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이주혁 키스유성형외과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1918년 시작된 스페인 독감은 2년동안 전세계에서 2500~5000만 명을 사망시켰다.

중세 유럽의 페스트 때 보다 더 많은 사람이 독감 하나로 인해 죽은 것이다. 그 숫자는 1,2차 세계대전의 사망자보다도 많은 것이었다. 한 예로, 미국에 첫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만에 24,000명의 미군이 독감으로 죽었다. 한국에서도 740만 명이 감염돼 14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바이러스는 2000년대에 들어서야 시체로부터 얻은 검체를 통해 H4N1형 인플루엔자로 확인됐다. 이런 것이 Pandemic. 즉 범유행 전염병이다.

범유행 전염병이 될 후보자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이다. 호흡기로 퍼지는데다, 워낙 변이가 빠르기 때문이다. 많은 역학자들은 범유행 독감의 재등장은 시간의 문제라고 말한다. 언젠가는 스페인독감 같은 게 또 나타난다는 말이다.

범유행은 계절성 독감과는 다르다. 범유행 독감은 동물에서 우연히 인간으로 올라타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새롭고 전례가 없는 바이러스에 인간이 노출되는 것이다. 결국 동물발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면역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수많은 사람들에서 급속히 치명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지금껏 인류가 겪은 것 중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무엇이었을까?

에볼라? 아니다. 2013년 중국의 조류독감이다. H7N9로 알려졌으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60%가 사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인플루엔자와 구조는 다르지만 호흡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용이하게 모양을 바꾸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있다.

결국 이제 이렇게 질문해 볼 차례다. 우한의 신종 코로나가 세계적인 범유행 전염병이 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이 매우 불안한 눈으로 이를 보고 있다. 이렇게 지구상에 처음 나타나는 가장 작은 생명체는, 인체와 만나는 것도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가 인간을 어떻게 파괴할지, 인간의 몸과 타협할 지. 그것을 지금 아무도 모른다.

당연히 알 수가 없다. 겪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계절성 전염병과 다른 점이다. 이 병이 박쥐에서 유래했다. 박쥐를 먹어서 인체에 옮겨 탔다. 이런 말이 많이 돌고 있지만 아직 확인되질 않았다. 사실은 우한 코로나가 동물에서 변이해 인체에 올라탔다는 것만 알지, 자세한 그 경위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의 연구 이후에나 조금씩 밝혀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병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물어보고 궁금해 하지만, 전문가들도 아직 아는 게 몇 가지 없다. 완전한 Brand new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계속 이 병에 대한 개념이 리뉴얼 중이다. 그런데 적어도 전파 속도에 있어서는 우한 바이러스는 지금까지의 상식을 파괴하고 있다. 특히 진원지인 후베이에서, 아직도 증가세 자체가 올라가는 중이며 전염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다면 치사율은 얼마나 되는가? 그걸 아직 알 수가 없다. 메르스의 치사율이 30%에 달했다고 하는데 그 30이라는 숫자도 거의 6개월은 지나서 확정된 것이다. 우한 코로나는 지금 1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로 보면 그 분모와 분자를 생각할 때, 치사율은 그 정도까지는 안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이 병의 증상 자체는 독감과 유사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병의 전파 속도에 대해 놀라고 있는데 아마도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중국 도시들의 인구 밀집도, 그리고 갖가지 동물 밀집도이다. 중국을 가 본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것이다. 닭장보다도 더 인구밀도가 높은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 수가 많다. 그리고 지독하게 밀집돼서 산다.

둘째는 중국학자들이 이야기했듯 무증상 감염의 가능성이다. WHO에서도 이를 인정해 "증상 발현 하루 전부터 격리 필요"라는 언급을 하기 시작한다. 이는 잠복기 감염과는 좀 다른 말이지만,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배출해서 감염까지 시킬 수 있기는 상당히 어려운데, 이 병은 감염 정도가 강하다 해도 나타내는 증상이 늦게 따라오는 특성을 갖고 있는 듯하다.

, 어떤 돗수 높은 술이 있는데 딱 마셨을 때는 뭐야 이거 너무 순하잖아? 라는 느낌을 주는 것과 같다. 음주자는 그 술이 약하다고 생각하고 계속 마신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취하고 정신을 잃는. 그런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인체에 침투해서 서서히 세포에서 세포로 옮겨 타 가지만, 인체가 거기에 대해 반응해서 열과 기침 등 현저한 임상적 증세를 나타내는 그 과정이 바이러스 감염 정도에 비해 한 박자 늦다는 뜻이다. 이러면 감염력은 이미 갖고 있는데 증세가 없으니 굉장히 우리로서는 대응하기 곤란해진다.

기침과 고열 등 전형적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목이 그저 간지러운데, 이런 정도의 비특이적인 증상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기존의 진단 시간을 대폭 감소시켰다고 하는, pcr 키트 얘기가 나왔는데, 이건 너무 멋진 일이다. 한국 바이오 공학의 선진성을 입증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키트를 모쪼록 세계 최초로 빠르게 발전 양산시켜서, 중국 등으로 많은 양을 수출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정부의 대응은 지금까지로 보면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해야 한다. 이는 무슨 좌파 정부 우파 정부 그런 것 때문이 아니다. 지난 메르스 사태 때 너무 혹독하게 일을 치뤘기 때문에, 질병 관리 분야의 행정력이 그만큼 긴장하고 빠르게 대응하도록 몸이 잘 갖춰져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 맞다.

나는 국가 행정력은 누가 여당 당수냐 누가 총리냐라는 것으로 수준이 결판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속안에 있는 항상 가장 일상적이고 주요한 대응들은 행정을 책임지는 실무 행정진, 그리고 각 감염관리 의료진의 몫이다. 이름도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채 전화를 받고 환자에게 연락하고 환자 상태 하나 하나를 확인, 케어하는 이 요원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모쪼록 건강하시기를 바라는 바이다.

메르스를 극복했던 것도 결국 국민적 각성의 힘이었다고 본다. 우리 국민들은 그때보다는 훨씬 차분하다. 그리고 행정력은 매우 잘 작동되고 있다. 한 가지 불안스러운 것은 가끔 보면 찌라시만도 못한, 아님말고 식의 기사를 휘갈겨 쓰는 몇몇 언론사들의 행태인데, 기사 같지 않은 기사는 국민들이 클릭하지 않고 걸러내 줄 필요가 있다.

오염수같은 보도들은 어서 자정이 되고, 맑은 1급수 보도들이 언론의 중심축으로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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