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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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는 무엇일까요?
  • 서산시대
  • 승인 2020.02.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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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뇌의학자가 전하는 ‘생물학적 인간’에 대한 통찰

어느장기건 병이 나면 건강을 해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기에 여기에 순위를 매긴다는 게 좀 우습지만, 제가 생각하는 장기의 서열은 다음과 같습니다.

1위 뇌와 척수, 2위 심장과 허파, 3위 간과 콩괄, 4위 생식기관, 5위 소화기관, 6위 뼈, 7위 골격근, 8위 피부. 이런 서열은 그 장기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위 조직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받고 있는가 하는 기준에 따라정한 것입니다.

서열 1위인 뇌와 척수는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뼈인 머리뼈와 등뼈 속에 들어 있습니다. 뇌는 '머리카락-머리 피부- 머리뼈(빈틈이 없는 통)- 뇌척수액'으로 이어지는 우리 몸 최고의 요새 속에 들어가 있는 셈이죠. 가장 중요한 장기인 뇌를 가장 안전한 머리뼈 속에 넣어놓은 것은, 중요한 물건을 안전한 금고에 보관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혹 감자탕을 좋아하십니까? 매콤한 국물과 함께 먹는 고기와 우거지의 맛은 예술이지만, 등뼈 주위에 있는 고기를 발라먹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는 등뼈의 복잡한 구조 때문입니다. 등뼈가 복잡한 구조를 가졌다는 것은, 그만큼 척수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서열 2위인 심장과 허파는 갈비뼈와 갈빗살로 이뤄진 흉강 속에 들어 있습니다. 흉강은 갈빗살이 있는 부위가 다소 허술해서 뇌가 들어가 있는 머리뼈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안전한 요새라 할 수 있습니다. 심장과 허파중 심장을 앞에 놓은 이유는 허파가 심장을 감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허파는 공기가 든 비닐봉지와 같아서 심장을 보호할 능력이 커 보이지는 않지만, 그 정성만큼은 가득해 보이기도 합니다.

서열 3위인 간과 콩팥은 복강의 윗부분에 있어서 일부는 갈비뼈의 보호를 받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복근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간과 콩팥이 심장과 허파보다 서열이 낮은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서열 4위인 생식기관, 특히 여성 생식기관은 여러분이 의자에 앉아 있듯이 골반뼈에 얹혀져, 전체 중 반쯤만 뼈의 보호를 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생식기관이 개체의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는 않지만, 종족 보존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또 중요한 장기이기에 이렇게 보호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서열 5위인 소화기관은 뼈가 아닌 복근에게만 보호받고 있습니다.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복근을 보면 건강해보이지만, 안타깝게도 칼 등과 같은 외부의 공격에는 뼈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소화기관이 뼈의 보호를 받고 있는 앞서 언급한 장기들보다 덜 중요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권투선수가 시합 중 상대방의 옆구리나 배를 집중적으로 때리는 이유는, 갈비뼈로 둘러싸인 가슴 부위보다 더 충격을 줄 수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장기의 순위는 뼈가 보호하는 정도에 따라 매겨지는데, 골격근은 뼈를 둘러싸고 있어서 서열 7위입니다. 무게로 따지면 장기 중에 가장 무거운 것이 골격근이지만, 다른 장기의 보호기관인 뼈를 감싸는 역할로 인해 서열 6위인 뼈보다 낮은 서열을 받은 셈이죠.

앞에 등장한 모든 장기를 서열 8위인 피부가 포장지처럼 둘러싸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매우 중요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피부는 우리 몸의 가장 외곽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서열이 가장 낮은 장기입니다.

이렇듯 각 장기가 우리 몸에 놓여 있는 위치와 각 장기의 중요성을 살펴보면, 우리 몸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철저한 계산하에 완성되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는 여러 병이 나는 상황을 대비해서까지 말이죠.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질환입니다.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에 공급되는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팔다리를 못 쓰거나 말을 못하는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뇌졸중 환자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반신불수, 즉 한쪽 다리와 팔 그리고 안면 하부의 마비입니다.

인간의 다리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공을 차는 것과 같은 정교한 운동을 위한기능이고, 또 하나는 몸무게를 지탱하는 기능입니다. 뇌졸중 환자는 공을 찰 수는 없지만, 최소한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다리가 쭉 펴져 있습니다. 이는 생존을 위해 천만다행입니다. 만일 뇌졸중 이후 다리가 구부러져 버린다면 건강한 반대쪽 다리가 혼자 몸을 지탱해야 하므로, 건강한 다리마저 공을 차는 것과 같은 운동 수행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반면 뇌졸중 환자의 팔은 다리와는 달리, 몸 앞쪽으로 굽어버립니다. 아마도 팔은 몸을 지탱하는 기능이 없어서 안전하게 몸 앞쪽에 갖다 놓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의 경우는 어떨까요? 뇌출중에 걸린 소의 앞다리는 인간의 팔처럼 구부러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의 다리처럼 쭉 펴져버리죠. 소는 인간과 다르게 네 다리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우리 몸은 병이 나는 상황까지 예측해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앞서 뇌졸중은 대뇌피질에 공급되는 혈관에 문제가 생긴 게 원인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대뇌피질보다도 더욱 안쪽에 위치하며 특급 대우를 받는 녀석이 있습니다. 바로 연수입니다. 뇌졸중에 걸리면 팔다리가 불편해지지만 당장 생명을 잃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연수(숨골)의 혈관이 막히면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연수는 호흡이나 심장순환 등 생명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연수는 대뇌와 소뇌에 완벽하게 둘러싸여, 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우리몸의 철저한 계산 속 구조가 말입니다. 이 글을 통해 내 몸속 장기들의 서열을 스스로 한번 매겨보는 기회를 가져보시길 기대합니다.

나흥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나흥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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