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에 물렸을 때는 긁지 말라,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진양제(버물리 등)를 발라 가라앉히는 게 좋다

장하영 약사의 「약」이야기-48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소싯적 꿈 하나가 천문학자였다. 그것도 하필 ‘프로 뺨치는 아마추어 천문학자’였다. 이 말은 비록 천문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천문학을 공부하겠다는 뜻이었다.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서 천문학을 연구하고 있으니 그 꿈은 이제 반쯤 이뤄졌나 싶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학문으로서의 천문학은 그저 별이 좋아 별자리를 외우고 설화를 읽는 수준이 아니다. 전문용어와 약어는 어디서나 팍팍 튀어나온다. 이를 익히지 않고는 천문학에 관한 지식 습득 자체가 불가능하고 이해할 수도 없다.

그다음 단계로 현대물리학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대물리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반물리학과 수학을 익혀야 한다. 필자가 대학원에서 수학교육학 과정을 시작하였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뿐만이 아니다. 통계학 지식도 필요하다. 수많은 별에 대한 통계적 모델링을 수행하기 위해서이다. 대학원에서 통계학 과정을 진행하였으니 통계학 지식 문제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였다.

천문 시뮬레이션(수치해석)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래밍 지식도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을 배우고 알고리즘을 익혔다. 화학에 관한 지식도 필요하였다. 화학은 과거에 배웠던 경험이 있으니 다시 복습하였다. 이쯤 되니 천문학을 내 것으로 서서히 흡수해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충분할까? 아직도 부족하다. 대기과학 지식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밑도 끝도 없다. 진저리만 난다. 이과계열 학문 중 천문학만큼 모든 기초 학문을 아우르고 종합하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의약품에도 제반 성분을 종합하는 약들이 있다. ‘종합’이나 ‘복합’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대부분 그러한 약들이다. 이를테면 종합소화제가 있는데 소화에 도움이 되는 대부분의 성분을 배합하여 만든 약물이다. 그러나 벌레(모기 등)에 물렸을 때 쓰이는 진양제도 종합 또는 복합제제라고 보아야 한다.

진양제란 가려움증을 제거하거나 가라앉히는 약물인데 과거에는 주로 단일 성분 제제였으나 90년대 이후에는 대부분 복합제제로 바뀌었다. 필자는 이 기점을 ‘버물리’의 개발이라고 보고싶다.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벌레에 물렸을 때 칼라민 로션이나 물파스(현대, 신신)를 발랐다. 칼라민 로션은 다양한 피부질환에 사용되는 단일 성분 약물인데 피부의 염증을 가라앉히거나 보호할 목적으로 쓰인다. 꼭 진양제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벌레에 물렸을 때 특별한 효험은 없다.

물파스는 멘톨류가 주성분으로 바르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 박하사탕을 발랐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약물들은 근본적 치료보다는 가려움을 시원함으로 가리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 가려움증이 쉽사리 가라앉을 리 없었다. 약을 발라도 가려움이 계속되어 계속 긁다가 실수로 눈을 만져 고생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 90년대 초중반에 ‘버물리’가 개발되었다. 이후 개발된 모기 관련 진양제는 ‘버물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그 인기는 대단하였다. 버물리는 기존의 진양제에 비하여 가려움과 부기를 신속하게 제거하였다. 제반 성분 대부분을 종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분을 하나하나 따져보자. 우선, 멘톨과 캄파를 비롯한 살리실산메틸을 포함하고 있어서 바르는 순간 청량감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항히스타민제를 포함하고 있어서 과민반응을 낮추고 부기를 빨리 가라앉힌다. 별도로 에녹솔론이라는 성분도 있는데 염증을 억제하고 붓기 완화에 크게 도움이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디부카인이라는 성분도 있다. 이는 일종의 마취제인데 가려운 부위를 마취시켜서 가려움증을 못 느끼도록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액제(물약)이기 때문에 긁다가 상처가 났을 때 바르면 따끔거림을 느낄 수 있다. 그리하여 겔제와 연고 제형도 개발되었다.

진양제는 과량 사용하여도 전신작용은 없으므로 사용상 안전성 문제는 없다고 하여도 무방하다. 그러나 약을 바른 부위를 무의식적으로 긁다가 눈을 비비면 화끈거림은 피할 수 없다. 의식적으로 긁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다.

한편 모기에 물렸을 때 약을 바르지 않고 30분만 참아도 가려움증과 부기는 서서히 내려간다. 그러나 가려움증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어 참지 못하고 긁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세균으로 인한 2차 감염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하여야 한다. 과거에 필자도 2차 감염으로 몇 개월간 고생하였다. 긁었던 자리에 세균과 진균이 모두 감염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모기에 물렸을 때는 긁지 말고 초기부터 진양제를 발라 신속하게 가라앉히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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