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박용희 씨와 어르신
박용희 씨와 어르신

 

어머니 이거 아주 맛있더라고요. 어제 장보다 어머니 생각나서 사 왔어요. 하나 잡숴봐요.”

그려? 이쁜 모자도 사 주고 옷도 사 주더니 이걸 또 뭐하러 사 왔어?”

어머니 생각나서 사 왔지요.”

박용희 재가요양보호사
박용희 재가요양보호사

이 대화는 음암면에 위치한 어느 어르신 댁 거실에서 나는 아름다운 소리다.

기자가 우연히 방문한 그곳에서 박용희 재가요양보호사(효드림 방문요양센터 소속)는 노부부를 위해 딸기를 씻어 편찮으신 어르신의 입안에 넣어드리고 있었다.

어르신은 우리 딸보다도 더 좋아. 딸이라고 해봐야 주말에 삐쭉 왔다 가지. 이이는 이거저거 챙겨 주는디 말로는 다 못혀. 지금 쓴 모자도 흰머리 염색하지 말라고 장날에 사다 줬어. 스웨터는 간절기에 입으면 따뜻할 것 같아 사 오고라며 입고 있던 옷을 가리켰다.

내가 입으면 늙어서 안 이뻐라면서도 정말 고맙지. 그럼 고맙고 말고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볕 좋은 날에는 예전 미장원을 운영했던 실력을 발휘하여 어르신의 머리를 곱게 깎여주기도 하고, 식당을 할 정도로 탁월한 음식솜씨 덕분에 노부부에게 특별식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착한 그녀.

 

볕 좋은 날에는 빨래줄에 이불을 널어 말리는 박용희 씨, 그녀의 씀씀이가 돋보인다.
볕 좋은 날에는 빨래줄에 이불을 널어 말리는 박용희 씨, 그녀의 씀씀이가 돋보인다.

 

오늘같이 바람불고 햇빛이 쨍쨍한 날에는 바깥에 걸린 빨랫줄에 이불을 널어 말려요. 이불도 일광욕하니 아마도 10년 묵은 체증들이 다 날아갈 것 같아요라는 그녀는 이참에 어머니 병환도 싹 날아가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기자가 딸처럼 잘하시네요라고 하자 지들이 하는 일인걸요.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거죠. 그리고 뭣보다 우리 엄마 같잖아요라며 곁에 앉은 어르신의 머리카락을 모자 안으로 밀어 넣어주었다.

여한이 없어. 이런 사람을 보내줘서 여한이 없지 그럼 없고 말고라고 말하며 어르신은 머리를 매만져주는 박용희 씨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1월 교통사고로 갈비뼈에 골절상을 입어 한 달 동안이나 입원을 하느라 못 나왔을 때도 어르신은 그녀를 끝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다른 사람 보내준다는 것도 마다하고 끝까지 저를 기다려 주셨어요. 힘들으셨텐데도 꾹 참으시고요. 보통사람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맘에 안 들면 이때다 싶어 얼른 바꿔 달라 하셨을텐데....” 그녀도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어르신을 꼭 안아주었다.

그때 어르신이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웃으며 마음이 이뻐. 처음 봤을 때부터 이뻤어라고 말했다.

기자도 가슴으로 맺어진 아름다운 모녀(?)의 사랑 이야기를 듣는데 괜히 울컥해서 급하게 밖으로 눈을 돌렸다. 창밖으로 부는 바람이 그날따라 유난히 눈부셨다. 노후를 맞은 분과 그분을 케어하는 박용희 재가요양보호사. 이런 분이 있기에 요양보호사에 대한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함께 살아갈 이웃과 내 가족그 흔들림 없는 기본 바탕 재가요양보호사, 그 속에는 지속 가능한 제도를 위해 세심한 업그레이드 작업이 나날이 진행되어 각자 사정에 맞는 안심 돌봄 서비스가 꽃피워지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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