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 문제를 총선 정책이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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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자리 문제를 총선 정책이슈로
  • 박두웅 기자
  • 승인 2020.01.0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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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박두웅 편집국장
박두웅 편집국장

1970년대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노령인구의 건전한 사회생활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일본경제의 장기적인 불황이 지속됐고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가 60세에 진입하면서 2004년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2006년에는 65세까지 계속 고용하는 것을 기업의 의무사항으로 규정하였다. 현재 일본기업 가운데 정년을 70세로 정한 곳도 전체 기업의 20%에 달한다.

특이한 것은 산림자원이 풍부한 일본은 노인 일자리로 나무 관리하는 일을 노인들에게 맡기고 있다. 산이나 도로의 가로수에는 나무를 관리하고 보호하는 사람(노인들)의 이름이 붙여진다. 노인들은 자신의 명찰이 걸린 20~30그루의 나무를 자신의 정원에 있는 나무처럼 보호하고 관리하고 있다. 가뭄에는 물도 주고 잔가지도 쳐주면서 나무를 보호하다 보니 산림이 울창해 질 수밖에 없다. 물론 유급이다. 이런 노인 일자리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노인 일자리에 대해 발상의 전환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독일 정부는 노년층에 대한 정의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식과 경험을 지닌 가치 있는 인간으로의 인식변화를 통해 노년층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독일정부는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등을 고령자 일자리 확보의 기회로 삼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2세로 194개 회원국 중 9번째로 높다. 60세 정년퇴직이니 은퇴 후 22년가량의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나 보장 수준이 미미한 은퇴 노년층은 경제적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 노인 빈곤율이 45%에 달한다고 한다. 국가의 노인복지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고령사회에 대비한 질 높은 일자리 구축이 정치적으로 외면 받고 있다. 각 지자체의 노인일자리도 단기적, 땜질식 처방으로 매년 반복되고 있는 수준이다. 노인 일자리라고 해봐야 초등학교 앞 교통지원, 환경개선 보호활동 등이 주가 되고 공익형 일자리가 약간 제공되고 있는 수준이다.

혹자는 청년일자리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하는 복지를 당장 노인 빈곤에 대응하는 처방으로 제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22년 약 900만 명으로 정년 이후인 만60세 이상의 인구까지 포함하면 약 1,500만 명,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한다. 특히나 2020년부터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해 본격적으로 노인층에 진입해 2028년에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처럼 급속히 늘어나는 노인들에게 일자리 공급을 제대로 못해 준다면 국가는 공적 부조로 이들을 케어할 수 있을까. 밑이 빠진 항아리에 물을 채울 수는 없는 법이다.

이제 지역사회에 노인 일자리가 단기적일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일자리 내용상 주먹구구식으로 마련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깊은 논의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인들의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경제 활동이 가능한 나이도 정년 60세 이후 대략 20년에 달하는데 노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 마련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것처럼 간주하고 있지 않았는지 되새겨 보아야 한다. 필자는 이번 총선에서 노인일자리 질에 대한 문제가 정책이슈로 올라오길 바란다.

그렇다면 질 높고 지속가능한 노인 일자리는 어떻게 마련될 수 있을까. 우리보다 고령화를 일찍 겪은 일본의 노인 일자리 정책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지역별로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노인들이 서로 돕는 지역 단위 사회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노인들이 주체적으로 최소한의 일자리로서의 자립 기반을 만들어내는 노인 자조조직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노인 일자리는 지역 단위 전략과 사업들이 주축을 이루어야지 중앙정부의 재정에 의존하는 일자리 창출은 결국 단기 성과를 넘어서지 못한다.

지방정부 및 시민단체가 노인들을 위한 생활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하고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이 중앙보다는 지방정부와 협력해서 생활 커뮤니티 개발과 유지를 위한 노인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공동 주거, 공동 돌봄, 자원 봉사, 문화 활동 등 노인 일자리를 위한 국가 재정은 이런 지역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우선 투입되고 단기적이고 땜질식 노인 일자리 공급정책은 점차 축소해야 한다. 좋은 노인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 지역사회복지 수준을 앞당기는 첩경이며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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