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편집국장
박두웅 편집국장

2020년 총선 결과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았나. 이번 총선승리로 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4번째  승리했다. 겉보기에는 진보 진영의 승리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승리냐 패배냐의 관점을 넘어 이번 총선이 의미하는 내용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전쟁에도 승패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는 법이다. 

우선 진영논리로 보자면 승리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우선 승자인 진보세력의 조직력과 전투력의 승리로 볼 수 있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상승도 크다.

하지만 이 모두 '파란바람'이 전국을 덮었던 지난 지방선거를 뛰어 넘어 범여권 186석으로 압승한 이유로는 부족하다. 

필자는 이번 총선의 결과를 '한국사회의 주류 교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합리적 판단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마디로 이번 총선을 통해 그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주류 세력이 바뀌었음을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6.25세대로 대변되는 한국적 보수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고령층이 되었고, 베이머부머 세대가 급속하게 노인인구로 진입하고 있다. 사실  민족사의 비극을 겪은 세대를 대표했던 대표적인 보수층은 진정 보수층이라기보다는 역사가 낳은 '필연적 보수'였다.  하지만 70년의 세월에 따라 그 수는 줄어들고 있고, 이제 과반이 되지 않는다.

한국사회을 이끌어 왔던 '아버지 세대', 즉 주류라고 말할 수 있던 그 세대의 인구학적 변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실 보수와 진보의 간극은 세대를 대표하는 인식의 차이가 아니라 가치관의 차이, 사회변화를 보는 지향점의 차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에 진정 보수는 없었는지 모른다. 단지 가진 것을 빼앗기기 싫은, 현실에 안주하고픈 욕심들이 가난했던 나라를 일으켜 세운 세대로 둔갑하고, 이 모든 것을 싸잡아 보수라 칭하며 '보수 행세'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역설적이지만 그런 점에서 진보의 압승이라 정의 내린 이번 21대 총선 선거결과를 필자는 우려스럽게 바라본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자연스런 세대교체가 아닌 자신이 속한 진영의 조직력과 전투력 덕분이라는 오만이 두렵다.

미국 버클리대 고()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는 1960년대 전후(戰後) 일본의 정당체제를 연구하면서 ‘1.5 정당 체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1.5 정당 체제는 의회 총 의석 중 한 정당이 1이고, 그 이외 정당들은 모두 합쳐도 0.5 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실제 일본의 경우, 2-6인의 독특한 중선거구제와 야당의 분열로 1955년에 탄생한 일본 자민당이 1993년까지 50여 년간 장기 집권을 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한국판 1.5 정당체제가 구축된다. 진보 정치보다는 정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치의 속성상 무조건적인 선함이란 없다. 정당은 정권을 창출하고 유지, 발전해야 하는 목표를 가진다. 과반을 넘어 180석 이상의 무소불위의 권력 수단을 움켜진 집권세력에게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준수하고, 법에 규정된(또는 금지되지 않은) 권한을 최대한휘두르지 말아 달라는 부탁은 어리석음을 넘어 무책임하기 까지 하다.

결국 과반 정당은 의회의 견제와 균형의 힘을 무력화 시킨다.

타협과 협상의 대의 민주주의는 대 혼돈에 빠지고 여기에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야당은 사사건건 극단적으로 대결할 수밖에 없다.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은 정국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불쏘시개가 될 것이다.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2020년 총선은 한국사회 주류교체가 본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했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대사건이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국민은 바라지 않는다. 국민은 새로운 인물을 원한다.

색 바랜 묘비를 끌어안고 진보냐 보수냐를 주장하지 않는 사람.

시대의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과 분노하는 부분을 통렬하게 말해주고 이것을 극복할 자기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

한국사회의 주류교체를 이해하고 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승화시키며, 지켜나갈 사람.

국민은 새로운 주류가 만들어 가는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그리며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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