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뱅이의 미술이야기-①
요즘 내 시선 안에 서 있는 공간엔 온통 5월의 색으로 빽빽하다. 마치 오월의 천을 빗물에 세탁한 후 맨발로 질겅거리면 탈수될 때 나오던 연녹색 즙 같은 색깔이 빛도 공기도 다 염색한듯하다.
페이스북을 하다 뜬금없는 댓글에 얻어걸린 칼럼 부탁에 괜한 마음만 녹색으로 멍이 들것 같은 심정이다. 일단 깊이 있는 문화적 교양을 고민하는 서산시대에 관심과 사랑이 깊어진다.
이번주부터 연재되는 ‘골뱅이의 미술이야기’는 시대적 순서대로 미술사를 조명하려 한다.
서양 미술사를 시대적으로 구분한 최초의 창시자는 미켈란젤로의 제자이며 화가이자 건축가인 ‘지오르지오 바사리’다. 상식적으로 알아둬도 좋을 듯 싶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작품은 기원전 1400년 경 ‘네바문의 정원’으로 테베의 서기 및 곡물계수관이었던 네바문의 무덤에 그려진 벽화 중 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산사람들은 보지도 못할텐데 굳이 무덤벽화로 이런 풍경을 그려 넣은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네바문의 정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못은 위에서 본 시각, 오리와 물고기는 옆모습, 나무는 누워있는 것처럼 그렸다. 이것은 언뜻보면 아이들 그림 같지만 좀더 자세히 보면 세밀하면서 엄격한 규칙에 의해 그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봐야할 것은 파란색 안료가 많이 쓰였다는 점인데, 당시 이집트에서는 파란색 물감을 얻기 위해 ‘라피스 라줄리(청금석)’라는 최고급 보석을 구해야만 했다.
보석의 주산지는 바로 아프카니스탄이었고, 이집트인들은 이 보석을 얻기 위해 상인들을 아프카니스탄으로 파견하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옆 동네인 메소포타미아 상인들에게까지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림 상단 오른쪽의 누트(Nut)여신은 몸을 내밀고 있는 모습인데, 기록에 의하면 ‘돌무화과나무가 네바문에게 정원의 주인이라 말하며 맞아들인다’라고 기록되어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네바문은 훼손되어 잘 보이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그림의 전체적인 배경은 네바문 살아생전의 풍요로운 모습이다. 이는 죽음 이후의 삶까지도 풍요로움이 연장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작품(64×74.2㎝, 회석고에 안료)인데, 당시의 완전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이집트인들의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