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작아지면 다른 아기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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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작아지면 다른 아기 줄 거야
  • 서산시대
  • 승인 2020.06.0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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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⑬
언니 다은이가 입었던 옷을 제일 좋아하는 동생 다연이
언니 다은이가 입었던 옷을 제일 좋아하는 동생 다연이

어른들의 세계에만 명품이 존재하는 줄 알았던 나에게 유모차계에도 명품이 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내가 쉽게 구입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내 아이에게만은 사주고 싶다는 당돌한 생각을 했었다.

임신초기 다른 건 몰라도 아이의 유모차만은 스토케를 사겠다는 나에게, 먼저 아이를 키워 본 가족들은 비싼 거 필요 없어라는 말로 나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누이가 우리에게 물려주려고 바리바리 모아두었던 육아용품들을 전해주었다. 거기에는 유모차, 바구니 카시트, 배냇저고리와 속싸개, 아기띠, 육아서적, 임부복 등 없는 것이 없었다.

준비할 물품이 확 줄어드니 감사하고 반가운 그 와중에도 내 마음에 드는 제품으로 고르지 못한 아쉬움이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지만 물려받은 물건을 두고 다시 새 물건을 사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수 없이 나의 로망이었던 명품 유모차도 그렇게 물 건너가게 되었다. 대신 직접 마련해야 하는 목록은 흔히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제품으로 하나씩 채워 나갔다.

출산 후의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고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다. 첫째라 선물로 들어온 옷과 육아용품도 많았는데, 월령에 해당하는 물품은 고작 몇 주, 길면 몇 개월 사용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아빠가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다은이와 다연이 자매
퇴근한 아빠가 함께 놀아주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다은이와 다연이 자매

첫째 다은이가 5개월쯤 되었을 때 맘 카페를 통해 동네의 또래 엄마 두 명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첫째를 키우는 초보엄마였는데 그들은 카페에서 중고로 육아용품을 구입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둘째도 아니고 첫째인데 어떻게 중고로 사 쓰지?’ 물려받기는 했지만 모르는 사람의 물건을 산다는 생각은 1도 하지 못했을 때라 깜짝 놀랐다.

그 말을 듣고 맘 카페를 다시 둘러보니 중고거래와 무료드림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었다. 그러던 차에 물려받은 유모차의 부품이 부서졌고, 나는 몇 번 사용하지 않아 새 것 같은 유모차를 원래 가격의 절반쯤 되는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중고에 대한 나의 인식이 차츰차츰 변해 단기간 깨끗이 사용한 아기물품을 중고 거래하는 것은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일이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는 책이 제법 있는데, 어린이용 그림책이 대부분이다. 그 책은 주로 나와 8살 터울의 현애 언니에게서 물려받은 책이다. 현애 언니는 첫째언니인 영애언니에게서 책을 많이 물려받았으므로, 우리 집에는 나와 17살 차이나는 영애언니에게서 온 책들이 존재한다. 첫째언니네 큰 조카가 올해 27살이니 20년도 더 된 책을 6살 다은이와 3살 다연이가 읽고 있는 셈이다.

주변의 지인들이 그들의 자녀에게 작아진 옷이나 신발을 물려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아이들에게 이모들이 선물을 주었다고 말하고, 아이들은 그 선물을 보며 기뻐한다. 사촌언니에게서 매번 옷을 물려받기에 그것이 당연한 줄 아는 다은이는 그 옷이 작아지면 다연이에게 물려주고, 나는 다연이에게 작아진 옷을 주변의 아기들에게 물려준다.

우리 집에서 이러한 순환은 매우 자연스럽다. 다연이를 향해 내꺼 작아지면 너 줄게라는 다은이. 언니가 아기 때 입었던 옷이라며 물려받은 옷을 더 좋아하는 다연이. 이거 작아지면 다른 아기 줄 거야라며 제법 의젓하게 말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언니와 동생이라면 언제나 즐겁다는 다은이와 다연이
함께라면 언제나 즐거운 자매들

아이들에게 새 옷이나 새 신발을 사주기도 하지만 물려받는 것이 더 감사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아토피가 있던 다은이를 위해 2년 이상 매일 밤마다 직접 손빨래를 하던 남편은 물려받은 옷들은 여러 번의 세탁으로 섬유 속 화학성분이 많이 제거되었을 것이라며 안심된다고 했다. 또한 몇 번 못 입고 쑥쑥 커 버린 아이들이니 작아져도 덜 아깝고, 하루에도 몇 벌씩 갈아입는 아이들이니 많을수록 여유 있어 좋다.

내가 어렸을 때 물을 사 먹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한 일이 현실이 된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또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구 살리기! 거창하게 생각할 거 없다.

아나바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

이것이야말로 쓰레기를 줄이고 지구를 살리는 쉬운 실천방법이 아닐까?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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