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숙의 문화읽기]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무용평론가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무용평론가

전남의 낙안읍성, 전북의 고창읍성 그리고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을 일컫어 한국의 3대 읍성이라 부른다. 읍성은 조선초기 군사적 목적에서 축조되었다.

낙안읍성은 지난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바 있으나 최종 단계에서 통과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작년 9월 순천에서 낙안포럼·낙안읍성보존회 주최로 낙안읍성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관계 전문가, 행정가 및 지역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낙안읍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추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당시 세미나에 참여한 필자는 낙안읍성에 내재된 유·무형자산에 대한 동시적 관심 및 한국의 3대 읍성과 연계된 지역유형의 판소리문화와의 결합을 주장했다. 즉 낙안읍성과 동편제, 고창읍성과 서편제, 서산 해미읍성과 중고제 판소리문화와의 결합을 통해 상호 시너지 창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파하였다. 나아가 해당 지자체간 행정적 공조 및 전략적 제휴와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문화적 전통성과 고유성, 역사성 그리고 보편성이 중요한 가치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한국의 서원’ 9, ‘한국의 사찰’ 7곳을 한데 묶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이러한 전례를 참고삼아 조선시대 3대 읍성을 한데 패키지로 묶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읍성과 판소리문화를 키워드로 한 유·무형의 결합이다. 순천은 판소리 동편제의 시원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순천감영에서는 매년 정월 대사습이 열렸다고 전한다. 순천 출신 송만갑은 근대 5명창에 포함될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동편제 판소리 예맥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 송순섭으로 이어지고 있다. 송순섭 명창은 현재 낙안읍성에 터를 잡고 동편제 판소리 법통을 잇고 있다.

이처럼 낙안읍성에 동편제의 법통이 계승되고 있다면,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에는 중고제의 예맥이 흐르고 있다. 중고제는 경기·충청지역에서 전승된 판소리를 일컫는다. 서산은 중고제 판소리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중고제 판소리 명창 중 고수관, 방만춘, 심정순 등이 서산 출신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심정순가()5대에 걸쳐 무려 7명의 국악명인을 배출한 국악명문가로 손색이 없다.

읍성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지속적으로 지켜가는 길은 무엇인가. 우선 읍성으로서의 건축적 관심, 즉 유형자산에 머물지 말고 무형적 자산과 어떻게 결합할지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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