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 엄마의 200점 도전기-③

육아일기

6살 다은이와 3살 다연이
6살 다은이와 3살 다연이

둘째 분만을 위한 제왕절개 수술을 이틀 앞둔 저녁, 아이가 안고 자는 토끼인형 밍키가 보이지 않았다. 온 집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그 인형이 없어도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하필이면 엄마가 3주나 집을 비우는 그 시점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아빠마저 회사에 가 있을 시간, 할머니와 단둘이 조금은 어색한 시간에 밍키는 좋은 친구가 될 터였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러다 불현듯 떠오르는 장면! 아침에 급하게 아이의 이불과 요를 베란다 창으로 털었는데 혹시 그 속에 인형이 들어 있었나? 남편은 휴대폰 플래시로 어둠을 밝히며 화단 주위를 몇 번이고 둘러보았으나 찾지 못하고 관리실과 경비실에 들러 분실물까지 확인 후 돌아왔다. 인형은 없었다. 그날 밤 나는 급히 인터넷으로 같은 제품을 주문했다. 수술이 금요일인데 배송 예정일은 월요일, 엄마도 없는데 애착인형까지 없다면 다은이가 얼마나 슬플까 상상하니 그냥 있을 수 없었다. 다시 다음날 배송되는 비슷한 인형을 하나 더 주문하고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청소하시는 분께 여쭤보니 전날 화단에 인형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잘 보이는 바위 위에 올려 두셨다고 한다. 아뿔싸! 인형을 누군가 가져갔나 보다. 오후에 비슷한 토끼인형을 선물 받은 다은이는 그 인형도 무척 좋아했고 우리는 아기토끼란 의미로 아토라고 이름 지었다. 그때까지 혼자서 자란 다은이는 경쟁자가 없어서인지 자신의 물건에 심한 애착이나 집착을 보이지 않았고 쉽게 다른 물건에도 정을 붙였다. 나 또한 외동처럼 자란지라 마찬가지였다.

다은·다연 자매
다은·다연 자매의 병원놀이

 

그리고 만으로 2년이 지난 시점인 현재, 다은이는 두 번째로 선물 받은 아토의 소유자이고 둘째 다연이는 제2의 밍키 소유자이다. 은연중에 두 아이가 그렇게 합의를 하였다.

언니를 매우 좋아하는 다연이지만 물건에 한해서는 확고하게 니꺼 내꺼를 구분한다. 짧은 혀로 자신의 물건은 태명인 다동이로 표현해 다동떠”, 언니의 물건은 언니떠를 외친다. 둘의 수저를 구분해서 쓰다가 어느 날 바꾸어 줬더니 바로 알아채며 시여라고 단호히 말한다.

어느 날은 자신이 타는 유모차에 언니가 앉았다고 울며불며 언니를 끌어낸다. 정작 본인은 언니 식탁의자에 앉기도 하면서 언니가 자기 자리에 앉으면 기겁을 한다. 다은이도 마찬가지다. 동생이 점점 경쟁자로 커 간다는 것을 알면서부터 지나친 니꺼 내꺼 구분이 시작되었다. 서로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상대가 자신의 것을 만지는 것조차 극도로 싫어한다.

이걸 자신의 물건에 대한 애착이라 해야 하나, 집착이라 해야 하나. 엄마 품에 언니가 안겨 있으면 울면서 밀어내니 질투도 애착이나 집착의 또 다른 말인 것 같다.

어릴 적 방학이면 막내 이모네에 자주 놀러 갔다. 그 집엔 또래의 이종사촌들이 4명이나 있었는데 식사 때면 나로서는 매우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모가 맛있는 반찬에 각자가 먹을 개수를 정해주는 것이었다. 그때는 왜 그래야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는데 두 아이를 키우는 지금에서야 이모의 행동이 공감되며 매우 현명한 처사였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많은 것을 혼자 누리며 여유롭게 커 가는 것과 경쟁자와 타협하고 쟁취하며 커 가는 것, 어떤 것이 아이의 미래에 더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 소중한 아이들이 불협화음을 줄여가며 조화롭게 자랄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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