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빵점 엄마의 200점 도전기-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결혼을 하고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딸 둘을 두면 200점,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면 100점, 아들 둘을 두면 0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100점짜리 엄마가 되고 싶었다. 딸을 키우는 재미와 아들을 키우는 재미를 골고루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다.

늘 바쁜 아버지 아래에서 자란 남편은 한 가지 로망이 있었다. 바로 아들과 함께 목욕탕을 다니며 서로 등을 밀어주는 것이었다. 70을 코앞에 두신 아버지와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목욕탕에 함께 간 적이 없는 남편은 첫째를 임신했을 때 직접 태몽을 꾸었다. 커다란 가물치를 낚아 흰 보자기에 소중히 싸는 꿈이었다. 속으로 아들을 기대했을 남편은 딸이 태어난 후 얼마간 실망이라는 것을 했던 것 같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친정어머니께서 태몽을 꾸셨다. 나무에 푸르고 커다란 감이 달려있는 꿈이었다. 남아선호사상이 깊은 어머니는 둘째도 딸이라는 소식을 듣자 조리원에 있는 나에게 한 명을 더 낳으라는 말씀을 하셨다. 세상에 제왕절개로 갓 아기를 낳은 막내딸에게 셋째라니! 나는 딸 둘을 가진 200점짜리 엄마란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 나도 조금 섭섭하긴 했다. 아들 딸 골고루 낳아 4가족 오손도손 사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키워보니,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같은 성별의 자녀를 둔 게 얼마나 잘 된 일인가 싶다. 특히 딸 둘을 둔 게 말이다.

다은이와 다연이
다은이와 다연이

6살, 3살 딸 둘을 두고 있는 지금 알콩달콩 놀고 있는 것을 보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언니가 입었던 옷을 제일 좋아하고 언니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똑같이 따라 가지고 노는 둘째가 가끔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첫째는 동생과 결혼을 하겠다며 동생과 함께 엄마아빠 웨딩사진을 흉내 내기도 한다. 후훗^^

주변을 보아도,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한 이후까지 친한 친구 이상으로 지내는 자매가 흔하다.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내가 딸들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자매’라는 사실이 참으로 뿌듯하다. 물론 아들들을 낳았다면 또 그에 걸맞게 다른 종류의 만족을 하고 있겠지만.

어쨌든 아직은 어린 아이들을 돌보며 고단한 일상을 보내는 나는, 200점짜리 엄마라는 사실로 위안을 삼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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