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의 경고, “기후변화가 전염병 확산을 부른다”

신종바이러스 연구
신종바이러스 연구

중국 우한에서 비롯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위험한 이유는 말 그대로 새로 생겨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는 탓이다. 치사율도 확실히 예측하기 힘들다. 2003년 유행했던 사스, 2015년 유행한 메르스 모두 신종 바이러스 질환이었다. 신종 바이러스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신종 바이러스는 보통 기존 바이러스에 변이(變異)가 일어나 발생한다.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보다 전파가 빠르고, 증세가 심하고, 치료가 잘 안되는 경향이 있다. 바이러스는 20~400(나노미터·110억분의 1m) 크기의 작은 전염성 병원체. 다른 생명체의 세포에서 기생한다. 이 때문에 숙주(宿主)의 성질에 맞게 자신을 바꾸는 능력이 발달했다. 또 바이러스는 크기가 매우 작아서 자신의 유전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숙주의 유전자와 잘 섞이고, 스스로 복제하는 과정에서 오작동이 잘 일어난다. 이런 일련의 이유로 바이러스 변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진화의 한 과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특히 동물에게만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되면서 바이러스가 변이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 정부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박쥐에서 기원했다고 발표했다. 실제 박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로 꼽힌다. 박쥐는 보통 동굴 속에서 아주 촘촘히 무리지어 생활하는데, 그 과정 중 서로 바이러스를 옮기고 옮으면서 바이러스 변이가 잘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박쥐가 여러 바이러스를 안고 살 수 있는 이유는 박쥐의 비행 방식과 관련 있다. 박쥐는 비행할 때마다 체온이 40도에 이를 정도로 몸이 뜨거지는데, 이로 인해 열에 약한 바이러스에 잘 저항할 수 있다. 박쥐에 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뱀이나 밍크 등 중간 숙주에게 옮겨갔다가 사람에게 감염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사스와 메르스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각각 사향 고양이, 낙타를 중간 숙주로 옮겨갔다가 사람에게 감염돼 전파됐다.

독감도 철새에 있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옮겨지며 발생했다. 1976년에는 박쥐나 설치류 등에 있던 에볼라바이러스 탓에 에볼라 출혈열이, 1980년대에는 아프리카 원숭이에 있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로 인해 에이즈가, 2009년에는 야생 진드기를 통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 유발됐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과거 헬스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감염질환의 75%가 사람과 동물간에 상호 전파되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동물에만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지는 이유는 사람이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탓으로 추정된다. 야생 동물 서식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이 가지고 있던 여러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야생 동물 서식지 파괴, 바이러스 감염된 동물과의 접촉 늘어나

 

올해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지난 수년간 우리는 수많은 신종 바이러스의 공포에 시달려왔다. 놀랍게도, 많은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신종 바이러스의 확산과 기후변화가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전염병학, 차단방역 및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 가뭄, 수몰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으며,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목축지로 이동하게 되어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뇌염의 신종 바이러스 니파(Nipah virus)1998~1999년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하여 100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말레이시아 병리 학회 간행물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니파 바이러스의 숙주로 알려진 과일박쥐가 산불과 엘니뇨로 인한 가뭄으로 서식지에서 쫓겨나게 되자 먹이를 찾으러 양돈 농장에 드나들면서 돼지가 박쥐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이후 사람들에게까지 전파되었다.

수의학 저널(Veterinary Science)에 따르면, 지난 80년간 유행한 전염병들은 인수공통감염병에 해당하며, 70%가 야생동물에 의한 것이다. 예를 들어 80년대에 유행한 에이즈 바이러스는 유인원, 2004~2007년에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는 새, 2009년에 발생한 신종플루는 돼지에 의해 비롯되었다. 또한,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사스(SARS)와 최근 유행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옮겨왔다.

과거에는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하면 단순 일회성 사건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환경을 파괴하고 기존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려 사람과 동물의 생활환경 구분이 모호해졌으며, 야생동물과의 빈번한 접촉으로 인해 사람들이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버지니아 공영 방송 보도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산림 벌채가 바이러스 전파에 영향을 주며 습도 등 기후 조건이 바이러스 전파 속도를 좌우할 수도 있다.

여기서 모기와 같은 흡혈 곤충이 인수공통감염병을 전파하는 매개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 뎅기열이 창궐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가 40억 명에 이른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운 지역에서만 사는 모기의 서식지가 확대되면서 바이러스도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치쿤구니아 바이러스(Chikungunya virus)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아열대와 서반구로,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는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West Nile virus)는 우간다에서 캐나다로 전파되었다.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2019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기온 상승, 해수 온도 상승, 강우 패턴 변화, 습도 상승 등 기후변화로 인해 말라리아와 뎅기열 등의 질병을 전파하는 모기가 번식하기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뎅기열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지난 10년 중 대부분은 2009~2019년 사이에 발생했다.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 상승하여 바이러스와 다른 병원체가 유발하는 전염병도 늘어날 전망이다. 공공위생대학원 미생물학 및 면역학 전문가에 따르면, 기온이 상승하면 변화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병원체가 사람의 체온에 더 쉽게 적응하기 때문에 체온이 올라간다 하더라도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게 된다.

 

지구를 지키는 것이 우리를 지키는 것

 

랜싯은 오늘날의 아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생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다. 만약 우리가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기존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다음 세대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보다 4도나 더 높은 환경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심각한 식량 부족, 식수 안전, 대기 오염 등과 같은 문제에 시달릴 수 있으며, 극단적 기후, 태풍, 질병으로 생활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정신적 피해도 입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 각층이 힘을 합해야만 한다. 철저한 방역이나 개인 위생 등 현재의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와 그로 인해 인간이 입을 수 있는 피해에 관심을 갖고, 개인과 기업, 정부 차원에서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 배출을 빠르게 줄이고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해서 각종 전염병 확산을 포함한 대규모 재해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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