 의해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나타나는 경우 소시오패스(Sociopath)’ 또는 사이코패스(Psychopath)’로 분류되어 사회를 위협하기도 한다.

통계에 따르면 소시오패스비율이 전체인구의 4%, 25명 중 1명은 해당된다고 하니 이는 방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이다.

몇 달 전 서울역 출구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서 한 여성이 폭행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묻지마 범죄인가 여성혐오 범죄인가에 대한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필자는 근본적으로 이를 한 인간의 결핍에서 찾고자 한다.

스위스 철학가 알랭 드 보통(1969)은 그의 저서 불안에서 인간 주체가 사회적 공간에서 갖는 불안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다고 하였다. 자신의 지위에 대한 욕구에 비해 사회적 지위를 소유하지 못할 때 박탈감과 불안감이 커진다는 것이다. 지위에 대한 불안은 사회로부터 얻는 결핍에서 생겨나고 이는 공격적, 파괴적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완벽히 충족된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모든 개체의 불완전함을 수긍할 필요가 있다. 필자 역시 내면의 결핍을 인정한다. 결핍이 가진 힘은 개인의 삶을 좌우할 만큼 영향력이 매우 크다. 필자의 가까운 벗은 외로움의 결핍을 인정하고 이를 미술로 승화하였다. 자신의 감정적 소용돌이 안에서 진행되는 모든 과정의 시발점이 결핍으로부터 출발한 것임을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즐길 수 없으면 받아들여라. 개인의 결핍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주하는 것일 터이니.

참고문헌 1. 강철규. (2019). 인간관계의 상실과 결핍으로 인한 도피적 성향의 작품연구. 한남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 고선례. (2012). 결핍 속에서 길 찾기.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중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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