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교사의 ‘블랙독’ 읽기

출처 tvn, 기간제 고하늘 교사

블랙독 증후군이란, 단지 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흰 털을 가진 개에 비해 입양이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는 용어로서, 영어사전에서는 블랙독이 우울증’, ‘낙담으로도 풀이되는데 이러한 부정적 인식에서 확산된 현상이 바로 이 증상이다.

현재 TV 미니시리즈로 방영되고 있는 블랙독은 기간제교사가 된 사회 초년생 고하늘이 우리 삶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꿈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들이다.(편집자 주)

 

30여 년간 학교 교사로서 근무했던 사람이다 보니 드라마를 보면서 참 얘깃거리가 많다. 무슨 얘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야할지…….

주인공 여교사는 왜 교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아이들이 예뻐서란다. 집에 가도 막 생각나고, 생각하면 웃음 짓게 되고 그런다고.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교단에서 30년쯤 있다 보니 최고의 선생은 웃어주는 선생이란 생각이 든다.

잘 가르치는 것, 많은 지식을 쌓게 하는 것,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도록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고의 대학엘 가도 웃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행복할거라고 거짓을 가르쳤다. 사기를 쳤다. 그렇게 사기를 치는 동안 학부모도 학교도 사회도 그게 맞는다는 듯이 부추겼다.

행복은 지식이 주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성취해서 얻어지는 열매가 아니다. 행복은 느끼는 것이다. 이미 도처에 있는 행복을 알아내고 느끼는 것이다.

복도를 지나며 마주치는 학생에게 반가워, 좋은 아침! 너 오늘 좋은 일 생길 거 같은데?” 하이파이브도 하며 빙긋 웃으면 하루가 기분 좋게 시작된다. 60줄에 들어선 노 교사가 주책없이 교실에 들어서면서 얘들아 안녕, 이 오빠 보고 싶었지~?”해서 한판 웃고 시작하는 하루……. 그게 행복이다.

졸업식 장면, 그냥 짠한 느낌!

꼭 찾아올게요.” 그래 사제지간의 인연인데 평생 가는 거지…….

이별이 서툰 나는 졸업식 날이면 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도망 나와 버리곤 했다. 같이 사진찍자고 오는 놈도 있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내 표정이 참 어색하다고 느껴졌다. 30년이나 해왔지만 아직도 이별은 서툴다.

교직은 그렇게 매년 만남과 이별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지금쯤이면 마음에 굳은살도 박힐만한데 영 그러질 못한다.

올 해는 내가 졸업을 해야 하니 참……. 이쁜 놈들 못 봐서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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