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비법’-⑯

장하영 프로
장하영 프로

장기(將棋)를 수순에 따라 초반, 중반, 종반으로 나누었을 때 초반은 서로 포진을 차리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자신 진영의 포진을 차리기 바쁜데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에는 무리이다. 억지로 공격하더라도 역공을 당하기 일쑤이다. 따라서 초반에는 서로 포진을 차려가며 비교적 얌전하게 응수해가는 것이 좋다. 이 과정이 대략 10~16수 정도인데 두는 방법이 거의 정해져 있으므로 공부를 하면서 포진을 외워가야 한다. 구구단 익히는 것처럼 말이다.

다음은 중반이다. 사실 이 중반 부분은 정답이 없다. 그리고 그 수()는 변화무쌍하여 수읽기가 훈련되어 있지 않다면 이 과정에서 패색이 짙을 수밖에 없다. 필자가 수많은 대국을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 재미있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1만여 판을 분석하여도 중반 부분, 즉 대략 10~40수 사이에서 동일한 기물의 배치가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무슨 뜻인고 하니 보통 장기는 가로 9, 세로 10줄이라 수많은 대국을 하다 보면 똑같은 장기 기물 배치가 나올 듯한데 그렇지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대국 중반 부분은 외워서 둔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직 수읽기로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대국 종반은 기물이 서로 몇 조각 남지 않아 역전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물론 둘 수 있는 수()야 많겠지만 정상적이라면 작전을 짜내어 역전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처럼 장기는 편의상 초반, 중반, 종반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소위 명왕성 짓기라고 하여 왕을 하궁하여 수비를 더더욱 강화하는 수법이 있다. 이는 초반과 중반 사이에 이루어지는데 대표적인 유형 3가지만 소개하겠다.


1) 유형-1

<유형-1>을 보자. 궁성의 한가운데에 사()가 있다. 이는 다른 포진에서도 마찬가지다. ()가 궁성 한가운데에 있으면 수비하고 왕을 보호하는 데 매우 효율적이고 공격에 대하여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단의 포는 상대 진영의 차의 공격으로부터 수비하는 역할을 하며 면포는 상대 포의 공격을 방어해준다. 포는 기회를 보아 좌진과 우진을 넘나들며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기도 한다. 단점은 면포가 수비하는 목적이 강해 자리를 뜨기 어렵다는 점이 있으며 상대방 상의 장군에 약하다는 점이다.


2) 유형-2

<유형-2>를 보자. 이번에는 왕이 안궁한 모양이다. 그러나 사()가 궁성 중앙에 있다는 점은 <유형-1>과 동일하다. 면포가 하궁하여 차의 공격으로부터 왕을 보호하고 있다. 포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왕은 활로가 있어서 포의 움직임이 비교적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상대 진영의 귀포에 본인의 귀포도 움직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3) 유형-3

<유형-3>를 보자. 이 역시 궁성의 중간에 사()가 위치해 있다. 특히 마()가 중마의 위치로 가 있는 점이 흥미롭다. 중급자 이상의 포진에서 자주 나오는 모양이다. 이는 수비가 단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마가 서로 지켜주고 있고 포의 움직임이 매우 자유로워 상대의 어떠한 공격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매우 극단적인 수비형 장기에서 쓰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왕의 위치가 차의 공격을 막아내기 쉽지 않다. 또한 귀마의 마가 진출하면 상대 진영의 포의 공격을 방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격으로 진출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정리

장기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궁성 차림은 몇 가지 유형이 있다. 대표적 유형 3가지를 소개했으나 이를 변형한 포진도 많다. 또한 상황에 따라 궁성 수비 모양은 바뀌기 마련이다. 절대적으로 하나의 수비 모양에 집중할 필요는 없겠다.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시켜야 한다.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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