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뇌의학자가 전하는 ‘생물학적 인간’에 대한 통찰

의학칼럼

나흥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최근 들어 운동이 치매를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가 축소되어 치매 환자처럼 잘 까먹거나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해마가 축소되는 이유는 해마 부위의 뇌유리신경성장인자BDNF, Brain-Derived Nerotophic Factor와 그 수용체인 TrkB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뇌유리신경성장인자와 TrkB를 증가시켜 해마를 재생하고 기억 및 인지 능력을 항진시킬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운동입니다. 더구나 운동 후에 뇌가 아닌 골격근에서도 뇌유리신경성장인자가 유리된다는 연구결과는 운동생리학자들을 흥분시켰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산업이 발전하면 할수록 가전제품을 포함한 모든 물건이 우리 몸의 움직임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연필 대신 키보드를 사용하고, 모든 전자기기가 원격조정기인 리모컨으로 작동되고 있습니다. 로봇청소기, 세탁기, 빨래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우리의 움직임을 대신하는 수많은 기계로도 모자라 말로 명령을 내리는 인공지능의 기능까지 더해지고 있으니 인간이 식물이 되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단것이 이를 썩게 하듯, 몸을 편하게 만드는 기계는 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할 때 나한테 시집오면 손 하나 까딱하지 하지 않게 해주겠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해주겠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이는 당신을 치매에 빨리 걸리게 해주겠다는 말이니 많은 여성분들은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동물은 먹이를 구하거나 포식자에게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최근에 근육이 수축할 때 분비되는 마이오카인myokines이 운동생리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마이오카인은 왜 운동이 건강에 좋은지 밝혀줄 물질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마이오카인에는 항염증작용과 인슐린 민감도를 높이는 인터루킨-6intereukin-6과 뇌유리신경성장인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의 오타비오 아란시오Ottavio Arancio 교수팀은 20191네이처메디신Nature Medicine’에 마이오카인의 하나인 이리신irsin이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아란시오 교수팀은 치매 환자의 해마에 이리신의 양이 적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쥐의 해마에서 이리신의 기능을 차단하자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더욱이 쥐에게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주입하고, 5주 동안 매일 일정 시간 수영을 시킨 결과, 이리신의 증가와 함께 기억력이 유지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결과는 향후 이리신이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심장병 환자의 치매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운동하면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도 증가합니다.

이 물질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혈관을 생성하고, 혈관을 이완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특히 해마에서 두드러지게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장기 기억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이가 들면 뇌유리신경성장인자와 함께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도 감소해 치매가 유발되므로 운동을 통해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를 증가시키는 것 또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기억 형성은 반복되는 자극에 의해 해마가 장기 강화되면서 이뤄집니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 보고, 쓰고, 듣기를 반복하는 것이 장기 강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운동을 하면 장기 강화에 관여하는 시냅스단백질syntasin-3이 증가하며 기억 형성 능력도 항진됩니다. 통증도 계속되면 척수나 뇌의 시냅스가 장기 강화되어 통증이 기억되는 만성 통증 상태가 됩니다. 만성 통증을 앓던 환자가 급성 치매에 걸리면 통증이 사라졌다가 치매가 치료된 후 통증이 재발하는 것을 보면, 만성 통증과 기억이 공통된 기전에 의한 것임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신경계에는 신경세포와 함께 면역세포에 해당하는 교세포glia가 있습니다. 젊고 건강한 교세포는 신경세포 주변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착한 청소부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청소할 일이 많아지면서 교세포가 염증 반응을 보이게 되며 교세포는 착한 청소부가 아닌 신경세포를 공격하는 악당으로 변모합니다. 치매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또 다른 원인입니다.

그러나 운동을 하면 부신피질호르몬과 부신수질호르몬이 분비되어 염증 반응을 억제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운동은 노화로 악당이 되었던 교세포를 안정화시켜 착한 청소부로 돌아오게 할 수 있습니다.

운동으로 치매가 치료되는 것입니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운동을 통해 우리 몸의 모든 세포를 잘 달래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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